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이런저런 리스트

2004년의 책읽기

딸기21 2004. 12. 1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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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년부터 독서카드를 정리해왔으니,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런데 여지껏 연말결산은 해본 적이 없다. 책을 '결산'한다는 웃기고 재미난 아이디어가 여지껏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한마디로, 연말결산을 해볼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알라딘 서재질 덕분에, 다른 사람들은 연말 독서결산을 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난 좋아보이는 게 있으면 무조건 따라해본다. 그래서 지금 연말결산을 따라해보기로 했다. 

 


지금 나의 처지가 처지이니만큼 올해 읽은 것들 중엔 일본에 대한 책들이 많았다.

 

가라타니 고진의 '일본정신의 기원'으로 시작해서 루스 베네딕트 '국화와 칼', 마루야마 마사오 '번역과 일본의 근대' 그리고 '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 '도쿄이야기', 박지향 '일그러진 근대', 후지따 쇼오조오 '전체주의의 시대경험', 코모리 요우이치 외 '내셔널 히스토리를 넘어서', 가와무라 신지 '후쿠자와 유키치', 다카시 후지타니 '화려한 군주', 아사오 나오히로 '새로쓴 일본사', 비즐리 '일본근현대사'를 읽었다. 

그 중에서 인상적 내지는 감동적이었던 것을 꼽자면, 역시나 마루야마 마사오의 '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이 될 것이다. 어째서 마루야마가 일본 학계의 '텐노(천황)'라 불렸는지를 알게 해주는 저작, 1940년대 말 일본에는 이미 이런 수준의 '전후 분석'이 나와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큰 충격으로 와닿았던 책. 

 

'전체주의의 시대경험'은 '일본을 알자'라는 맥락에서 읽은 책은 아니고, 일본을 소개하는 책도 아니지만 끊임없이 비판하고 회의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채찍같은' 책이었다. '도쿄이야기'와 '화려한 군주'는 각각 '근대 도쿄', '일본 근대의례의 발명'이라는 한정된 주제를 밀도깊게 다뤄서 맘에 들었던 책들이었다. 이밖에 (일본을 주제로 한 것은 아니지만) 가라타니 고진의 또다른 책들을 읽어봤고, '화려한 군주'에서 가지를 뻗쳐 에릭 홉스봄 등의 '만들어진 전통'도 펼쳐봤었다.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가의 각오'도 올초에 읽은 몇권의 책 중 하나다.

 

굳이 구분하자면 '사회과학'이 되려나? 인문학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이런 분야에서 좋았던 책들을 꼽자면 안토니오 네그리 '제국'이 아주아주 재미있었다. 하버마스-데리다 '테러시대의 철학'도 괜찮았고, 문학과지성사에서 엮은 '주변에서 본 동아시아'도 누구에게든 추천하고픈 책이었다. 반다나 시바의 책 두 권(물전쟁/자연과 지식의 약탈자들)은 그것들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이었고 장하준의 책들(개혁의 덫/사다리 걷어차기)도 제법 재미있었다. 

 

마키아벨리 '군주론', 베네딕트 앤더슨 '상상의 공동체',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들뢰즈 '의미의 논리', 윌리엄 모리스 '에코토피아 뉴스'는 빚독촉 받는 심정으로 읽었다고 할까. 군주론은 재미있었고, 나머지는 재미없었다. (좋은 책들의 가치를 '재미'라는 기준으로 잘라버리기가 뭣하긴 하지만 어쨌든 기준은 '나'이니까)

반면에 중동-이슬람에 대한 책들은 아무래도 업무를 떠나있다 보니 많이 읽지를 못했다. 그대신, 그동안 통 안 읽었던 역사책들에는 재미가 좀 붙었는지, 조너선 스펜스의 책 왕창, 그리고 중국에 대한 책 몇권을 읽었다. 올해 또하나의 수확이라면 프란츠 파농의 책들을 읽은 것. 

 

과학분야도 좀 소홀히 했었는데;; 재밌었던 책이라면-- 단연 '엘레건트 유니버스'. 매트 리들리 '본성과 양육', 파인만의 '일반인을 위한 QED강의', 그리고 올해의 책으로 꼽은 '총,균,쇠'가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노는! 만큼, 평소 안 읽던 책들을 좀 읽어보자 하는 생각에서 손을 댔던 것들도 꽤 있다. 조셉 캠벨 '신화의 힘'은 단순한 '신화'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을 바라보는 노학자의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어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올해 나의 독서행태를 되돌아볼때 또한가지 특기할 만한 사실은... 소설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것! 단편집 몇권을 읽었지만 아주 재미있는 것은 없었고, 기억에 남는 소설이 있다면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너무 마음에 들어서 서평을 못 올리고 있다 ^^;;

앗차차 까먹을뻔했다... 소설 분야에서는... '반지제왕' 다 읽었다!

올해의 마지막 책은 아마도 '반투 스티브 비코' 혹은 '구술문화와 문자문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내년의 첫 책도 그 둘 중의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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