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니자르 카바니, '빵, 해시시, 그리고 달'

딸기21 2005. 9. 3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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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해시시, 그리고 달


Nizar Qabbani


동쪽에서 달이 태어날 때
흰 지붕들 위로 잠든채 표류해갈 때
높이 떠오른 빛덩이 아래로
사람들이 가게 문을 닫고 떼지어 행진해간다
달을 만나러
빵과 라디오를 들고 산꼭대기로
환각제를 들고서
거기서 사람들은 마약을 사고판다
그리고 이미지들,
달이 생명을 얻을 때 사람들은 죽어간다
저 빛나는 원반이 내 고향의 무엇이런가
예언자의 땅,
검소한 사람들의 땅
담배를 씹고 마약을 팔아대는 사람들의 땅
달이 우리에게 해주는 것이 무어가 있나
용기를 탕진하면서
천국을 구걸하는 우리들에게
게으르고 나약한 이들에게
천국이 무슨 필요가 있나
달이 생명을 얻을 적에
사람들은 시체로 변해간다
그리고 성인들의 무덤을 파헤치면서
밥과 아이들을 내놓으라 한다
세련되고 우아한 깔개를 펼치고서
'운명' 혹은 '숙명' 이라는 이름의
마약으로 스스로를 위로한다
내 조국,
달빛이 내리꽂힐 때 
나약함과 부패가 사람들을 붙들어매는 땅
깔개들, 수천개의 바구니들,
찻잔들, 그리고 언덕 위에서 맹세한 어린아이들
어리석은 울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사람들이 빛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내 조국
모두가 장님으로 살아가고
기도하고 
간음하고
체념한 채 살아가는 곳
그들에겐 언제나
초승달 뿐이다
"오 초승달이여!
기적의 신이 기다리고 계시네! 
믿을 수 없는 기적을!
당신은 언제나 우리를 위해 동녘에 계시네
감각을 잃은 군중을 위한 
다이아몬드 한 무더기"

달이 저물어가는
동쪽의 밤
동녘은 명예와 활력을
모두 빼앗겨 버리다
네 명의 아내를 가져도 된다고 생각하면서
심판의 날을 믿는 
맨발의 군중들
꿈속에서만
빵을 먹을 수 있는 수백만의 사람들
집안에서 기침으로 밤을 새던 사람들
약이라고는 구경 한번 못 해보고
불빛 아래 시체처럼 쓰러지는 사람들

어리석은 울음소리
죽어가는 흐느낌만이 있는
내 조국
초승달이 뜰 때마다
눈물이 늘어나고
형편없는 류트 혹은
'밤'의 노래곡조에 감동하는 곳
내 조국, 
검소한 사람들의 땅,
끝없는 노래를 길게 늘여 불러
동녘을 소비하고 파괴하는 곳
동녘은 역사를 씹어대고 
무기력한 꿈과
공허한 전설을 씹어대면서
아부 자이드 알 힐랄리의 피카레스크에서
영웅주의의 총합을 본다


1954


번역 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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