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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카디미야 시장에서

딸기21 2003. 3. 1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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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에서 16일 열릴 예정인 미국·영국·스페인 3국 정상회담에서 이라크 개전 D데이를 잡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면서, 평온한 것처럼만 보였던 이라크 내 분위기도 점점 긴장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겉으로는 일상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만 며칠새 물가와 환율이 뛰기 시작했고, 바그다드 외곽에서는 참호를 파고 진지를 구축하며 전쟁에 대비하는 모습이 두드러지게 눈에 띄고 있다.

17일 바그다드의 유명한 재래시장인 카디미야 시장에는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나왔다. 이라크산을 비롯해 중국산, 시리아산, 이란산 물건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전쟁을 앞두고 있다고는 상상할 수 없을만큼 시장의 분위기는 활기를 띠고 있었다. 
그러나 환율은 지난해 10월 달러당 2000디나르에서 이달초 2250디나르, 중순 들어서는 2500-2600디나르를 넘나들고 있다. 특히 지난주부터 부쩍 올랐다. 아직 급격한 인플레가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물가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시장 사람들은 말했다. 스카프 한 개에 3000디나르, 여성들의 이슬람식 의복인 아바는 한 벌에 3만 디나르를 호가했다. 


재래시장에는 그래도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었지만 유명한 카디미야의 금시장에는 손님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경기가 안 좋은 탓도 있지만 이번 달이 모하람(이슬람력 1월)이기 때문이다.

고급상점들이 늘어서있는 몬수르거리와 가전제품 가게가 몰려 있는 카라데 하라지를 돌아봤다. 카라데 거리는 'LG 스트리트'라 해도 될 정도로, 두 집 걸러 하나씩 LG간판이 붙어 있다. 한 가게에서는 전자렌지를 사러 나온 부부가 "어째서 골드스타(금성)가 LG로 바뀌었느냐", "한국 상품은 뭐든지 좋다"며 관심을 보여오기도 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몬수르 거리와 카라데 거리 모두 경제난을 반영하듯 썰렁한 모습이었다.

긴장된 분위기를 일반인들보다 더 실감할 수 있는 것은 외국인들이다. 이라크 정부는 지난 12일 무기사찰단을 제외한 유엔 구호기관 요원들이 모두 철수한 뒤로 바그다드에 체류중인 외국인들의 숙소를 알 라시드, 알 만수르 밀리언, 팔레스타인 메레디안 등 3개 호텔로 제한했다. 


이라크는 지난 1991년 걸프전 때에는 출국을 희망하는 외국인들에게 정부 증빙서류까지 내어주며 출국을 도왔었다. 그러나 이후 이라크 정부 고위관료는 "외국인들을 내보낸 것은 큰 실수였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만일의 사태가 일어날 경우 외국인들을 인질로 잡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이미 미국의 CNN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외국 취재진들은 요르단 등지로 철수한 상태다.

이라크 정부는 날마다 대학생과 시민들을 동원해 반전시위를 열게 하면서 항전 자세를 다잡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시민들은 조금씩 동요하기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 특히 젊은이들은 정부 직원이 없는 자리에서는 현실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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