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이웃동네, 일본

원전 대책, 모두 어긋났다

딸기21 2011. 3. 17.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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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핵 안전신화’는 허구였던 것일까.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만일의 사고에 대비한 여러 단계의 대책들이 모두 어긋난 것으로 드러났다. 전력사업을 민영화한 뒤 당국이 원전을 운영하는 전력회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본을 지역별로 나눠맡고 있는 주요 전력회사들은 냉각용수를 구하기 쉽고 인구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바닷가에 주로 원전을 세워왔다. 하지만 거대 지각판들끼리 충돌해 지진과 쓰나미를 동시에 일으키는 메가스러스트(megathrust) 앞에서 바닷가의 원전들은 속수무책이었다.

미 지질조사국(USGS) 자료에 따르면 20세기 내내 5~6번에 불과했던 메가스러스트가 2000년대 들어서만 수마트라 지진(인도양 쓰나미·2004), 칠레 지진(2010), 일본 도호쿠지진(2011) 등 벌써 세 차례나 일어났다. 섬나라인 일본이 원전 건설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17일 헬기에서 바라다본 후쿠시마 제1원전. /AP-교도통신
  
전력회사들은 바닷가에 원전을 세우면서 쓰나미를 예측하고 방파제 등의 대비책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쓰나미 한도를 너무 낮게 잡았다.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1원전은 5m의 파고를 예상하고 지었으나 이번 쓰나미의 높이는 10m가 넘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5일 전력회사들이 일제히 쓰나미 예상기준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간사이전력이 보유한 후쿠이현 미하마원전, 오이원전, 다카하마원전 등은 0.74~1.86m의 쓰나미를 상정해놓고 있었다. 홋카이도전력은 도마리무라에 있는 도마리원전을 지으면서 9.8m로 가장 높은 기준치를 상정했지만 도호쿠를 강타한 이번 쓰나미에서는 최고 24m의 파도가 관측됐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1원전과 2원전에 10기의 원자로를 모아놓았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 핵발전단지에 동시다발 사고의 매뉴얼이 없었다. 3호기의 폭발로 2호기가 부서지고 4호기의 폐연료봉 온도가 올라가는 동시다발 사고가 일어나자 당국도, 회사 측도 우왕좌왕했다.


만일의 테러 등에 대비해 원자로 안에는 항공기 충돌에도 부서지지 않는 강도의 격납용기를 설치한다. 하지만 후쿠시마에 있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마크-1형 원자로들은 그같은 안전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노후원자로로 알려졌다. 이 원자로들은 전원이 끊기자 냉각기능을 잃고 내부의 폭발과 화재에 부서지기 시작했다.

원전 전체가 날아가는 대폭발은 없었지만 방사성 물질을 묶어두는 보루인 격납용기가 2호기에서는 부서졌고, 3호기에서는 손상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폐연료봉을 별도 보관시설이 아닌 원자로 내 수조에서 냉각시키는 것이 위험하다는 게 이번에 드러났지만, 그에 대한 대비책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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