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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 윈프리 마지막 쇼

딸기21 2011. 5. 2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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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가 물러나는군요. 저야 뭐, 윈프리 팬도 아니고 방송을 보지도 않습니다만... 그래도 어쩐지, "안녕히가세요, 오프라!"라고 인사라도 보내고픈 마음이랄까요.
 

24일 미국 시카고 하포스튜디오 홀에서 400여명의 방청객이 함께 한 가운데 ‘오프라 윈프리 쇼’ 최종회 녹화가 진행됐습니다. 미국시간 25일 방송되는 마지막회를 끝으로, 오프라 윈프리쇼가 25년 역사를 뒤로한채 마감하게 됩니다. 

제작사인 하포스튜디오 측은 마지막회 방송내용을 철저히 비밀에 붙이고 있어서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고 있는데요. 방청객들 통해 조금씩 흘러나온 얘기에 따르면 마지막회는 오로지 윈프리 본인에게 초점을 맞춰 구성됐다고 합니다. 눈물과 포옹으로 가득했다고 하니, 마지막의 감동이 남다를 것 같기도 합니다. 

윈프리쇼는 쉽게 만나기 힘든 유명인사 손님이나 아니면 감동적인 사연을 안고 있는 일반인 등 초대손님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진행되는 프로그램이지만, 마지막회에는 초대손님이 없이 무대에 의자 하나만 놓여 있었다고 합니다. 

윈프리가 그동안 살아온 자기의 인생, 삶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방청객들에게 전하고 팬들에게 감사인사를 보내면서 온전히 자기 이야기로만 풀어갔다는데요. 의자가 있었지만 거의 서서 방송을 진행했고요. 마지막엔 눈물을 흘리며 팬들에게 감사하고 스태프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끝을 맺었다고 합니다. 

마지막 방송에는 윈프리의 절친으로 알려진 영화배우 게일 킹, 배우 겸 감독 타일러 페리 같은 이들이 방청하러 왔습니다. 또 아널드 슈워제네거 부인으로 얼마전 별거에 들어간 마리아 슈라이버도 왔다고 하네요. 

윈프리는 이미 2009년 11월에 “25년째가 되면 쇼를 그만두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예고돼왔던 것이고 또 그만큼 작별 준비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주에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팬 1만3000명이 모인 가운데 성대한 작별행사가 이미 한 차례 열렸고 그 내용이 23, 24일 이틀 동안 방송됐습니다. 

이 공식 작별 팬미팅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때 노래를 불렀던 미국 흑인음악의 대모 아레사 프랭클린을 비롯해서 탐 크루즈, 스티비 원더, 마이클 조던, 마돈나 등 각분야 최고 스타들이 모두 참석했다고 합니다. 

시카고 하포스튜디오 건물에 있는 윈프리의 스튜디오 밖에는 마지막 녹화를 앞두고 24일 오전부터 작별인사를 보내려는 팬들이 몰려들었다는데요. 제작사 측에서 이미 지난 16일부터 이별의 슬픈 배경음악("It‘s hard to say goodbye")과 함께 마지막회를 알리는 예고편을 올렸는데 여전히 미국 시청자들은 쇼가 끝났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는 반응들입니다. 

윈프리의 명성답게 이 예고동영상도 방송인 월터 크롱카이트, 조니 카슨, 배우 메리 타일러 무어 등 거물급들이 등장하는 호화 예고편으로 만들어졌다니, 윈프리쇼는 정말 마지막까지 화제가 끝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윈프리쇼는 하포스튜디오에서 제작해 미국 CBS방송을 통해 방영돼온 토크쇼입니다. 1986년 9월 8일 첫 방송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25년간 방송회수가, 25일 마지막회까지 포함해서 4561회랍니다. 미국에서만 시청자 2200만명, 미국 이외 세계 105개 국의 700만 명이 시청을 했다고 하네요. 

숱한 유명인사들이 윈프리 쇼에 나왔죠. 가사도우미에게 폭력을 썼다 궁지에 몰린 수퍼모델 나오미 캠벨도 여기 나와서 해명을 했고요. 얼마전 사망한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결혼생활 등등에 대해 묻자 대답을 거부했죠. 그리고 나서 나중에 사과하는 해프닝이 있었고요. 배우 톰 크루즈는 2005년 무대 위 소파에 깡총 뛰어올라 새 여자친구 케이티 홈즈에 대한 사랑을 떠벌였다가 수많은 코미디쇼에 패러디되는 굴욕을 겪었습니다. 

종방 앞두고 최근 스튜디오를 찾은 사람중에 최고 거물은 오바마 대통령 부부입니다. 지난 2일 방영됐는데, 백악관에서 두 딸을 키우는 이야기 등을 털어놓으면서 윈프리쇼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습니다.
 



역대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초대손님은 
1993년 출연한 마이클 잭슨입니다. 마이클 잭슨이 생전에 방송에 잘 나오지도 않았거니와 소문이 워낙 많았잖아요. 윈프리가 잭슨의 '네버랜드'로 직접 찾아가 방송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잭슨이 피부질환인 백반증 환자라는 걸 스스로 밝혔죠. 잭슨 출연 때 무려 6200만명이 시청을 했다고 하네요. 

1988년에, 요즘 유행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시도해서 윈프리가 직접 다이어트에 나섰던 것도 유명한 에피소드입니다. “다이어트의 꿈은 이뤄진다(Diet Dreams Come True)”라는 타이틀로 윈프리가 직접 살빼기에 나서서 시범을 보여 한차례 다이어트 열풍을 불러일으켰죠. 특히 윈프리의 인생사와 맞물려 시청자들의 호응이 컸던 것 같습니다. 

윈프리 나이가 올해 67세입니다. 지금이야 세계 유일의 흑인 여성 억만장자지만 미시시피주 시골마을에서 10대 싱글맘의 딸로 태어나 밀워키의 가난한 동네에 자라면서 9살에 성폭행 당했고 14살에는 아들을 낳았죠. 전형적인 흑인 빈민가 소녀의 삶이었달까요. 아들은 생후 얼마 안 돼 죽었고, 윈프리는 테네시주에서 양아버지 손에 자랐습니다. 

시카고 지역방송 진행자로 시작해 탁월한 재능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했지만, 자기 쇼에서 항상 가슴아픈 사연을 지닌 이들에 대한 공감과 애정을 보여왔습니다. 예를 들면 어려서부터 성적 학대를 당한 뒤 다중인격장애를 앓게 된 여성, 교통사고로 전신화상을 당한 여성, 잃어버린 자식을 찾는 부모 등이 출연해 아픔을 나눴습니다. 

윈프리는 앞으로 영화·뮤지컬 출연 등 연예활동 외에, 사업가와 사회사업가로 활동할 거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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