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필리핀 대선, 아키노 유력

딸기21 2010. 5. 10.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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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가 10일 실시된다. 민주화의 상징인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이노이 베니뇨 아키노 3세(50)가 이변이 없는 한 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거 직전까지도 곳곳에서 폭력사태가 일어나, 선거정국을 둘러싼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필리핀 대선에서 당선이 유력시되는 자유당의 베니뇨 ‘노이노이’ 아키노(가운데) 후보가
지난 7일 마닐라 교외 퀘손시티 유세에서 색종이 세례를 받으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로이터


마닐라타임스 등 현지언론들에 따르면 야당인 자유당 소속 상원의원인 베니뇨 아키노는 선거운동기간이 만료된 지난 8일까지의 여러 여론조사에서 40%를 웃도는 지지율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베니뇨는 선거캠페인에서 “현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대통령 집권 9년 동안 제기된 여러 부패의혹들을 철저히 조사하겠다”며 부패 척결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공무원들의 세금 횡령을 막고 징세 투명성을 높이며 경제정의를 실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에 망명했던 아버지 베니뇨 아키노 주니어가 1983년 귀국하자마자 마닐라 공항에서 암살당하고 어머니가 민주화 운동을 거쳐 대통령을 지낸 격변의 세월 동안, 베니뇨 아키노는 정치와 멀리 떨어져 지냈다. 필리핀 나이키 지사와 고향인 탈락의 설탕가공회사 등에서 일하던 그는 90년대 후반에야 정계에 나왔다. 98년 하원에 진출했고 2006년에는 어머니가 이끌던 자유당의 부당수가 됐다. 이듬해에는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대권과는 거리를 뒀으나 지난해 9월 아키노 전대통령이 암으로 타계하고 한 달 뒤에 당 내 요구를 받아들여 대권도전 선언을 했다. 그후 몇달만에 ‘노이노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돌풍을 일으켰다. 정권교체와 개혁을 내세운 그는 어머니를 연상케 하는 노란 티셔츠를 입고다니며 광범한 계층의 유권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배우 출신으로 2001년 부패 때문에 쫓겨난 조셉 에스트라다 전대통령과 사업가 출신인 마니 비야르 상원의원이 뒤를 쫓고 있지만 둘 다 지지율이 20% 안팎에 그치고 있다. 인기 없는 연립여당의 길베르토 테오도로 후보는 지지율이 10% 이하에 머물고 있어, 베니뇨 아키노의 당선이 거의 확실시된다. 하지만 그를 비판적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연설도 미숙하고 이렇다할 경력도 없고, 의원이 된 뒤 중요한 법안을 내놓은 적도 없다.

그의 아버지, 어머니 집안이나 아로요 현 대통령 집안 모두 명문 대지주 가문이다. 베니뇨 아키노가 집권하면 필리핀 특유의 족벌정치가 더욱 연장되는 셈이다. 자수성가형인 에스트라다와 비야르는 “특권층인 그가 어떻게 경제정의를 실현하겠느냐”고 비판한다.
가톨릭 신자가 많은 필리핀에서는 베니뇨 아키노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색적으로 비치고 있다. 그럼에도 인기가 높은 것은 깨끗하고 정직한 이미지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베니뇨 아키노는 권력자의 가족이었지만 그 흔한 부패 스캔들 하나 없었다는 점이 국민들에게 어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로요는 현직 대통령이면서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단임제로 대선 재도전이 안 되기 때문에 총리를 노리는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 ‘3000켤레의 구두’로 유명했던 옛 독재자 마르코스의 부인 이멜다(80)도 하원의원 후보로 나왔다. 9일 중부 파나이섬에서는 무장괴한과 경찰 간 총격전으로 5명이 숨졌다. 무슬림 자치지역인 술루 등지의 투표소 부근에는 반군들의 공격을 막기 위해 군대가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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