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 '충격'

딸기21 2011. 9. 2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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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마저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국제신용평가업체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19일 이탈리아의 장기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재정위기 빠진 그리스 신용등급 떨어진 뒤 남유럽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도미노 위기가 닥칠 거라는 얘기가 돌았는데 그게 현실화됐다. S&P 뿐 아니라 무디스도 이탈리아 등급을 낮추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이탈리아 정부는 S&P 결정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반발했지만 시장에선 올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은 물론 이미 예상했던 바다. 하지만 국제금융시장에 주는 충격은 엄청나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구매력 기준 국내총생산이 1조7740억달러. 세계 10위 경제규모를 갖고 있다. 유럽연합 내에서는 독일, 영국, 프랑스에 이어 네번째로 경제규모가 크다.



Protests in Rome over the austerity cuts, the latest in a series of protests across Europe.
 

신용등급 내려버린 결정적인 이유는 물론 경제문제, 재정불안이다. 경제침체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경제규모는 세계 10위이지만 경제성장률은 세계 164위다. 지난해엔 간신히 1.3%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2009년에는 
-5.2%, 그 전해에는 -1.3%로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공식 실업률은 8.4%인데 실제로는 그보다 더 높을 걸로 추산된다.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 공공부문 재정 지출을 줄이면 실업률은 더 올라갈 게 뻔하다.
지난해 재정수지는 GDP 대비 -4.6%를 기록했다. 공공부채가 2조6000억달러. GDP 대비 120%로 세계에서 여덟번째로 빚이 많다. 원래 유로존에선 GDP의 60%를 공공부채 상한으로 정해두고 있는데 이탈리아는 그 두배다.
유럽의 위기가 계속되면서 유로존의 이런저런 기준들은 이미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이것저것 지표를 뒤져봐도 별로 긍정적인 징후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Economy enters 'dangerous phase' /BBC 

The global economy has entered a "dangerous new phase" of sharply lower growth, according to the 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
The organisation warned that continuing political and economic woes in the US and eurozone could force them back into recession.
The IMF says the prognosis for economies in the developed world is "weak and bumpy expansion". 



정치적 리더십의 문제점도 신용이 떨어지는 데 큰 몫을 했다.
S&P가 19일 신용등급을 내린다고 성명을 발표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을 직접 언급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이미 얼마전부터 재정건전성을 높이겠다면서 지출을 줄일 방안을 준비하고 있었다. S&P는 “이탈리아 정부가 새롭게 재정건전성 회복 목표를 내놨지만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정부의 실행력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S&P는 성명에서 “시장의 압력에 이탈리아 정부가 임시방편으로 대응하는 걸 볼때,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연립정부의 취약성 등 여러 요인을 거론했다.

실제로 이탈리아에선 벌써 2년 가까이 정부의 리더십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간신히 연정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성추문 때문에 고발당하고, 핵발전 확대계획을 끌고가려다가 국민투표에서 거부당했다. 바로 며칠전에도 베를루스코니가 미성년자와의 성매매 통화내역이 공개되는 등 온갖 스캔들이 다시 터져나와 위신이 더이상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베를루스코니는 버티고 있지만 이미 야당들은 총리 퇴진을 요구하고 있어서, 재정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초당적 협력 같은 걸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국제뉴스 Q&A] 신용등급 강등, 다음 타자는 프랑스?  
[이코노미스트] Italy's economy- Even Italy's politicians are scared  
ONE of the things most often said about Italy’s public debt is that it does not matter because most of it is held by Italians. The second part of that statement is true. But since the overall amount is so vast, even the total amount held outside of Italy?€790 billion ($1.1 trillion) at last count, in March?dwarfs the total for foreign-held bonds issued by countries like Ireland, Portugal, Greece and even Spain. 



이탈리아 정부는 시장에서 국채를 팔아 자금을 조달하고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신용등급이 떨어졌으니, 국채를 내놓은들 사갈 집단이 없을 것이라고 시장에선 보고 있다.
이탈리아의 자구노력은 완전히 찬물을 맞은 셈이다. 이탈리아는 올 연말까지 1113억 유로 규모의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연장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부도가 난다. 얼마전 이탈리아가 중국에 채권매입 등 지원을 요청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한 적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보도 내용을 부인했지만, 여기저기 손 벌리고 다녀야 하는 형편인 것은 틀림없다. 이대로라면 이탈리아가 그리스처럼 구제금융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 올 거라는 진단도 있다.  
Too big to fail 즉 대마불사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에 대해선 반대로 ‘구제하기엔 너무 큰(Too big to bail out)’ 나라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살리고 싶어도 살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나라가 부도위기에 몰리면 사회혼란이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 정부가 허리띠 졸라매면 국민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사람들이 반발하게 돼 있다. 이탈리아 하원에서 지난 14일 재정긴축안이 통과됐는데 그러자마자 로마에서 시민 수만명이 긴축안과 세금인상에 반대하며 거리로 나서 격렬한 시위를 했다.



다른 유럽국들로 계속 위기가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금까지 연쇄적으로 위기를 맞은 나라는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이다. 이들만 해도 경제규모가 작은 편이었다. 그 중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은 조금 진정되는 분위기다.
이탈리아가 지금 당장 유럽연합이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요청하려 하지는 않겠지만, 결국에 가선 구제금융에 눈 돌릴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그렇게 되면 유럽 재정위기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빠질 지도 모른다. 독일에선 이미 그리스 지원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빚더미 나라들을 유럽연합 혹은 유로존에서 빼버려야 한다는 반발이 터져나왔다.
유로존은 물론이고 27개 나라들로 구성돼 있는 유럽연합까지 존폐위기에 몰리는 것 아니냐 하는 얘기마저 나온다. 특히나 2년전 재정위기가 터져나오기 시작한 이래로 유럽국들은 공동체로서의 단결된 대응은커녕 서로들 이해득실 따지면서 남남과 전혀 다를바 없는 행보들을 보였다.
일주일 전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빼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위기극복을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유럽 증시가 반짝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며칠 뒤 열린 유럽연합 재무장관회의에서는 또 아무런 합의도 내놓지 못했다. 이게 유럽연합의 현실이라는 냉소가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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