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명작만화 ^^ <십자군 이야기>

딸기21 2003. 12. 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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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발랄한 김태권군의 <십자군이야기> 1편이 드디어 나왔다. 역사만담이라고 하는데, 책표지에 쓰인 그 말처럼 만화가 아주 재미있고 유쾌하다. 

실은 그닥 좋지 않은 내용--'십자군'으로 표현되는 전쟁과 폭력, 야만 등등 우울한 역사를 다루고 있는데, 한층 더 우울해지는 것은 책에 담긴 내용들이 그대로 현대에도 반복되고 있다는 걸 우리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당나귀부시를 타고 다니는 은자 피에르, 여론조작의 대가 마틸다 백작 따위를 현대의 군상들과 연결시킨 것이 하나도 어색하게 안 보이고, 오히려 아주 정확해 보인다.

작가 자신은 '썰렁개그'라고 지레 손사래를 치지만 순간순간 넘쳐나는 재치가 돋보이기만 할 뿐. 얼마나 열심히 연구를 했는지, 문장 하나하나 그림 하나하나에 '원전'이 있고, 해석이 있다. 

<먼나라 이웃나라> 따위를 여기에 들이밀지 마시오. 그림에선 사실 다소 어색해뵈는 부분이 없지 않았는데, 작가가 옛그림들을 고증해서 그려붙였기 때문이다. 책장 한장 넘기기 무섭게 '참고' 삼아 올려놓은 옛그림들을 보는 것도 큰 재미다. 정말 크게 수고해서 그린 만화책이다.

김군은 문화일보 장정일삼국지 삽화를 그리고 있는 젊은 화가다. 대학 후배인데, 본격적으로 미술을 시작했는지는 몰랐었다. 얼마전 이 책 가제본된 것을 갖고 왔는데 보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에 제대로 출간된 책이 나왔기에 아침에 후다닥 읽었다. 박재동 화백이 '너무 재밌었다'는 내용의 추천사를 썼던데, 그래, 만화는 재미가 있어야지! 

실은 김군이 신문 북리뷰에 누나가 서평을 써주면 안될까요, 해서 나도 그러고 싶다고 대답했었다. 하지만 마침 만화 전공한 이가 만화책 그림책 리뷰를 전담키로 했다고 해서, 내가 명함을 내밀지를 못했다. 그 얘기를 했더니 김군이 "이건 사실 만화책이 아니라 인문학 책이라고요" 했는데, 그 말이 맞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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