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파티는 끝났다- 석유시대의 종말과 현대 문명의 미래

딸기21 2007. 3. 30. 15:42
728x90

파티는 끝났다
The Party‘s Over: Oil, War and the Fate of Industrial Societies (2003, 2005)

리처드 하인버그 (지은이) | 신현승 (옮긴이) | 시공사 | 2006-07-15



2003년 이라크전 앞뒤로 국제유가가 대략 배럴당 22~28달러였고, 사우디아라비아도 유가 밴드(적정가격대)를 25달러 정도로 잡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를 밝혔었다. 그러던 것이 이라크전 뒤에 배럴당 30달러대로 오르더니 40달러, 50달러, 60달러, 급기야 작년 재작년 70달러까지 갔다. 그동안 석유 위기를 경고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목소리를 높여도 들은체 만체 하던 세계가 화들짝 놀라 너나없이 석유 얘기를 하고 대체 에너지를 찾아야 하네, 재생가능 에너지로 가야 하네 소란을 떨게 됐다.


그사이 석유에 대한 책도 알음알음 많이 나온 것 같은데, 지금껏 본 책들 중엔 ‘석유의 종말’이 석유 문제를 제법 알차게, 그러면서도 저널리스틱하게(가볍고 재미있게) 다뤄서 읽기 좋았다. 이 책은 ‘석유의 종말’ 등등보다 좀 앞에 나온 것이라 하는데 그래봤자 9·11 이후에 나온 거니깐 시기적으로 그다지 뒤떨어지지는 않는다.


내용이 너무나, 너무나 포괄적이어서, 거의 20세기 이후 모든 국제뉴스들을 다 끌어다 놓은 듯한 느낌마저 든다. 좋게 말하면 ‘한권으로 정리한 석유의 역사와 에너지의 미래’가 되겠다. 나는 이 책이 너무 문어발 같아서 아주 좋지는 않았는데 함께 책을 읽은 다른 분들은 한권으로 그간의 논란을 모두 묶어놓아서 이해하기 좋았다고 하니, ‘에너지 교양서적’으로는 꽤 괜찮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다.

 

에너지 위기에 대한 다른 책들과 비교하면 대안 에너지로 거론되는 것들의 타당성을 조목조목 잘 따져놓았다는 것, 그리고 ‘에너지 없는 미래’의 암울한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묘사해 놓았다는 것. 사실 우리가 석유 없는 생활을 생각하기가 참 힘든데, 그런 면에서 ‘우울한 미래’를 전망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 사실은 꼭 필요한 일이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그런 우울한 미래가 도래할 가능성이 적지 않으니 말이다.



▶ (201쪽) 사실 혈암류는 잘못된 명칭이다. 이 암석은 혈암이 아닌 유기성 이회암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석유가 아니라 케로겐 kerogen 이라 불리는 고체의 유기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그러나 권장자들은 항상 오일 셰일 oil shale 같은 용어들을 선호한다. 이런 용어들이 모험이 따르는 판매를 촉진하기 대문이다. 혈암유 산업을 개발하려는 시도는 9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모든 시도 - 비교적 최근의 셰브론, 유노컬, 엑손,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의 시도 - 가 실패로 끝났다. 혈암유 회수에는 광석 채광, 운동, 화씨 900도까지 가열, 수수 첨가, 폐기물 처리 - 최초 광석보다 그 양이 훨씬 많을뿐더러 지하수 오염 문제를 야기한다 - 등의 과정을 포함한다. 또한 가공 처리와 보조 지원시설에 막대한 양의 담수 - 근본적으로 석유보다 더 귀중한 자원 - 가 필요하다.


▶ (202쪽) 롬보르(‘회의적 환경주의자’의 저자)는 유사 oil sand를 언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캐나다 앨버타 북부의 아타바스카 유사는 8700억 배럴에서 1조3000억 배럴의 석유 - 지금까지 채취한 재래식 석유의 총량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양 -를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신크루드(기업 컨소시엄)와 선코르(선오일의 자회사)가 앨버타에서 유사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지금 신크루드가 생산하는 석유는 하루 20만 배럴을 상회한다. 유사 채취에는, 뜨거운 물을 이용하여 모래로부터 얇은 기름 막을 제거한 후 인공 석유로 품질을 높이기 위해 나프타 - 석유·콜타르 따위를 증류하여 얻은 무색의 휘발성 액체 -를 첨가하여 타르 비슷한 물질을 만드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현재 1 배럴의 석유를 생산하려면 2톤의 유사를 채굴해야 한다. 유사에서 석유를 채취하는데 들어가는 총 에너지와 여타 비용은 회수되는 석유 3배럴 중 2배럴의 비중을 차지한다. 결국 혈암유처럼 유사의 순 에너지 수치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방식으로 유사를 처리하면 기름투성이의 페수를 양산한다. 1배럴의 석유 생산에 2.5배럴의 폐수가 생성되는데, 그 결과 거대한 호수가 생성된다. 신크루드 호수의 경우 22킬로미터 둘레에 6미터의 깊이를 가지고 있으며, 그 아래에는 40미터 두께로 모래, 침니, 진흙과 회수되지 않은 석유 슬러지가 쌓여 있다. 앨버타 북부 주민들은 유사 공장 폐쇄를 위한 소송을 제기하며 환경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원주민 추방, 북부 삼림 파괴, 가축 사망, 현저한 유산율 증가 등등 공장 가동과 관련해 심각한 환경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 (226쪽) 멕시코는 이미 미국으로 천연가스를 수출하는 것을 중단했으며, 연료의 순 수입국으로 돌아섰다. 미국에서 사용하는 천연가스의 99퍼센트를 북미에서 채취하고 있다. 전 세계 매장량의 3분의1을 보유하고 있는 중동에 천연가스가 풍부하지만 선박을 통해 천연가스를 운반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항해하는 동안 섭씨 영하 176도로 냉각시켜야 할 뿐 아니라 특수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항구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천연가스 전문 항구는, 비록 더 많은 수의 항구 건설이 계획 중이긴 하지만, 현재 단 세 곳 뿐이다.

게다가 현존하는 LNG 선적 능력은 거의 대부분 일본과 한국과 대만에 장기 계약으로 예약되어 있다. 유럽과 극동은 다가올 수십 년 동안 중동의 천연가스에 의존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현실적인 전망은 그다지 밝아보이지 않는다.


▶ (332쪽) 중동 다음으로 세계 최대의 미개발된 석유 및 천연가스 매장량을 가진 곳은 카스피해 지역이다(하지만 이곳의 매장량은 과대평가되어 있는 듯하다). 미국의 지정학적 전략가들은 이 자원을 궁극적으로 미국에 전달하는 것보다 미국 정부와 미국 기업들이 이 자원의 공급과 가격을 통제할 위치에 점하게 되는 문제에 더 관심을 보인다.

... 이런 점에서 현재의 외교적 노력은 이 지역 세력을 하나로 뭉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중동의 경우와 동일한 전략을 구사한다. 즉 안보에 대한 약속, 그리고 반항적인 민중을 억압하는데 사용 가능한 무기를 조달해 부패한 정권을 매수하는 것이다. 한편 미국은 카스피 해 지역에 19개의 새로운 군사 기지를 설립했다. 이것은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영구 시설물처럼 보인다.


▶ (337쪽) (마이클 클레어, ‘자원전쟁’에서 인용) 아시아의 점증하는 에너지 수요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남중국해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첫째, 남중국 해와 경계를 이룬 국가들이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해저 자원의 이용을 극대화하려고 시도할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 일본과 한국을 포함하여 몇몇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은 다른 지역의 에너지 공급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그 자원을 운반하는 대부분의 상선들이 남중국해를 통과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 국가들은 지속적인 자원 공급에 위협이 된다면 무엇이든 막으려고 애쓸 것이다. 결국 이런 요소들이 결부되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남중국해가 에너지 경쟁의 치열한 각축장이 되고 있다.


▶ (339쪽) 발칸반도는 자원이 풍부한 지역은 아니다. 하지만 중앙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에너지 자원을 전달하는 데 있어 요충지다. 발칸반도는 베트남전 뒤 건설된 미군의 해외 군사기지 중 최대 규모의 캠프 본드스틸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1999년에 미군이 점유한 유고슬라비아의 코소보 지역에 위치한 캠프 본드스틸은 미국 지원하에 현재 건설 중인 발칸반도 경유 파이프라인에 인접해 있다. 휴스턴에 본사를 둔 브라운 앤 루트 서비스(핼리버튼 자회사)가 캠프 본드스틸에 각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376쪽) 에코빌리지 ecovillage 는 부양하는 사회적 환경과 구성원들의 생활 방식 간의 마찰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도시나 농촌의 공동체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그들은 환경친화적인 설계, 퍼머컬처, 천연 건축자재, 합의된 의사결정, 대안에너지 생산 등을 시도한다. 현재 에코빌리지는 지구촌 곳곳에 흩어져 있다. 예를 들면 스코틀랜드의 핀드혼 공동체, 뉴욕 주 이타카의 에코빌리지, 테네시 주의 섬머타운 농장, 노스캘리포니아 주의 어스헤이븐 Earthhaven, 인도 케랄라 미트라니케탄, 미주리주 북동부의 춤추는 토끼 에코빌리지 Dancing Rabbit Ecovillage 등이 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