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태국 사태, 어린이들에게까지 총탄을..

딸기21 2010. 5. 17.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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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만이라도 살리자.”

태국 방콕 도심 라차쁘라송에 포위, 고립돼 있는 시위대가 총탄 세례 속에서 아이들과 노약자들을 17일 일단 피신시키기 시작했다. 시위 지도부가 이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 주변 사찰들로 아이들을 보내도록 시위 참가자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더네이션 등이 보도했다.
시위대 캠프 안에는 농성 중인 부모와 함께 있다가 전시상태나 다름없는 상황을 맞은 어린이들이 2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 지도부의 한 명인 나따웃 사이꾸아는 “현재 상황이 몹시 위험해서 아이들과 함께 있는 부모들에게 농성장을 빠져나가도록 설득하고 있지만 일부는 계속 있겠다고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용노동자로 시위에 참가했다는 까능 파나는 “딸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집회에 데리고 왔는데, 이대로 물러나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 아이를 데리고 시위에 참가한 깜삣이라는 여성 농민은 “아이가 있다는 핑계로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다”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군은 아이들·노약자들까지 포함된 시위대에 계속 총탄을 퍼붓고 있다. AP통신은 군 저격수들이 고층건물 위에서 시위대를 향해 사격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정부 측은 “시위대가 무력을 행사하면서 아이들을 방패로 쓰고 있다”고 주장한다. 16일에는 정부의 요청으로 태국적십자사와 아동단체 간부들이 시위대를 방문, 어린이들을 피신시킬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아이들과 노약자들이 빠져나가는 순간 군이 농성장을 탱크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1만명에 이르던 시위대는 지금은 5000명 규모로 줄었다. 군이 시위대를 에워싸고 있고, 그 밖에서는 시위를 지지하는 이들과 슬럼가 주민들이 군인들에게 돌을 던지며 포위를 풀라고 요구하고 있다.

라차쁘라송 이외의 지역들도 위험지대로 변하고 있다. 도심에 인접한 고급호텔인 두싯따니 호텔 내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AFP통신 사진기자 등 투숙객들이 지하로 대피했다. 호텔 안에서 수류탄이 터져 폭발이 일어나기도 했으나, 누가 던진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근처 고층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한 주민은 “거리엔 피가 흐르고 주검들이 널려 있어 창 밖을 내다보기도 겁난다”고 말했다. 주택가로까지 총탄이 날아들고 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라마4세 거리에서는 약탈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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