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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까? 말까? - 귀여운 메리 제인.

딸기21 2010. 12. 30.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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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까? 말까? 

댄디 데일리 맥콜 (지은이) | 구정은 (옮긴이) | 푸른숲주니어 | 2010-12-30



‘무한 경쟁'에 시달리는 한국의 아이들에게 '10대 시절의 풋풋한 첫사랑'이란 어디 머나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이 아이들에게는 ‘꿈이 무어냐’고 묻는 것조차 사치스러운 일 같은데, ‘사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어떤 답이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에 대한 관심은 청소년기에는 빼놓을 수 없는 통과의례입니다. 옆 학교, 옆 반 남학생을 보면서 심장이 콩닥콩닥 뛰고, 눈이라도 마주치면 얼굴이 빨개지는 경험. 그런 작고도 두근거리는 경험들이 10대 시절을 반짝거리게 만들어주는 추억이겠지요. 메리 제인은 평범한 여고생입니다. 

하지만 세상에 평범하기만 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누구나 마음속에는 ‘또 다른 나’를 가지고 있습니다. 메리 제인 안에는 소심하고 재미없는 ‘평범한 제인’과 씩씩하고 매력 만점인 또 다른 자아, ‘MJ’가 있어 늘 충돌합니다. 

대체로 평범한 제인이 승리를 거둬온 머리 속 싸움에서 MJ의 손을 들어주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동급생인 매력남 잭슨 하우스가 등장한 겁니다. 안타깝게도 잭슨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이 때부터 벌어지는 일들은 ‘10대 시절의 모든 고민거리’를 보여줍니다. 

이성과 어떻게 자연스레 친해질까, 말 많은 참새들 사이에서 ‘왕따’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지금 얌전한 여고생으로 있길 바라는 걸까 아니면 용감하게 데이트를 하는 ‘섹시한 소녀’가 되고 싶은 걸까, 부모님은 나를 나쁘게 보실지 모르는데 어떻게 믿어 달라 말씀드려야 하나. 

어쩌면 10대들의 고민은 어디서나 이렇게 비슷할까요. 특히나 메리 제인을 괴롭히는 고민은 성(性)에 대한 겁니다. 어렵사리 잭슨을 ‘쟁취’했는데 이번엔 남자친구가 키스를 넘어 무언가를 하자고 합니다. 무얼? 어떻게? 나는 준비가 되어 있는 걸까? 

책의 앞부분은 평범한 소녀가 이성과 사귀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뒷부분 절반은 메리 제인이 겪는 고민의 과정을 생생하고 솔직하게 다룹니다. 책을 읽는 청소년 독자들이라면 모두 이 소녀에게 ‘감정의 싱크로’를 느끼지 않을까요. 

이 책은 10대의 성관계를 적나라하게 그리지도 않고, 비판하고 고발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름답게만 묘사하는 책도 아닙니다. 메리 제인의 고민은 어린 소녀들이 보기엔 자극적일 수 있고, 어른들이 보기엔 너무 사소해서 피식 웃음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사소하고도 생생한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웁니다. 

이 책은 한 소녀가 사춘기의 통과의례를 거치며 정신적으로 성숙해져 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처음엔 남자친구의 ‘살인 미소’만 눈에 들어왔지만 갈등과 고민을 겪으며 가족과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됩니다. ‘나’에서 내 주변 사람들에게로 관심이 확장되어 가는 과정, 청소년기에 꼭 필요한 사회화의 과정을 겪게 되는 거죠. 

그렇게 메리 제인은 복잡하게 꼬여있던 질문들에 하나하나 스스로 답을 찾아나갑니다. 청소년들이 쉽게 답하기 어려운 성(性)의 문제에서도 메리 제인은 ‘관계’와 ‘의사소통’이라는 기준을 스스로 찾아내고 답을 얻습니다. 메리 제인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저도 많이 궁금했습니다. 

이제는 ‘완고한 어른’이 된 저에게도 메리 제인은 기대하지 않았던 친구가 되어주었습니다. 제 딸도 자라면 메리 제인처럼 고민에 빠져들겠지요. 메리 제인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그 아이만의 치열한 고민을 거쳐 나온 것이기에 다 아름다운 것 아닐까요. 나중에 딸아이가 같은 고민을 할 때에 저도 메리 제인의 부모처럼 ‘믿고 지켜봐주는’ 역할을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발랄하고 가벼운 문체에 때로는 미국 아이들의 속어도 등장하지만, 책이 다루는 주제는 은근히 진지합니다. 메리 제인은 장애를 안고 태어난 언니의 한없이 천진한 사랑을 보면서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해답을 얻습니다. 10대의 풋사랑과 고민이라고만 하기엔 메시지가 묵직하네요. 읽다가 살짝 눈물이 맺힐 수도 있습니다. 

메리 제인처럼 사춘기를 겪어나가는 10대 독자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부모님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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