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여행을 떠나다

[2000 가을, 홍콩] Rice + Noodle = ?

딸기21 2000. 10. 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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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ce + Noodle = ?

사람들이 딤섬 얘기를 할 때부터 짐작은 했지만, 역시 저는 '여행체질'이 아닌 모양입니다. 홍콩에 도착한 첫날, 열심히 애드미럴티 지역을 헤매고 다니다가 퍼시픽 플레이스(Pacific Place)라는 큰 쇼핑몰의 식당가에 도착했습니다. 중국식, 일본식, 태국식 등등 여러나라의 음식을 뒤섞어서 잡탕으로 파는 코너들이 있는데 쭉 돌아보고 나서 가장 덜 느끼할 것 같은 Singapore Fried Rice Noodle을 주문했습니다.
저는 'rice + noodle = 밥과 국수'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왠걸, 볶은 쌀국수가 나오더군요. 새우와 청경채(인지 아닌지 잘 모르지만) 볶은 것 따위를 섞어서 국수랑 같이 볶은 음식인데, 28달러를 주고 사서 5달러어치밖에 못 먹었습니다. 그날 저녁 저는 결국 ParknShop이라는 24시간 편의점(굉장히 큽니다)에서 오렌지랑 연어초밥을 사다가 호텔방에서 꾸역꾸역 먹었습니다.

☆ 세상에서 가장 호사스런 선상 식당

오늘은 꼭 딤섬을 먹어보리라!
그렇게 맘을 먹고 스탠리를 지나 애버딘으로 갔습니다. 애버딘에는 '세상에서 가장 호사스런 선상 식당'이라는 '점보(Jumbo)'가 있기 때문이죠. '점보'는 한자로는 '珍寶'라고 쓰는데, 자기들끼리는 타이팍(Tai Pak), 즉 '태백(太白)식당'이라고 하더군요.
나무보트를 타고 점보까지 가서 무슨 전표같이 생긴 대기표를 받아들고 한참 기다린 뒤 드디어 자리를 배정받아, Garoupa Brisket이라는 음식을 시켰습니다. 뭔지 모르고 음식을 시키려니, 그것도 참 골치아프더군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느끼한 음식은 하나도 못 먹거든요.
나온 것은 흰 생선과 볶은 국수에 국물을 부은 음식이었는데 제 느낌에는 '대구탕면' 정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볶은 국수를 먹으니까 역시나 창자에 페인트를 쳐바른 것 같은 느끼함이 밀려왔습니다. 새우완자가 들어있는 딤섬도 시켜 먹었는데, 좀 느끼하긴 했지만 초고추장 비슷한 양념을 발라먹으니까 그런대로 맛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떠나는 길에 공항에서도 딤섬을 사먹었는데, 고기볶은 게 들어있는 달착지근한 찐빵같던걸요. 

☆ 퓨전, 퓨전...


아침식사는 주로 센트럴의 패스트푸드점에서 해결했습니다. 맥심이라는 가게인데, 커다란 체인점인지 센트럴 말고도 여러곳에 있더군요. 처음에는 뭘 시켜야 될지 몰라서(제가 먹을 수 있는게 뭔지 몰라서) 그냥 계란프라이와 베이컨을 시켰습니다. 그랬더니, 완전히 식은 프라이 2개와 반쯤 식은 베이컨, 역시 반쯤 식은 토스트가 나왔는데 따끈따끈한 커피같이 생긴 음료와 같이 나왔습니다. 먹어보니 커피가 아니라 차였습니다. 설탕을 듬뿍 넣어서(커피인 줄 알고) 이상한 맛으로 만들어서 마셨는데 그럭저럭 독특한 맛이 나긴 했습니다. 
다음날에는 옆에 서있는 아가씨를 붙잡고 다른 사람이 먹는 국물을 가리키면서 무작정 "나도 저게 먹고 싶다"고 했더니 주문을 해주더군요. 홍콩에서 먹은 것중에 제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음식이 그거였는데, 바로 '북어죽'입니다. 죽에다가 북어비슷하게 생긴 볶은 생선포를 넣고 끓인 건데, 간만에 다 먹었습니다.
사람들이 뭘 먹나 유심히 보니까, 정말 희한한 퓨전 음식들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마카로니와 소세지에 국물(육수?)을 부은 이상한 탕국, 쌀과 생선을 넣고 만든 어묵 비슷한 케이크, 돈까스를 얹은 덥밥에 오렌지 주스...퓨전음식의 본고장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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