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이웃동네, 일본

닛코 여행

딸기21 2004. 4. 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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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코(日光)에 여행을 다녀왔어요.
기나긴 여행기를 쓰고 싶지만... 우리의 여행은 그다지 길지는 않았습니다. '고작' 1박2일의 여행에 많은 것을 느낀 것도 아니고. 도쿠가와의 신사에 가서 무려 참배(!)를 하고 왔지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조금 웃겼어요.

도쿄의 집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날이 우중충했어요. 꼼양을 끌고(정말 '끌고' 갔음 -_-) 전철 2번 갈아타고 아사쿠사에 있는 토부(東武)선 아사쿠사역으로 갔지요. 아지님을 만나, '스파시아'라는 이름의 그럴듯한 기차를 타고 닛코로. 닛코 직전에 한번 갈아타긴 했습니다만. 두번 세번 갈아타는 것에도 이젠 익숙해져가는 듯.
닛코에 내리니 날씨가 좋았어요. 기분 짱! 닛코 역에서 버스를 타고 우선 도쇼구(東照宮)에 갔습니다. 도쇼구라는 곳은 도쿠가와의 신사, 즉 사당 같은 곳인데요. 유명한 원숭이 세 마리가 있는 곳입니다. 산자루(三猿)라고, 원숭이 세 마리가 한 건물의 처마밑에 새겨져 있는데 한 마리는 눈을 가리고, 한마리는 귀를 막고, 한 마리는 입을 막고 있습니다(사진을 찍었는데 정리하는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날아갔어요).





도쇼구에 대해서 어떤 소개글에는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건축물 중의 하나>라고 돼있었고, 또 도쇼구 일대가 모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다고 했는데 사실 저는 그다지 감흥이 깊지는 않았습니다.
이미 요르단의 페트라를 본 지라 ^^;; 거기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보이는) 유적지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다는 것이 심지어 불만스럽기까지 했지요. 일본인의 외교력의 개가가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슬쩍 해보면서~

오히려 좋았던 것은 도쇼구 일대의 삼림. 지나다니면서 본 닛코의 모습은 단정하고, 공기는 청량했습니다. 닛코역이 해발 500미터 정도에 위치해 있는데, 산 속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죠. 쭉쭉 뻗어오른 삼나무들, 그리고 그 공기! 지나다닌 모든 곳이 삼림욕장이라 해도 될 정도였는데, 특히 도쿠가와의 위패가 있는 곳(네무리네코- 잠자는 고양이)까지 기어이 올라갔던 것도 그 공기 때문이었습니다.
꼼양을 걸려서 산길 200계단을 올라가는데, <신비의 영약> 오렌지 주스를 먹여가면서 간신히 올라갔어요. 볼 거리가 많았다기보다, 공기가 너무 좋았답니다. 피톤치트...라고 하나? 암튼 그런 것이 솔솔 풍겨나오는. ^^

일본 사람들이 도쿠가와를 참 좋아하는가보더군요. 도쿠가와에 대한 흠모(?)의 정서와 억제된 자연주의, 상술이 혼연일체를 이룬 분위기... 일본에서는 이렇게 말한다죠. 다들 한번씩 들어보셨을텐데요, 전국시대의 세 장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울지않는 새가 있으면 오다 노부나가는 그냥 죽여버리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무슨 수를 써서든 울게 만들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울 때까지 기다린다는. 도쿠가와의 대인 기질 and 음험한 근성을 짐작케 해주는데, 천황의 사당이 아닌 '일반인'의 사당인 도쇼구에 '宮'이라는 글자가 붙는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인 듯.
사당 안에 들어갔어요. 아지님이랑 꼼양이랑 나란히 앉았는데 단체로 절을 시키길래 어쩔 수 없이 참배 아닌 참배를 했지요. 관리인 같은 사람이 뭐라뭐라 열심히 설명을 하고...나더니, 결국 안내한 곳은 기념품 파는 곳. -_- 참배객들이 우르르 기념품을 사는 것이 더 신기했어요.


 

건물들은 금박을 많이 입혔는데 비교적 근세에 지어진 것들인데다 보존이 아주 잘 되어있어서 옛스러운 느낌은 거의 없었습니다. 일본의 절들은 우리랑 가람배치가 다른데, 신사의 경우는 절의 가람배치를 변형시킨 것인지 좀 뒤죽박죽이라는 느낌. 
희한하게도 꼼양은 인왕상을 매우매우 좋아합니다. 집 근처의 혼몬지라는 절에 데려갔을 때 제가 겁을 줘서 놀리려고 인왕상을 가리키면서 "저것 봐라"했더니 "큰 이현이다!" 하면서 엄청 좋아하더군요 ^^;; 일본 절(과 신사)들은 사천왕 대신 인왕상만 두고있는지, 도쇼구에도 인왕상이 버티고 있었어요. 꼼양은 "큰 이현이"라면서 멀리서부터 반기며 좋아했지요.

여관에서 자고 일어나, 근처의 <에도무라(江戶村)>라는 곳에 갔습니다. 에도시대를 재현한 민속촌이라고 이해하시면 될듯. 요금이 매우 비쌌는데(어른 1명 4050엔-할인 가격이 이 정도) 시간이 많지 않아서 건성건성 본 것이 매우 아쉽습니다.
전설의 게이샤 오이란의 행렬하고, 어느 스님의 이야기를 액션활극으로 만들었다는 연극을 봤는데요. 오이란의 행렬은 독특한 옷차림과 헤어스타일, 구호(아주 특이함) 따위가 참 재밌었는데 연극은 별로였어요. 닌자 결투를 흉내낸 짧은 퍼포먼스와 오이란 공연도 있었는데 시간이 없어 못 봤어요. ㅠ.ㅠ

이런, 여행기가 길어졌네요. 다음에 또~



일본에서 너무 잘 노시는 거 아닙니까? 
ㅠㅠ
 
오홋 벌써 리뿔이!  
와~ 사진들이 너무 재미있어요 :)  
공부하러 간줄 알았더니..ㅋㅋㅋ 
여행기랑 사진 넘넘 재밌다. 빨리 일본 가고 싶어졌어.
 
4050엔! (어버버버;) 
그런데 중간에 사진같이 찍은 여자분은 무녀인가요? 
정말 윗글들도 그렇고요 사진들이 너무 따뜻해~ ㅠㅠ 부럽부럽 
써니님, 저는 빨리 장가 가고 싶어졌어..요 ㅠㅠ 어흑
 
처음엔 인왕상을 인왕산이라고 보고 거기도 인왕산이 있나..-_-; 라고 
하다가...(또한 역시 욘짱 베포도 크지..산보고 큰 이현이라니..라고까지 생각) 
인왕상이걸 알고 살짝 놀람. 그게 뭐에요? 

근데 정말로 여긴 관광을 위한 것들이 이쁘게도 많군요. 
뭐랄까. 역시 선진국의 공기가 느껴지는 느낌인 것이 깔끔깔끔- 
일본틱하네요. 이상한 기분.
 
그저 부러울 뿐입니다. 흑흑  
제 기억에, 파인만 물리학 강의 마지막 장 마지막 글에 일본의 Nikou(?)라는 도시가 나옵니다. 우기성이 보존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한 다음에, 파인만은 이렇게 질문합니다. 자연은 거의 완벽한 대칭으로 만들어졌지만, 우기성 비보존 때문에 완전한 대칭은 아니다. 왜 그럴까? 

파인만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일본의 닛코라는 곳에 가면 아름다운 문이 있다. 거기에는 정교한 장식물들이 붙어있는데 모든 것이 좌우 대칭이다. 하지만 딱 하나 어딘가에 비대칭으로 된 장식물이 있다. 이 문을 만든 사람은 왜 이렇게 했을까? 사람들의 설명은, 완벽한 대칭으로 만들면 신이 질투할까봐 그랬다는 것이다. 
그래서 앞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렇다. 신이 자연을 완전히 대칭으로 만들면, 인간이 질투할까봐 아주 작은 비대칭을 남겨 두었다. 
참 파인만다운 발상입니다. 어쨌건, 이 대목에서 나오는 니코우라는 도시가 어딜까, 항상 궁금했는데, 이제야 알았네요. 저기 사진에 나오는 게 바로 그 문이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소박하네요.
 
영어 철자로는 Nikko 인데요, 그 문은 어떤 문을 말하는건지 모르겠네요. :)  
다정한 모녀, 너무 예쁘다. 좋아보여서 좋아요. :) 
그리고 확실히 사진으로 보니 염장의 강도가 심하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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