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중국에서 또다시 ‘묻지마 칼부림’

딸기21 2010. 4. 3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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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또다시 ‘묻지마 칼부림’이 일어나 유치원생 등 31명이 다쳤다.

인민일보는 29일 오전 장쑤(江蘇)성 타이싱(泰興)시의 한 유치원에 괴한이 난입, 흉기를 휘둘러 원생 28명과 교사 등 31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인민일보는 다친 어린이 중 5명이 중태라고 보도했으나, 현지 잡지인 차이징은 인터넷판에서 “어린이 4명이 과다출혈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타이싱은 베이징에서 약 900㎞ 떨어져 있으며, 범행이 일어난 유치원은 시내 중산층 거주지역에 위치해 있다.


범인은 쉬위위안(徐玉元)이라는 47세 남성으로, 현장에서 체포돼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정확한 범행 동기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중국 언론들은 쉬가 오랫동안 실직 상태였던 것으로 미뤄 좌절감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고 전했다. 쉬는 지역 보험회사에 다니다가 2001년 해고된 뒤 계속 직장을 구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40대 남성의 흉기난동으로 30여명이 다친 중국 장쑤성 타이싱의 유치원 앞에 29일 사람들이 몰려있다. 흉기에 찔려 부상을 입은 4세 유치원생 1명이 근처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아래 사진). |AP



중국에서 괴한들이 무방비 상태의 어린이들을 상대로 ‘묻지마’ 식의 칼부림을 저지른 것은 한달 남짓한 기간에 벌써 3번째다. 

타이싱 사건이 일어나기 바로 전날에는 광둥(廣東)성 레이저우(雷州)시의 초등학교에 천캉빙이라는 33세 남성이 들어가 흉기를 휘둘러 학생 18명과 교사 1명이 다쳤다. 천은 바로 이웃한 학교에서 2006년까지 학생들을 가르치던 교사였으나 정신질환 때문에 해고됐다. 레이저우에서는 2년 전에도 자퇴생이 자신이 다니던 초등학교에 들어가 학생 2명을 살해한 일이 있었다.

중국 동부 푸젠(福建)성에서는 28일 역시 어린 학생들을 흉기로 살해한 쩡밍셩(42)이라는 남성이 총살형에 처해졌다. 쩡은 지난달 23일 푸젠성 난핑(南平)시의 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학생들을 흉기로 찔러 8명이 살해하고 5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쩡은 마을 보건소 의사 출신으로, 학생들을 살해한 뒤 달아나다 경찰에 붙잡혀 푸젠성 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었다. 당국은 쩡 또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밝혔으나, 몇몇 언론들은 쩡이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증오심을 표현해왔다며 사회불만을 범행 요인으로 지목했다. 2004년에도 중국 동부 해안지대에서 2개월 새 흉기난사극이 5차례 연달아 일어난 적이 있었다.

타이싱 사건을 저지른 쉬가 전날 있었던 광둥성 사건의 영향으로 모방범죄를 저지른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베이징 인민대학교 사회학 교수 저우샤오쩡은 AP통신 인터뷰에서 “이런 종류의 범죄는 쉽게 모방범죄를 불러일으키기 쉽다”고 지적했다. 

설혹 정신질환자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라 하더라도 이런 종류의 흉기난사극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사회의 병폐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는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과 치료가 거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만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영국 의학저널 랜싯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중국 성인 1억7300만명이 정신적인 문제를 안고 있고, 이들 중 98%가 전문가들로부터 어떤 의학적인 도움도 받아본 일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격적인 흉기사건들이 계속되자 중국 내 여론은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범죄자들을 강력 처벌해야 한다”는 쪽으로 가고 있다. 베이징대 법학교수 출신 인권운동가 허웨이팡은 “푸젠성 범행을 일으킨 쩡은 이례적으로 고속 재판을 받고 처형됐다”면서 근본적인 대책 없이 사형집행 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허는 “폭력 범죄의 증가는 중국 사회가 급속히 변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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