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이웃동네, 일본

공원의 모범, 도쿄 세타가야 공원

딸기21 2012. 3. 2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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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지난해 가을의 풍경입니다.

도쿄 시내 세타가야(世田谷) 구에 있는 세타가야 공원에 갔습니다. 먼저 사진부터 보시죠. 왜 제가 '공원의 모범'이라는 거창한 말을 붙였는지.



공원 뒷문으로 들어섰습니다(앞문이라 해봤자 거대한 정문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들 음식을 하고 있네요.


 


얼핏 보면, 무슨 난민촌(?) 같아 보입니다. 깔끔하게 단장된 '콘크리트 공원'들과는 영 다릅니다. 날이 조금 쌀쌀했습니다. 국물 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싼 값에 팝니다. 이 공원의 놀이활동을 돕고 관리하는 시민단체에서 하는 겁니다.




여기도 난민촌;; 분위기... 여기저기 나무에 로프를 매달았습니다. 바닥엔 비닐을 깔아놓고, 거기에 물을 받아놨습니다.



이겁니다. 앞에 쓰여있는 일본어는 '스타트(start)'. 여기가 출발지점입니다. 매주 주말에, 아이들이 찾아와서 모험 놀이를 하는 겁니다. 모험에 성공할 때마다 도장을 찍어줍니다. 저 위 사진의 물 담은 비닐은, 이 로프타기 코스에 딸린 일종의 장애물이랍니다.


카메라 배터리가 나가서... 상세히 담지는 못했지만, 로프타기 말고도 대나무 통 위에 발을 얹고 걸어가기, 손바닥에 나무막대 올려놓고 오래오래 균형잡기, 톱질하기, 망치질하기, 여러가지 코스가 있었습니다.


모험 코스의 한 옆에서는 아이가 직접 모닥불을 피워볼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다만 부모는 도와줄 뿐, 불을 피워줘서는 안 됩니다.


처음 우리 가족이 이 공원에 '꽂힌' 것은 모닥불 때문이었습니다. 공원 한 구석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거예요. 어, 대체 이건 뭐지...? 


꼼양은 모닥불 피우는 곳을 보고 정말 좋아했습니다. 아쉽게도 불 피우는 시간(저녁 6시까지)이 다 끝나서, 우리는 다음에 다시 와서 '2차 시도'를 했습니다만 능력이 떨어져서... 모닥불을 직접 피우지는 못했고, 옆의 다른 가족에게 붙어서 불 신세를 졌습니다. 소세지나 머시멜로 같은 것들을 가져와서 꼬치에 꿰어 모닥불에 구워먹더군요.


 

날이 추워도 도쿄 아이들은 긴바지를 잘 입지 않습니다. 대부분 맨 다리를 드러내고 다니죠.




여기는 자원봉사자들의 사무실입니다. 통나무를 엮어서 집을 만들었습니다. '사무실' 위의 다락 같은 공간에는 아이들이 올라가서 놀 수 있습니다.


일본은 '깔끔'한 걸로 유명하지요. 그런데 일본의 공원 풍경은 서울의 공원과는 사뭇 다릅니다. 일단 일본은 공원이 많지요. 서울에는 공원이 그리 많지 않고요. 이것이 가장 큰 차이이겠고... 요요기 공원, 히비야 공원 같은 커다란 공원 외에도 이 세타가야 공원처럼 중간 규모의 공원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큰 공원이나 중간 크기 공원들은 저마다 특색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요요기 공원은, 그야말로 거대한 공원이죠. 봄이면 벚꽃놀이가 펼쳐지고, 분수대와 호수가 있는 곳. 메이지진구(메이지 천황의 위패를 놓은 신사)와 연결된 도쿄의 대표적인 공원.


히비야 공원은 도쿄 역 부근, 황궁과 가까이 있습니다. 아주 크지는 않아도 제법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는데, 지난해 들러봤더니 노숙자들이 많더군요. 예전에 노숙자 구호센터가 설치된 적이 있는데, 그 뒤로 그렇게 됐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가족이 정말 좋아하는 키치조지 부근의 무사시코가네이 공원은 규모가 그야말로 거대합니다. 거대한 레저시설입니다. 에도시대의 건축물을 모아놓은 유료 박물관, 자전거 대여소와 자전거 코스, 잔디 썰매장, 아이들 놀이시설, 테니스장, 수영장... 


제가 좋아했던 또 한 곳은 카사이 린카이 공원입니다. 바닷가에 면한, 역시나 거대한 휴식터죠.


동네 사람들이 찾아갈 수 있는 곳은 세타가야 공원 같은 곳들입니다. 구마다 몇개씩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사는 오오타 구에만 해도 이케가미의 매화정원(이케가미 바이엔)이라는 곳이 있고, 타마가와 강변 둔치 공원이 있고, 센조쿠이케(洗足池)라는 곳에는 그 지명의 유래가 된 센조쿠이케라는 호수를 둘러싼 공원이 있고... 


한국식으로 하면 '아파트 놀이터'에 해당되는, 동네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조그만 놀이터들도 있습니다. 그 놀이터들도 한국의 놀이터들과는 참 다릅니다. 한국의 아파트 놀이터들은 요즘 바닥에 흙 대신 우레탄을 많이 깔지요.


서울에서 엄마들에게 '모래에서 놀면 고양이 대소변 등 더러운 게 많아 병에 걸린다' '분수대의 물을 만지거나 들어가 놀면 병에 걸린다' 이런 얘기들을 듣고 실소를 참을 수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디 엄마들 문제이겠습니까. TV 방송에서 하루가 머다하고 저런 '경고성 리포트'들을 하는 게 문제죠. 


도쿄야말로 고양이 천지입니다. 울동네 어느 작은 놀이터에는, 저는 직접 보지 못했습니다만 박쥐도 산다더군요. 그래도 다들 아이들 흙묻혀가며 놀게 합니다. 놀이터의 모래 때문에 병에 걸렸다는 아이를 저는 한번도 본 적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요니는 분수만 보이면 다가가 노는데 한번도 분수 때문에 병에 걸린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서울에선 모두들 그렇게 깔끔을 떠는데, 정작 공공시설이 안전하지 않습니다. 놀이터에 웬 담배꽁초, 소주병 깨진 조각, 유리조각 등등... 도쿄의 놀이터가 좋은 것은, 얼핏 보기엔 깔끔하지 않은 듯해도 위험한 물건이 없기 때문에 마음 놓고 놀게 할 수 있다는 점! 


일본의 동네 행정이 뛰어난 것도 있겠고, 안전과 매뉴얼을 중시하는 문화적인 요인도 있겠고... 제 눈에 띈 것 중 하나는, 세타가야 공원에서 본 것 같은 시민단체(NPO.비영리기구)들의 활동입니다.


세상엔 참 많고 많은 자원봉사가 있지요. 저도 나중에 뭔가 남을 돕는 일을 꼭 해보고 싶은데... 어려운 게 아니라, 저렇게 아이들이 맘놓고 좁은 집에서 하기 힘든 활동들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을 시민단체들이 잘 포착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일본을 시민사회가 활성화된 나라라고 칭찬하기엔... 욕할 점도 정말 많습니다만... ㅎㅎ) 




다시 세타가야 공원으로 돌아가볼까요.

옛날 기관차를 한 대 가져다 놓고 아이들이 들어가 놀 수 있게 했습니다. 사진은 못 찍었지만, 아이들이 쪼끄만 기차를 타고 한 바퀴 도는 미니 기찻길도 있습니다. 단, 유료... 길이에 비해 비쌈.


 

산책 나온 어르신들. 공원 많은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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