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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미술

딸기21 2004. 11. 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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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미술 

셰일라 블레어 | 조너선 블룸 (지은이) | 강주헌 (옮긴이) | 한길아트 | 2003-01-15


이런 책이 나와있다는 사실 자체에 별 다섯개를 주고 싶다. 솔직히 책 자체로만 보자면 별다섯개 짜리는 아니다. 명실상부한 '개론서'로서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슬람 자체에 대한 책들도 변변히 없는 우리나라에서, 이슬람 미술에 대해 제법 알차게 소개한 이런 책이 나와있다는 것이 어디인가. 한길아트에서 시리즈로 나온 책들 중 하나인데, 이런 미술 시리즈 중에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이 한권도 없다는 사실이 아쉽긴 하지만 그런것까지 별점 매기는데 고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고.

개론서로서 장점을 말해보자면, 도판이 많은데다가 화질이 그런대로 좋다는 점이다(책값이 비싼 이유가 되기도 하겠지만). 책은 '이슬람 미술'이라는, 시대적 지리적으로 굉장히 애매할 수 있는 소재를 깔끔하게 정리해놓고 있다. 
 

이슬람 미술에서 회화의 중요성이 다른 문화에 비해 낮다는 점 때문에, 그리고 서구에 경도된 학문 보편의 문제점 때문에 흔히 대학의 미술사 수업에서도 이쪽 동네는 제껴지기 십상이다. 부부 미술사학자인 저자들은 책에서 이슬람 세계의 건축과 책, 공예를 주로 다루는데 이슬람 미술의 특징을 아주 잘 잡아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회화가 없다 해서, 그리스 조각같은 조각상이 없다 해서 미술이 없는 것은 아니니깐 말이다.

저자들이 핵심적으로 포착한 것은 페르시아를 중심으로한 이슬람의 제책술이라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인물 도상이 적은 대신 '손재주'로 발전한 다종다양한 공예품과 직물들, 그리고 이슬람 문화의 핵심 중의 핵심인 '책'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은 특기할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있다면.
 

개론서라는 특성상 여러가지를 두루두루 짤막하게 소개하다 보니 정작 이슬람 미술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이슬람 미술에 대해 모종의 로망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운 좋게도 이슬람 세계의 미술작품 몇몇을 직접 내 눈으로 볼 기회가 있었다. 모래바람에 덮인 사막의 모스크, 아름다운 금박으로 새겨진 쿠란, 아야 소피아의 거대한 현판, 오스만의 화려한 보석들, 술탄의 하렘을 장식한 푸른 모자이크 타일들, 사마라의 거대한 나선형 탑. 이 책은 그것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설명이 너무 건조하다. 미술을 다루는 책은 글조차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다...라고 하면 지나친 바램일까.
 

그리고 이 책의 저자들은 주로 제책술과 서예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페르시아 문화권(페르시아/무굴)의 작품들에 설명이 집중돼 있다. 반면에 이슬람 세계의 중심이었던 바그다드의 미술에 대해선 최소한도로만 언급하고 있고, 오스만의 건축들에 대한 설명도 적다. 개론서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어쩔수 없는 한계이긴 하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일하러 간대놓구 -_-;;) 이슬람 미술, 하니 대학 시절에 들었던 수업이 생각나네요. 두세명씩 조를 짜서 미술사 관련주제를 조사발표하는 수업이었는데, 그때 제 조의 발표주제가 '이슬람 미술'이었어요. 아는 분들은 다 아시는데 미술사 같은 수업은 참으로 유럽중심적으로 흘러서 기타 등등에 속하는 나라들은 다 수박겉핥기가 되어버렸다죠 -_-; 
암튼, 각설하고, 그때 했던 발표를 되살려(되살리기 엄청 힘듭니다 -_-;)보니 3-4권의 책을 쌍그리 훑어내린 결과 대표적인 것이 건축, 그리고 거기에 부수되는 장식으로서의 패턴/및 패턴을 이용한 공예품이었지요. 물론 모자이크도 포함! ^^ 제책술과 서예라니 그 때 자료에는 거의 다뤄지지 않던 것이었어요. 아마도 Fineart의 영역에 제책술을 포함시키지 않은 자료들만 보았던 것인가봅니다. 그 외에는 공예의 영역에 드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재현적인 형상을 그리거나 만드는 행위를 신이 금지한 중죄로 여겼던 신앙의 까닭이었다고 읽었지요. 
그러고보니 이슬람의 각종 연구와 그 결과로 만들어진 서책의 뛰어남과 방대함에 대해서는 윌리엄수사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도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건만, 꿰지 않은 채 방치한 구슬들이 이젠 다 모래가 되어가고 있어요, 으으. 
덧- 그때 제 파트너는 늘 가난을 비관하던 언니였는데, 도서관에서 서로 자료조사를 해서 모이자니까 책 복사비가 아깝다고 책장을 찢어오는 바람에 제가 충격을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언니는 머하구 사나?(궁금)

인물을 재현하는 것이 이슬람에서 금지돼있다고 하는 것이 통설인데, 정확히 말하면 꾸란에서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더군요. 실제로 이슬람 미술에서 '제책'이 중요한 것은, 꾸란을 장식하는 것이 장식미술이라 이름붙여도 충분할 정도로 미적 기능이 발휘된 것이었던 것도 있고요, 또 페르시아(이란)의 그림책들이 많이 있거든요. 제가 예전에 잠시 번역하다가 말았던 서사시 '샤나메'도 그렇고, 그런 얘기책에 삽화를 넣은 작품들이 많아요. 

이슬람이 인물 그림(조각)을 금지하고 있다,고 하기보다는, 이슬람 교의상 인물상이 필요가 없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거예요. 저 책도 이런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요. 이슬람에서는 무함마드=마지막 예언자이고, 신과 인간 사이에 '매개자'를 인정치 않거든요. 신과 인간이 직접 교류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별도의 인간, 즉 '사제(성직자)'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또 기독교의 성서가 '이야기'로 구성돼 있는 것과 달리 꾸란은 훈시(라고 해야 하려나) 같은 것들로 이뤄져 있어요. 그래서 '성화'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던 것 같아요.

오호 이거 살까말까 하다 안샀는데. 슬슬 들춰봤을 때 느낌은, 역시 너무 개론서여서 좀 아쉬었던 느낌이..(하기사 개론이고 뭐가 아는 것도 없는 주제에..) 
그리고 이슬람 미술의 정수는 뭐니뭐니해도 알함브라! ^^ 터키에 안가서 뭐라 말은 못하겠지만, 사진만으로 판단할 때는 분명 딸기가 올려놓은 사진들의 건축물보다 알함브라가 더 아름다운 것 같았어. 이스탄불의 궁전들이 훨 더 화려하긴 했지만 알함브라의 미묘한 매력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더라는. 하기야 모르지, 터키의 이슬람 건축들은 또 다른 매력이 있을지, 실제 가보면.

언니, 이슬람 건축물 중에서 알함브라는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손꼽혀요. 
하지만 '정수'가 뭐냐, 하면 조금 다른 맥락이 있을 수 있을듯. 
터키-- 이건 이슬람이라기보단 '제국의 건축물' 이런 느낌이 더 강합니다. 
터키의 건축물들, 그닥 아름답지 않아요. 아름답기로만 치자면 
사진에서 본 알함브라가 훨씬 더 이쁘지요! 
하지만 우리는 아직 이란의 건축물들을 모르니까요. 
저 책에서도 잘 알 수 있는 거지만, 이슬람 세계의 '정수'는 역시나 
이란-이라크입니다. 
고대 세계의 페르샤(이란), 메소포타미아-수메르-바빌론-앗시리아-우르(이라크) 
이름만 들어도 유구하지요. 
이슬람 이후에도, 페르샤는 페르샤, 아라비아는 아라비아. 
어느 분 말씀이, 이슬람 권의 핵심은 역시나 이란 이라크라고 하더군요. 
거지들(이집트)이나 벼락부자(사우디) 같은 나라들하고는 질이 다르다고요.

'아름다움'='정수' 는 아니라고 봐요. '정수'에는 뭔가 정신적/역사적인 것이
좀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잘 설명하긴 힘들지만) 

아무튼 사진으로 본 것들 중엔 이란의 이스파한의 모스크들이 가장 아름다웠고, 
그 다음엔 알함브라였습니다, 저는.

오오 하긴, 터키 대 스페인 이전에 이란과 이라크가 먼저 있었다는 걸 잊었군! 언제 생전에 가볼 날이 있으려나.. 근데, 정수라는 말은 그리 심각한 의미로 쓴 것이 아닌데..(쭈삣쭈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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