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파키스탄 물난리

딸기21 2010. 8. 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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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북서부 카이바르-팍툰콰(북서변경주)의 노셰라에서 31일 홍수를 피해 모스크로 피신한 주민들이 구조를 하러 오는 군인들을 기다리고 있다. 노셰라|로이터


파키스탄 북서부에 재앙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군과 파키스탄 정부군의 ‘탈레반 제거작전’으로 초토화됐던 ‘카이바르 팍툰콰(북서변경주)’ 일대에 물난리가 나서 800명 이상이 숨졌다.

파키스탄 일간 ‘더네이션’은 잇단 폭우와 홍수로 북서변경주 일대에서 800명이 물에 빠져 숨졌으며 강물에 휩쓸려 내려간 실종자들도 계속 늘고 있다고 1일 보도했다. 북서변경주는 파키스탄 북서부의 산악지대로 서쪽으로는 아프가니스탄, 북쪽으로는 중국과 접경하고 있다. 몬순(열대 계절풍)이 몰고 온 폭우 때문에 대부분 산악지대인 북서변경주 곳곳의 계곡에 물이 들어찼고, 대도시인 페샤와르도 물바다로 변했다.

아프간으로 가는 길목인 카이바르 패스 일대는 도로 58곳이 침수돼 사실상 교통이 두절됐다. 중국과 파키스탄을 잇는 유명한 ‘카라코룸 하이웨이’도 비 때문에 끊겼다. 벼랑길 이곳저곳이 무너져 구조인력들조차 출입하기가 힘든 형편이라고 BBC방송은 전했다. 가뜩이나 험준한 지형 때문에 파키스탄 내에서도 소외된 지역이던 북서변경주는 고립된 섬처럼 변했다.

지난해와 올봄 파키스탄군이 대대적인 테러기지 소탕작전을 벌인 마르단, 디르, 스와트, 코하트, 데라 이스마일 칸 등의 마을이 또다시 최악의 홍수 피해를 입었다. 스와트에서만 151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더네이션은 “4000명 이상이 절박하게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데 구조대가 접근을 할 수가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오지 관광지로 유명한 스와트의 칼람 일대에서는 물살이 호텔 8채와 민가들을 덮쳐 2만6000명 이상이 이재민 신세가 됐다. 코히스탄 다이베르 계곡에서는 외국인 26명이 구조됐으나 여전히 200여명이 고립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군 병력 3만명을 동원해 구조·구호활동을 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유엔은 100만명 이상이 이번 물난리로 인해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31일 3000만유로(463억원)를 파키스탄에 긴급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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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에 대해서라면, 온통 아프간전 관련 뉴스나 테러, 재해 소식만 들려오는데.
하지만 파키스탄에 이런 곳도 있다.




마크라 봉우리라는 곳이다. 이하, 사진들은 위키에서 퍼옴.

그 다음은 북서변경주 스와트 계곡의 말람 자바 스키리조트.





'북서변경주(North-West Frontier Province)'라고 하면 좀 이상하게 들리는 게 사실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오렌지 자유주 만큼이나;;) 

파키스탄이 인도에서 갈라져나오기(1947) 전, 영국 지배를 받을 때 저런 이름이 붙어서 100년 넘게 저 지역은 저렇게 불렸다. 그러다가 요사이 들어서는 '카이바르-팍툰콰'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일종의 '탈 식민지 땅 이름 되찾기'의 일환이랄까. 

암튼 페샤와르는, 아시아의 거의 모든 나라를(북한까지!) 돌아다닌 호주 할머니 헤더씨가 꼽은 '최고의 여행지'였다. 내 경우는 카이바르 패스, 밍고라, 디르 등등과 함께 아프간전 때문에 알게 된 지명이지만... 

파키스탄군이 대테러전 한다면서 작년에 주민들 '학살'하다시피 했다는, 스와트 밸리 밍고라.

그 곳에 있는 한 레스토랑.




그리고, 스와트 밸리의 칼람에 있는 만키알 산과 초원.


These mountains of Mankhial and their meadows are located Just above the town of Kalam in Swat (사진은 플리커에서 퍼옴)


저런 곳에서 전쟁이 나고 물난리가 나고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여행에 관심이 많기도 하지만, 나는 국제 뉴스 기사를 쓰면서 종종 그 곳의 '아름다운 모습' 혹은 '일상적인 모습'을 사진으로 찾아본다. 그래야 '그 곳 사람들'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디어디에 전쟁이 나서 몇 명이 죽었다, 몇 명이 물에 떠내려갔다, 이런 식으로 '숫자'만 보게 되면 자꾸만 이 곳이 사람 사는 세상임을 잊어버리게 된다. 전쟁에서 미군들이 '바그다드 누구누구네집' '어느어느 백화점 옆 카페'를 폭격한다고 말하는 대신 '교량 B284' 이런 식으로 '탈 인간화' 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다. 한 이라크 소녀가 미국에서 연설하면서 '우리의 얼굴을 보아달라'고 했던 것처럼, 세상 모든 것에는 '얼굴'이 있다. 

그 얼굴은 때로는 아름다운 풍경, 때로는 저런 레스토랑, 때로는 그 곳 사람들의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 같은 것들이다. 그런 걸 조금이라도 보게 되면, 가보지 못한 곳일지라도 어쩐지 숫자 뉴스로만 볼 때보다는 정이 들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간의 '플레이'도, '역학관계'도 아닌, '사람들'이니까.




아름다운 스와트 밸리, 




그 곳에 사는 사람들,




2008년 정부군의 '토벌작전' 장면을 찍은 사진. 허핑턴포스트에서 퍼옴.



역시 정부군이 토벌작전을 했던 부네르 지역의 이슬람 반군들. 

그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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