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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버전의 Over the Rainbow, 그리고 주디 갈란드.

딸기21 2012. 4. 2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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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어제 갑자기 '꽂힌' 이 노래부터.



무슨 취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옷을 사거나 물건을 사도 꼭 같은 디자인에 색깔만 다른 것을 여러 개 사는 버릇이 있어요. 음악을 들어도, 하나에 꽂히면 줄창 그걸 파거나... 아니면 그 한 곡의 노래를 여러가지 버전으로 유튜브에서 찾아서 듣는 게 취미입니다.

어제는 어찌어찌 하다가, 하와이 원주민 출신인 이스라엘 카마카위올레 Israel Kamakawiwo'ole(보통 애칭으로 '이즈 Iz'라 부른다죠)가 부른 'Over the Rainbow'에 꽂히게 됐습니다. 실은... 어제 갑자기 꽂혔다고 했지만, 몇해 전에도 이 노래에 꽂혀서 포스팅한 적이 있었답니다. 히히

이즈는 1959년 태어나서 1997년 숨졌습니다. 저 화면을 보시면 짐작 가시겠지만... 몸무게가 무려 300kg이 넘었다고 하더군요. 1993년에 'Facing Future'라는 음반을 냈는데, 특히 저 곡, 'Over the Rainbow'와 'What a Wonderful World'가 히트를 쳤습니다. 두 노래가 미국 TV방송에 잇달아 소개되고 광고음악으로 널리 퍼지면서 이즈도 유명해졌습니다. 특히 지금은 국내에서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하와이 전통악기 우쿨렐레와의 하모니가 정말 좋지요!

하지만 카마카위올레는, 하와이 원주민들에겐 유명 가수 이상입니다. 하와이가 지금은 비록 미국의 한 주(州)라지만 엄연히 독립 왕국을 이루었던 곳이고, 모든 것을 빼앗긴 원주민 후손들에게는 미국이 아닌 자신들만의 민족과 언어와 문화가 (절멸 지경이라지만) 있는 거니까요. 카마카위올레는 하와이 원주민 운동의 대변인이었습니다.

지금은 하와이 독립운동 자체가 시들해졌지만...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하와이 독립운동가들이 미연방에서 아예 벗어나 독립을 쟁취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곤 했습니다. 카마카위올레의 인생과 그의 노랫말들은 하와이 독립에 대한 꿈을 늘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1978년 부른 '하와이'라는 노래에는 '이 땅의 삶은 이 민족의 삶'이라며 원주민 나라로의 회귀를 바라는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그의 모토는 이것이었다고 합니다. 하와이 말을 알파벳으로 적어서 "Ua Mau ke Ea o ka ʻĀina i ka Pono"(The life of the land is perpetuated in righteousness).

하지만 너무 체중이 많이 나갔던 카마카위올레... 비만으로 인한 각종 질병에 시달리다가 결국 숨졌고요. 1997년 7월 10일 장례식에는 하와이 주의 기(旗)가 걸렸다고 합니다. 1만명 넘는 이들이 모여서 애도했고요. 2003년에는 하와이 주의 가장 큰 섬인 오아후 섬 와이아나이 센터 앞에 그의 동상이 세워졌습니다.

카마카위올레 이야기가 좀 길어졌네요. 저 노래는 What A Wonderful World 와 Over the Rainbow 를 믹스한 것인데, 같은 믹스곡을 다른 가수의 목소리로도 들어보세요.



그 다음으로는... 이 포스팅과는 별 상관 없지만... 위의 노래와 한 쌍이라 할 수 있는, 이즈의 'What A Wonderful World'. ^^

Ua Mau ke Ea o ka ʻĀina i ka Pono 라 말하는 목소리가 중간에 섞여 있어요.



OVER THE RAINBOW


Somewhere over the rainbow
Way up high,
There's a land that I heard of
Once in a lullaby.

Somewhere over the rainbow
Skies are blue,
And the dreams that you dare to dream
Really do come true.

Someday I'll wish upon a star
And wake up where the clouds are far
Behind me.
Where troubles melt like lemon drops
Away above the chimney tops
That's where you'll find me.

Somewhere over the rainbow
Bluebirds fly.
Birds fly over the rainbow.
Why then, oh why can't I?

If happy little bluebirds fly
Beyond the rainbow
Why, oh why can't I?





이것은 켈틱 우먼(켈틱이라고 해야할지 셀틱이라고 해야할지 늘 헷갈려요)이라는 보컬 앙상블이 부르는 Over the Rainbow. 켈틱 현대음악이 대개 그렇듯(제가 음악에 대해 무지하게 무지하지만 그나마 개중 아는 게 있다면 켈틱이거든요 ㅎㅎ) 뉴에이지에 뭔가 야리야리하고 신비스러운 가루를 뿌린 것 같네요.



이건 써 있는대로, 에바 카시디. 역시나 1996년 요절했지요 ㅠ.ㅠ 아까운 목소리...



이것은 미국 색소폰 연주자 벤 웹스터 버전입니다. 웹스터는 1973년 죽었고(흑 모두들 죽어버려써...) 이 동영상은 1960년대의 모습이라 하네요.



이쯤 해서 원판을 보시겠습니다. 그 옛날 주디 갈란드,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한 장면입니다.

이 영화 DVD를 가지고 있는데, 몇해전 그걸 사서 보면서 완전 깜놀했어요 그거랑 <메리 포핀스>를 같이 샀는데... 두 영화가 그렇게 대놓고 시니컬하게 비꼬는 영화인 줄은 미처 몰랐거든요.

암튼 그것은 음악과는 상관없는 또 다른 이야기이고... 저 어린 소녀 도로시 역의 주디 갈란드가 나중에 부른 버전도 있습니다.



1943년 공연 때라고 하네요.



동영상에는 'Ultra Rare'라는 설명이 붙어있습니다. 이유는?

주디 갈란드가 TV에 나와서 'Over the Rainbow'를 통 부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유튜브 영상에 딸린 설명에 따르면, 딱 2번 있었다고 하네요. 그 중 한번은 저 영상, 1955년의 것이고 나머지 한번은 1963년 '주디 갈란드 쇼'에서 부른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하여 오늘의 주인공 주디 갈란드 이야기.



아주 이쁘지는 않지만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로 유명한 여배우, 제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다가 얼마전 히로세 다카시의 '제1권력'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주디 갈란드의 이름을 보게 됐습니다. 일본의 반골 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이자 운동가인 히로세 다카시가 미국 JP모건과 록펠러 같은 초거대 자본가들의 '가려진 인맥'을 들춰내면서 그들이 어떻게 세상을 전쟁의 참화로 몰고갔는지 그려보이는 책인데요. 할리웃은 애당초 거대자본(심지어 핵무기!)의 경연장이었고, 수많은 별들이 그 거대자본가들의 손아귀에서 움직였다는 내용도 한 축을 차지합니다.

갈란드의 이름은 할리웃 빨갱이 사냥과 함께 등장합니다. 할리웃을 휩쓴 매카시즘 광풍에 맞서 용감하게 싸운 사람이 바로 갈란드였습니다.

상황은 이랬다. 뮤지컬의 정상에 있는 진 켈리, 프레드 아스테어, 주디 갈런드, 진저 로저스는 각각 다음과 같은 인물이었다. 먼저 진 켈리는 빨갱이 사냥 반대집회에서 의장을 맡아 "헌법과 인권이 반미활동조사위원회에 의해 망가질 판입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일어서야 할 때입니다!"라고 강력하게 호소했다. (중략)
그때 막 라이자 미넬리를 출산한 주디 갈런드 역시 라디오 특별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미국 전역에 호소했다. "미국의 양심이 심문을 당하고 있습니다. 당신도 발언을 해주세요. 반미활동조사위원회가 인권을 짓밟고 있는 현실에 당신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를 저들에게 가르쳐 주십시오!"


결국 주디 갈란드는 할리웃에서 냉대를 받으며 비참하게 생을 마쳤고, 그렇게 된 배후에는 매카시즘을 넘어 모건-록펠러 같은 자본가 집단의 암약이 숨어있다는 것이 책의 줄거리... 물론 '공식적'으로 알려지기로는, 갈란드는 알콜중독에 '매력적이지 않은 외모' 때문에 MGM 영화사에서 퇴출됐고, 자살기도에 약물중독에 4번의 이혼과 다섯번의 결혼에 빚더미에 세금 미납에... 등등 각종 사생활 문제를 겪다가 47세에 약물남용으로 숨진 것으로 돼있습니다.

다시 Over the Rainbow로 돌아가서.



미국 재즈 & 컨트리 기타리스트 레스 폴 트리오 버전. 이것도 옛날 거예요. 1988년 무렵...

마지막으로, 영국 스타발굴 쇼에서 우승한 리오나 루이스의 Over the Rainbow.



이렇게 '나 노래 잘해요~' 하는 풍으로 부르는 거 좋아하지 않는데, 암튼 잘 하긴 잘 하네요.


마지막으로, The Piano Guys의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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