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이웃동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시나리오

딸기21 2011. 3. 17.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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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1원전 폭발을 막기 위한 사투가 벌어지고 있다. 다행히도 원자로와 폐연료봉 저장고의 냉각에 성공하면 폭발과 같은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방사성 물질이 상당량 누출되는 것을 막기는 힘들어 보인다. 



현재로서 최선의 시나리오는 일본 당국과 도쿄전력 측이 17일 시작한 냉각수 살포-전력공급-펌프가동의 3박자가 맞아떨어져 2, 3호기 원자로의 노심이 녹는 과정을 중단·지연시키고 3, 4호기 내부에 보관된 사용후 핵연료봉(폐연료봉)의 대기중 노출이나 핵분열을 막아내는 것이다.
앞으로도 길게는 몇달에 걸쳐 방사성 물질이 여러 원자로들에서 퍼져나가겠지만, 인체에 즉시 치명적인 수준을 일으키는 정도는 되지 않을 것이며 태평양 쪽으로 날아가면서 희석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까지 가장 심하게 방사선에 피폭된 사람은 지난 12일 원자로 증기를 빼내기 위해 개폐작업을 하다가 실려간 도쿄전력 작업팀장이다. 이 직원은 10여분만에 106밀리시버트(mSv)의 방사선량에 노출됐으나 치명적인 암이 발병할 가능성은 1% 정도다. 


그나마 희망적인 이 시나리오의 근거는, 비록 40년 된 노후 원자로라고는 해도 후쿠시마 원자로들이 아직까지 버텨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국 가디언은 16일 인터넷판 기사에서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의 차이를 짚었다. 체르노빌 원자로는 냉각기능을 잃은 뒤 수증기 압력이 높아지면서 증기폭발을 일으켰다. 원자로 지붕이 날아갈 정도의 대폭발이어서, 방사성 물질들이 대기 높이 치솟아 광범위한 영역에 퍼졌다. 

체르노빌 원자로에는 노심 보호장치가 별로 없었다. 그리고 소련 당국은 주민들을 제대로 대피시키지도 않고 심각성을 부인하기 급급했다. 이와 달리 후쿠시마 원자로는 설계 상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전원이 꺼져 냉각기능을 잃은지 엿새가 지나도록 대폭발 같은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노심은 20㎝ 두께의 철제박스에 쌓여 있고, 콘크리트 보호막이 이를 감싸고 있다. 


좀더 우려스러운 시나리오는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누출돼 일본의 인구밀집지역에 큰 피해를 주는 것이다. 그린피스 국제반핵캠페인 팀장인 노르웨이의 얀 베라넥은 16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방사성 물질들이 체르노빌에서처럼 고공으로 치솟아 광범위한 영역에 퍼지지 않더라도, 일본 상공에 ‘방사성 구름’을 형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폭발을 피한다면 방사성 물질이 대기중으로 높이 올라가지 않기 때문에 현장 상공의 비교적 낮은 곳에 농축되어 ‘좁지만 심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에는 다행이지만 일본에는 나쁜 일”이 될 것이라고 베라넥은 지적했다.
후쿠시마 사태가 체르노빌보다는 영향력이 적지만 스리마일 때보다는 심각하다는 데에 대부분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영국 핵전문가 로런스 윌리엄스는 “후쿠시마 원전 주변지역이 거주불가능한 곳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세번째, 이보다 훨씬 나쁜 경우도 상정해볼 수 있다. 냉각에 실패, 원자로 1개 이상에서 멜트다운(노심 용해)가 일어나 피복관이 녹고 연료봉이 노출되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자로들은 연료봉을 수십~수백개씩 묶은 ‘연료집합체’를 격자형으로 모아놓은 방식이라 냉각이 힘들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노심이 완전 용해되지 않더라도 원자로 내 냉각수가 ‘냉온정지(100도 이하로 떨어져 안정적인 상태가 되는 것)’에 이르지 못해 증기압이 커지면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이미 3차례 이상 1~3호기에서 소규모 폭발이 일어난 바 있다. 혹은 연료봉 피복관이 벗겨져 물과 접촉하면서 생긴 발화성 강한 수소가 폭발하는 것이다. 이미 1~4호기 모두에서 수소폭발로 볼 수 있는 폭발과 발화가 일어났다.
 

네번째, 체르노빌보다 후쿠시마가 더 걱정되는 요인이 있다면, 바로 폐연료봉이 보관돼 있다는 점이다. 이미 폐연료봉 저수조의 물이 말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폐연료봉에서 나온 핵분열 산물이 대기중에 노출되거나 혹은 핵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 아직까지 이와 같은 사례는 없지만, 1957년 옛소련 첼랴빈스크에서 일어난 마약(Mayak) 핵폐기물 저장탱크 폭발사고를 통해 파괴력을 유추해볼 수 있다.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 기준 6등급이었던 이 사고로 200여명이 숨지고 27만명이 인체에 유해한 수준의 방사선에 피폭됐다. 


세번째, 네번째 경우에는 대량의 감마선이 방출된다. 핵폭탄이 터지는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내 사상을 유발하는 것은 감마선이다. 주민 대피가 중요한 것은 폭발 당시의 감마선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감마선은 에너지가 큰 대신 순간적으로 사라진다. 3호기의 연료로 사용되는 플루토늄이 방출되면 원자로 주변지역에 오랜 시간 남아있겠지만 직접 흡입하거나 섭취하지 않으면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은 덜하다. 이 경우 심각한 걱정거리는 오히려 환경오염 쪽이다. 

세슘137, 요드131 등의 방사성 물질은 휘발성이 강해 넓은 지역으로 퍼진다. 요드131은 반감기가 8일이어서 1개월 안팎에 사라질 수 있지만 세슘137은 반감기가 30년이다. ‘방사능 비’를 타고 토양을 오염시킬 수 있다. 영국 노팅엄대 닐 스크루트 교수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곡물, 가축에 축적된 방사성 물질이 인체에 들어가는 것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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