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칠레 '광부들을 구하라'

딸기21 2010. 8. 27. 18:50
728x90
지난 5일 밤 칠레 북부 아타카마주 코피아포의 산호세 구리광산의 갱도가 무너지면서 광부 33명이 매몰됐습니다. 17일만이던 22일 이들이 살아있다는 사실이 구조팀에게 올려 보낸 ‘쪽지’를 통해 확인이 됐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가 동영상으로도 공개가 됐다는군요. 구조되는 순간까지 지구촌을 달굴 인간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고를 당한 간부들은 지하 688m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상의 구조팀은 광부들이 갇혀 있는 곳까지 작은 구멍을 뚫어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데, 광부들의 상태를 좀더 자세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소형 카메라를 내려 보냈다고 합니다. 광부들이 직접 카메라로 자신들의 모습을 찍어 다시 지상으로 올려 보냈고, 칠레 국영방송 TVN이 그 동영상을 26일 공개했습니다.

“20일 동안 700미터 땅속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긍정적이고 활기찬 모습을 보여줘서 국민들이 다시 한번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TV에 공개된 것은 5분 분량이지만, 광부들이 찍어 올려 보낸 동영상 전체는 45분 분량이라고 하고요. 한 사람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어떻게 연명하고 있는지, 동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매몰자들은 여러 공간의 피신처를 나눠 쓰고 있는데, 양치질에 쓰는 작은 컵 같은 것도 비춰주면서 “모든 것을 잘 조직해나가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구조팀은 광부들에게 금속 캡슐을 가지고 음식물과 약품을 공급해주는데, 이 캡슐은 국민들 사이에서 ‘비둘기’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고 합니다. 지름 12cm에 길이 1.6m라고 하니까 긴 파이프 모양인가 봅니다. 이것을 하루 12번을 내려 보내 광부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VIDEO Rescuers workers and relatives camp outside the gold and copper mine in Chile's Atacama desert

as the 33 miners trapped underground settle in for a months-long wait for rescue. Duration:00:

32(AFPTV)





땅속에 갇혀 수십 명이 기나긴 시간을 보내려면 얼마나 답답하고 스트레스를 받을까요? 탁자 하나가 있어서 거기서 카드를 치면서 불안감을 달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하고, 또 매일 서로 모여 기도를 하고, 모든 결정을 33명이 함께 내리면서 밀폐된 공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피해나가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고 합니다. 다들 카메라 앞에 모여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해 달라”, “빨리 꺼내 달라” 외치는 모습도 잡혔습니다. 
이렇게 밝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는 썼지만 광부들의 상황은 당연히 위험하겠지요. 하이메 마날리히 보건장관은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광부들 체중이 빠지고 탈수 증상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하 피신처 온도는 29.5도. 지상과 연락이 되기 전까지 17일 동안 참치캔 등 이틀치 식량으로 버텨야 했기 때문에 다들 8~10kg 씩 빠졌다고 BBC방송은 전했습니다.

구조팀이 음식물을 내려 보내는 것은 물론이고 환기를 시켜주기 위해 비상구멍 3개를 뚫었다고 하는데 생환까지 4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합니다.

당국은 광부들이 있는 곳까지 지름 약 66㎝의 구조용 수직갱을 파내려간다는 계획입니다. 그래서 40톤 크기의 대형 굴착기까지 동원했다고 하네요.
‘지층(Strata) 950’이라는 이 장비를 사용하면 지름 5m, 최대 1300m 깊이까지 파들어 갈 수가 있습니다. 수직갱을 파는 설비로는 세계 최고의 성능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문제는 이런 식의 대규모 광산 구조작업은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 설비를 이용한다고 해도 지금까지 최대 기록이 하루 20m 판 거라고 한다. 그나마도, 지하에서 이 설비로 위로 파고 올라간 것이고요. 지질이 불안정하고 생존자들의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시돼야 해서, 갱도 파는 데에만 석 달이 더 걸린다는 겁니다. 세계에서 가장 길고 힘든 구조작업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래픽 BBC


사람 몸이 빠져나올 정도의 수직갱을 뚫어 매몰자를 구조하는 기술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63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섀프턴 탄광에서 광부 2명을 14일 만에 구조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2007년 유타주 크랜들 캐년 탄광사고 때에는 실패해서 광부 6명과 구조대원 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문제의 광산을 상대로 한 소송도 벌써 시작됐습니다. 26일 칠레 정부와 광산 소유업체인 산 에스테반 프리메라를 상대로 매몰자 가족들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이후의 배상판결에 대비해서 이 회사의 자산 180만 달러를 동결했습니다. 
하지만 구조비용 자체가 워낙 많이 들어가는 상황입니다. 칠레 구리광산협회 측은 최소한 2000만 달러(240억원)는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칠레 정부가 구조장비를 동원하는 데에만 지금까지 300만 달러가 들었습니다. 정부 측에서도 그 돈을 회사 측에 청구할 계획인데 이 회사가 소규모 회사라서 과연 가능할지도 의문이라고 합니다. 

칠레는 중국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처럼 대형 사고가 많지는 않지만 세계 최대 구리광 보유국이어서 사고가 없지는 않습니다. 산호세 광산에서만 최근 몇 년 새 사고로 숨진 광부가 16명. 2007년에도 안전사고 때문에 광부 1명이 숨져서 광업부에서 광산을 폐쇄했는데, 1년 만에 다시 채굴허가권을 내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은 이번 사고 발생 직후 관리부실 책임을 물어서 광업부 간부들을 해고했습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