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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 '부자증세', 미국 수퍼부자들, 부시 감세와 빈익빈 부익부

딸기21 2011. 8. 1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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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지도자들은 고통분담을 요구하면서도 저와 제 부자 친구들은 늘 거기서 제외해줬습니다. 저희들은 이미 ‘백만장자에 친화적’인 의회의 사랑을 충분히 받았습니다. 이제 정부가 고통분담을 좀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워런 버핏(81)이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두어야 한다고 다시한번 주장했습니다. 버핏은 14일자 뉴욕타임스에 ‘수퍼 부자들을 그만 애지중지하라’는 기고문을 보내, 연방 의회에 구성된 재정적자 특별위원회가 부자증세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재정적자 특별위원회'는 지난번 미 의회 민주·공화 양당의 재정적자 감축 합의안에 따라 신설된 위원회입니다. 


Stop Coddling the Super-Rich /뉴욕타임스 

버핏, "우리 부자들을 그만 애지중지하라" /경향신문 


공화당 일각에서 무조건 작은정부를 주장하는 감세론자들은 재정적자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세금 올리는 건 절대로 안 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신설 예정이던 특위에서 세금 증액 얘기가 나올까봐 미리부터 경계하고 있었고요. 


Billionaire Buffett has called on US lawmakers to raise taxes on wealthy Americans (AFP/Getty Images/File, Scott Olson)


버핏의 이번 기고는, 공화당과 일부 보수주의자들의 감세 주장에 경종을 울리고 사회정의에 대해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버핏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부자감세 조치 때부터 세계 최고 부자였던 빌 게이츠와 함께 부자들 세금을 늘려야지 줄여선 안 된다며 반대해왔습니다. 


특히 상속세를 줄인 것을 맹비난해왔는데요. 주식 편법증여 등으로 변칙 상속을 일삼는 한국 재벌기업 총수 일가들하고는 천양지차죠. -_- 


버핏은 재산이 500억달러(5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잘 알려진 대로 버핏의 직업은 투자가죠. 투자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회장이기도 하고, 해마다 버핏의 말을 듣기 위해 버핏의 집이 있는 오마하에 사람들이 모여 대규모 이벤트를 열기도 합니다. 


버핏은 자기 말을 빌면 ‘돈으로 돈을 버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돈으로 돈을 버는 자기 같은 수퍼부자들의 세금 부담 비율이, 노동으로 돈을 버는 노동자들보다도 낮다는 겁니다. 


기고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버핏이 낸 소득세는 693만8744달러(약 74억원)였습니다. 큰 액수 같지만 버핏이 번 돈의 17.4%에 불과합니다. 이 세율은 자기 사무실에 있는 직원 20명의 세율보다도 낮다고 버핏은 말합니다. 직원들의 세율은 33~41%로 평균 36%였는데, 자기 같은 수퍼부자 세율이 그보다 낮다는게 말이 되느냐는 겁니다. 


그동안의 부자 감세 조치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기에 버핏 같은 부자가 '세금 더 거두라' 하는 상황이 됐을까요? 


감세는 부시의 대표적인 선거공약이기도 했는데요. 소득세 누진적용되는 소득상한을 올려주고 세율을 낮추는 등의 방법으로 부시 행정부 시절 세 차례 감세 조치가 이뤄졌습니다. 


며칠전 부시 감세조치 10주년을 기념(?)하여 미국 언론들과 블로그들에 10년의 감세 효과를 분석한 글들이 줄줄이 실렸는데요. 결과는 참담합니다. 클린턴 때 흑자였던 국가재정이 파탄에 이른 것은 뭐 더 설명할 필요도 없겠죠.  



특히 감세가 가져온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0년 사이에 연소득 4만~5만달러의 서민·중산층 가구는 세후 소득이 2.2% 늘었습니다. 액수로 따지면 연간 860달러 정도 이익을 본 겁니다. 반면 소득 100만달러 이상의 부자들은 세후 소득이 6.2% 늘었습니다. 액수로 환산하면 12만8832달러씩 이득을 본 겁니다. 


감세액 중에서 하위 80%에게 돌아간 혜택, 즉 제대로 걷었더라면 소득 하위 80%가 냈어야 했을 세금은 28%에 그쳤습니다. 반면 소득 상위 20%가 혜택을 본 돈이 72%였습니다. 바꿔 말하면 정부 재정수입 줄어든 부분 중 72%가 상위 20% 고소득자들에게 갔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오바마 정부는 공화당과 정치적으로 타협하면서 부시의 감세조치를 연장해줬습니다. 


(밑에 표로 만들어놨지만... 하원의원 44%가 백만장자라는 것과도 관련이 있겠죠;;) 


감세론자들은 세금을 줄여줘야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경제가 돌아간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버핏은 “높은 세율이 일자리 창출을 방해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경기가 좋았던 1980~90년대 세율은 훨씬 높았다”고 지적합니다. 1980~2000년에 걸쳐 거의 400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버핏은 “지난 60년 동안 투자사업을 해왔지만 자본소득세가 39.9%에 이르렀던 1976~77년에도 세금이 무서워 투자를 포기한 사람은 없었다”고 썼습니다. 버핏은 “그 때 이후로 세금은 낮아졌지만 일자리는 오히려 더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버핏은 그래서 특별위원회가 재정지출을 줄이는 것 못잖게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99.7%의 납세자에게 적용되는 세율과 급여세 감면은 그대로 유지해 빈곤층과 중산층의 생활을 도와야 한다”면서 100만달러(약 10억원) 이상을 버는 부유층에게는 즉각 세금을 올릴 것, 1000만달러(약 100억원) 이상 소득을 올리는 사람에게는 더 많이 세금을 걷을 것 등을 주장했습니다. 2009년 기준으로 미국 내 100만달러 이상 소득자는 23만6883명, 1000만달러 이상 소득자는 8274명입니다.


자들이 과연 증세 주장에 동의를 할까요? 


버핏은 “내가 아는 많은 부자들은 미국을 사랑하고 이 나라에서 자신이 누려온 기회에 감사하는 괜찮은 사람들”이라며 “많은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이 시기에 세금을 더 내는 걸 꺼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부자들 사이에서 버핏이 유독 정의감이 강하거나 유독 세금을 더 내고 싶어하는 별난 부자는 아닙니다. 20대에 억만장자가 된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 4월 페이스북이 주최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부자증세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흔쾌히 “멋진 생각”이라고 답한 바 있습니다. CNN 설립자 테드 터너 등도 부자 증세를 외쳐온 이들입니다. 


■ Million Dollar Facts 

('재정강화를 지지하는 애국적 백만장자들' 사이트에서 인용)

  • 1979년부터 2007년 사이, 미국 상위 1% 부자들의 소득은 281% 늘었다 

  • 대공황 기간에는 백만장자들이 소득의 68%를 세금으로 내기도 했다 

  • 1963년 백만장자들의 소득세율은 91%, 1976년에는 70%였는데 지금은 최대 35%로 떨어졌다 

  • 최상위 소득자들의 소득세를 줄여주는 건 경제를 살리는 가장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 하원의원의 44%는 백만장자다 

  • 상위 2%를 위한 감세조치를 중단하면 앞으로 10년간 연방부채 7000억달러를 줄일 수 있다 


과거 조지 소로스와 함께 헤지펀드계의 전설로 군림했던 주식투자가 마이클 스타인하트도 ‘재정 강화를 지지하는 애국적 백만장자들’이라는 단체를 통해 10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 증세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이 단체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첫페이지에 인상 깊은 인사말이 있습니다. 


“부디 우리 나라를 위해 바른 일을 하십시오. 우리의 세금을 올려주십시오. 감사합니다. (Please do the right thing for our country. Raise our taxes. Thank you.)” 


오바마 대통령이 버핏의 칼럼이 실린 뒤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던데, 앞으로 감세를 철회하고 재정건전화와 빈부격차 줄이기에 적극 나설 수 있을지 관심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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