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호빗 때문에 노동법 개정

딸기21 2010. 10. 28.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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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가 영화 한 편 때문에 법을 바꾸기로 했군요.

존 키 뉴질랜드 총리는 영화 <호빗> 제작사인 미국 워너브라더스와 이틀 간 협상을 한 끝에 노동법을 바꾸는 조건으로 <호빗>을 뉴질랜드에서 촬영하기로 27일 합의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습니다. 


 이상한 포스터... fan poster랍니다


제작사 쪽에서는 현지에서 채용된 사람들이 피고용인 신분을 바꾸지 못하도록 노동법을 개정해달라고 요구해왔습니다. 결국 뉴질랜드 정부는 제작사 쪽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습니다. 현 국회 의석은 집권 여당 69석, 야당 53석이어서 법안은 무사통과될 것 같습니다.



노동법 개정의 핵심은 ‘신분 변경불가’ 조항이었답니다. 
제작사가 현지에서 사람들을 채용할 때 ‘독립계약자’와 ‘피고용인’ 두 범주로 나눠 계약을 하는데, 피고용인이 되면 독립계약자보다 훨씬 회사에 종속되어야 하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에게 불리하겠죠. 
영화사에서는 한번 피고용인으로 계약을 했으면 독립계약자로 바꾸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이 두 계약형태의 구분을 명확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던 것이고요. 이걸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뉴질랜드에서 촬영을 하지 않겠다고 뉴질랜드 정부를 압박해왔습니다.



Thousands take to the streets in Wellington calling for studio bosses to not be swayed
from producing the planned "Hobbit" movies in New Zealand. Video courtesy of Reuters.



뉴질랜드 정부는 법을 바꿔주는 것 뿐 아니라, 제작진에게 최대 3400만 뉴질랜드 달러(약 286억원)의 세금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습니다. 워너브러더스 측은 현행 15%인 세금감면 혜택을 더 높여 달라고 요구해왔습니다. 또 뉴질랜드 정부는 영화 마케팅 비용 1340만 NZ달러(약 113억원)도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영화 한 편을 붙잡기 위한 것 치고는 파격적인 조치로군요. 뉴질랜드 정부가 호빗을 유치하기 위해 부담해야 되는 돈이 총 1억 NZ달러(약 842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보도도 나옵니다.

그래서 뉴질랜드에 남는 것이 뭐냐고요. 물론 '돈'이죠. 그리고 '일자리'.

영화 촬영 예산이 무려 6억7000만뉴질랜드 달러(5600억원)랍니다. 그 전부는 아니더라도 상당부분을 촬영지인 뉴질랜드에서 쓰겠죠. 내년 2월 촬영에 들어가서 영화가 개봉되는 게 내후년 초라고 합니다. 영화를 찍는 동안 일시적이라고는 해도 일자리가 생길 것이고요. 
또 워너브라더스 측은 호빗과 관련된 모든 마케팅용 화면과 자료에 뉴질랜드를 홍보하는 내용을 넣어주기로 했답니다. 그리고 특별개봉 행사를 세계 곳곳에서 할 적에 뉴질랜드에서도 한번을 하기로 했고요. 
정부 측은 일자리가 수천 개 만들어질 것이고, 촬영지가 관광명소가 되면 두고두고 수익이 남을 것이고, 관광산업과 해외홍보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호빗은 <반지의 제왕> 만든 피터 잭슨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 영화인데, 잘 알려진 대로 잭슨은 뉴질랜드 출신이죠. 뉴질랜드는 이미 <반지>의 경험을 통해, 영화 하나가 얼마나 큰 파급효과를 미치는 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시네21 기사를 보니까, <반지> 이전까지는 뉴질랜드에서 한해 평균 제작되는 영화편수가 5편에 그쳤다고 합니다. 그런데 반지제왕을 계기로, 엄청난 영화 인프라가 형성됐다는 겁니다. 처음엔 피터 잭슨이 뉴질랜드에서 반지제왕을 찍는다고 했을 때만 해도 다들 안 될 거다, 헐리우드 아니고서는 그런 대작을 못 찍는다 하는 관측이 많았는데 잭슨은 그런 예측을 멋지게 뒤집어버렸습니다. 
지금은 뉴질랜드 인구 400만명 중 영상산업 종사자가 3만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반지> 3부작으로 고용된 인원이 2만3000명이었다니 엄청나죠.


뉴질랜드에서 영화 찍으실 분들을 위한 사이트... ^^;;  http://www.filmnz.com


뉴질랜드는 아직도 자체 영화생산 편수는 많지는 않지만 로케이션과 후반작업의 강자라고 합니다. 톰 크루즈가 나왔던 <라스트 사무라이> 상당부분이 뉴질랜드에서 촬영됐고 영화 <킹콩>도 뉴질랜드에서 여러 장면 찍었고요. 한국 영화 중에도 <실미도>하고 <올드보이>는 겨울이 아닌 계절에 겨울 장면을 찍기 위해 남반구인 뉴질랜드에서 촬영을 했습니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자연, 원시림과 산악지대의 절경, 그리고 북반구하고 계절이 반대라는 점 등등 때문에 인기를 끄는 모양입니다. 특히 할리웃 재난영화나 액션 촬영지로 인기가 많다는데, 그런 영화들은 대개 '블록버스터'이니 뉴질랜드가 '대형영화 인센티브'를 계속 주는 것도 이해는 가네요.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 한해 뉴질랜드 영화 산업 수입은 28억 NZ달러(2조3600억원)에 이르렀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너무 많은 혜택을 줘가며 특정 영화 한편 유치하는 것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습니다. 뉴질랜드 노조연맹(CTU)은 “외국 기업이 우리 노동자의 권리를 빼앗아가는 일이 일어났다”면서 뉴질랜드가 지불해야 할 비용이 지나치다고 비판했습니다.




‘피고용인’에는 배우들도 해당됩니다. 그래서 배우노조는 호빗 제작자들이 배우들을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내몰고 있고, 이런 식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은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반발해왔습니다. 
배우노조는 처음엔 촬영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랬더니 잭슨 감독은 뉴질랜드에서 찍지 않겠다고 했고, 일부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영화 유치를 꼭 해야 한다”면서 시위를 하는 일까지 있었다. 그래서 결국 배우노조도 물러섰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노동계와 녹색당 등 야당들 사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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