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IMF 총재에게 성폭행 당할 뻔한 피해 여성은

딸기21 2011. 5. 1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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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성폭행 미수 사건 때문에 시끄럽네요.
스트로스칸은 올해 62세이고 프랑스의 장관을 지냈고, IMF의 수장이고, 차기 프랑스 대통령을 꿈꾸던 유력정치인이죠. 그렇다면 그에게 성폭행당할 뻔한, 부상을 입고 병원까지 갔던 피해여성은 어떤 사람일까요?
항상 이런 사건이 터지면 '스캔들'로 취급되고, 이면의 피해여성들이 오히려 꼭꼭 숨어야 하는 처지가 됩니다. 그 여성에 대한 기사들을 좀 찾아봤습니다. 피해 여성은 올해 서른 두살이고요. 서아프리카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기니 출신이라고 합니다.

이 여성이 일하던 곳은 프랑스계 호텔체인인 소피텔, 그 중에서도 뉴욕 맨해튼에 있는 호텔이었습니다. 그 호텔에서도 아마 숙박비가 가장 비싼 축에 속할 펜트하우스에 스트로스칸이 묵었다 하고, 이 여성은 그곳 청소를 맡고 있던 직원이었습니다.

이 여성은 그 방에 묵고 있던 남성이 자기를 성폭행하려 할 줄은 꿈에도 몰랐겠죠. 뿐만 아니라 오늘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 여성은 그 폭행미수범이 IMF 총재이자 프랑스의 유력 정치인인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이라는 사람인지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스트로스칸이 그 방 숙박비로 지불했을 비용은 뉴욕의 하층 이주노동자인 이 여성이 받는 급여보다도 훨씬 높았겠지요.


(여기가 Sofitel New York 이로군요. 사진은 hotelroom.com 에서 퍼왔습니다)

피해 여성은 올해 서른 두살인데 7년 전 딸 하나를 데리고 미국으로 이주했습니다. 지금 15살 딸을 혼자 키우고 있답니다. 


스트로스칸의 변호를 맡은 사람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마이클 잭슨의 아동성추행 재판 무죄판결을 이끌어낸 스타 변호사입니다.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스트로스칸의 변호사 수임비용은 어마어마한 액수일 겁니다. 피해 여성 쪽은 제프리 샤피로라는 변호사가 변호를 맡았는데요. 뉴욕에서 노동차별, 고용관련 사건들을 주로 변호해온 사람입니다. 친구가 이 사건을 맡아보라고 권유해서 이 여성을 변호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피해 여성은 자신을 공격한 남성이 그렇게 거물인지도 몰랐고, 더군다나 그 쪽에선 음모다라고 주장을 하고 있어서 몹시 당황한 상태라고 합니다. 샤피로 변호사가 가디언과 인터뷰를 했는데, “이 여성은 지금 이 세상에 자기 혼자 남겨진 것처럼 고립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네요. 사건 뒤 며칠째 두려움에 떨며 집에도 들어가지 못해 딸 얼굴도 한 번 밖에 못 봤다고 합니다.

법치라든가 사회정의하고는 거리가 먼 사회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이 여성은 자기에게 어떤 법적인 권리가 있는지도 모르는 채 떨고 있다고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스트로스칸이 이끌던 IMF는 그런 나라들의 경제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는 기구였는데 말이죠.

기니는 프랑스 식민지였던 나라입니다. 이 또한 아이러니죠. 기니는 서아프리카 중부에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의 하나랍니다. 1인당 GDP가 지난해 기준 1000달러, 그러니까 통계가 무의미한 최빈국입니다. 2008년부터 수시로 군사쿠데타가 일어나고 있고요.

기니는 1958년 아프리카 국가들 중에선 비교적 일찍 프랑스로부터 독립했습니다. 지금도 공식 언어는 프랑스어이고, 그래서 피해여성도 프랑스계 호텔에서 일하게 됐던 듯합니다. 그런데 다시 프랑스 정치인에게 공격을 당했으니, 우리도 식민지를 겪었지만 입장을 바꿔서 일본 유력 정치인과 한국 이주노동자 사이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하면 온 나라가 난리가 났을 겁니다.

Jeffrey Shapiro sitting in an interview

Dominique Strauss-Kahn maid ‘feels alone in the world’ /가디언

문제의 스트로스칸은 라이커스 아일랜드 섬 교도소에 수감됐는데요. 원래 여기는 전염성 질병에 걸린 구속자들을 수감하는 곳인데, 지금 구치소가 많이 비어있다고 합니다. 스트로스칸이 거물급이라서 일부러 여기 수감한 것 같네요. 스트로스칸이 수감된 건물엔 감방이 14개인데 모두 비어있어 지금 혼자 있다고 합니다.

유력인사가 감옥에 갇힐 경우 충격 때문에 자해를 하거나 자살기도를 하는 경우가 있어서 교도소 측에서 감시인력을 붙여놓았다고 하고요. 화장실과 싱크대가 딸린 감방이고, 식사도 거기서 한답니다. 수감 중에도 특별대우랄까요. 원래 수감되면 교도소에서 주는 유니폼을 입어야 하는데 스트로스칸은 교도소 기준을 통과한 자기 개인 옷을 입고 있다고 하고요

French politician on suicide watch in New York /AP

지금 성폭행 미수 뿐 아니라 불법감금, 강제추행, 형법상 성범죄 등 여러 항목으로 기소돼 있어서 만일 이 모든 혐의들에 유죄판결이 날 경우 5년에서 길게는 25년까지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변호인 측은 “피해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여성의 진술이 일관되지 못하다”면서 계속 음모론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스트로스칸은 IMF를 이끌 입장이 아닌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는데, IMF 총재 자리에선 곧 쫓겨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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