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태국, 어디로 갈까… 전문가 진단

딸기21 2010. 5. 1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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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군이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레드셔츠’ 시위대를 유혈진압했으나, 향후 정국이 안정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한국외대 태국어과 이병도 교수(사진)는 19일 “탁신 지지세력의 재결집 여부, 왕실의 동향, 아피싯 웨차치와 현 총리의 정치적 역량 등 수많은 변수들이 있다”면서 “특히 군부의 움직임이 정국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부가 군을 동원, 시위대를 무력진압했다. 아피싯 정부의 다음 행보는.
“아피싯은 9월에 의회를 해산하고 11월에 총선을 치르자는 일정을 시위대에 제시한 바 있다. ‘9월 총선’을 고집한 배경에는 군부가 있다. 아누뽕 빠오찐다 현 육군참모총장이 9월 군 정기인사에서 물러나면 더욱 강경한 ‘반 탁신계’ 장성이 뒤를 잇기로 내정돼 있다. 시위대는 아피싯 정부와 군을 믿지 못하기에 즉각 총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시위대를 진압한 뒤 아피싯은 자신이 제시한 정치일정을 밀어붙이려 할 것이다.”

-다시 총선이 치러지면 친탁신계가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
“아피싯이 승리한다면 정통성을 인정받을 수 있겠지만 4500만 유권자 중 탁신을 지지하는 북부·북동부 주민과 빈민·농민이 절반이 넘는다. 2006년 탁신이 쿠데타로 쫓겨난 뒤 2007년 총선이 치러졌을 때에도 탁신의 후계자인 사막 순다라벳이 승리했다. 이듬해 군부의 묵인을 받은 ‘옐로셔츠’의 시위로 사막마저 축출됐지만, 다시 총선을 치른다면 또 탁신계가 승리해 2007년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소요가 다시 일어날 것으로 보나.
“이번 무력진압으로 탁신 지지자들을 일시 억누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크다. 군부와 기득권층은 권력을 내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 태국 군부는 과거에도 수차례 쿠데타를 일으켰다. 탁신계가 총선에서 승리하면 4년 전처럼 군부가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아피싯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정계입문 전까지 영국에서만 자라나 태국 내에 정치적 기반이 취약하고, 군 내부에도 지지기반이 약하다. 군부와는 ‘반 탁신’이라는 점 때문에 일시 제휴한 상태에 불과하다. 집권 뒤에 탁신을 지지했던 서민·빈민층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은 ‘옛 기득권층과 다를 것 없는 인물’로 보고 있다.”

-이전과 달리 왕실이 나서지 않는 이유는.
“겉보기엔 국민의 추앙을 받는 왕실이지만, 실제로는 1950년대 이래로 군부에 기대어 지탱하고 있다. 고령인데다 건강이 악화된 푸미폰 국왕은 국민들과 군부 사이에 끼어 어느 쪽도 편들어줄 수 없는 처지다. 게다가 후계구도를 놓고 마하 와찌랄롱꼰 왕자와, 짜크리 시린톤 공주·시리낏 왕비 측이 갈등을 빚고 있다고 들었다. 와찌랄롱꼰 왕자는 왕위계승서열 1순위이지만 사생활 문제 등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여동생인 시린톤 공주는 신망이 높지만 여성이라는 점이 현실적 걸림돌이다. 군부 내에서도 육군은 공주, 해군과 공군은 왕자를 지지하는 쪽으로 갈려 있다. 국왕이 서거하면 다시 정국이 요동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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