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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추기경의 '스탈린체제 비판'

딸기21 2010. 4. 20.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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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나라는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다.”
“스탈린 스타일의 관료체제 때문에 노동자들은 무감각해지고 생산성은 떨어졌다.”


쿠바 최고위 성직자가 라울 카스트로 정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쿠바 가톨릭을 대표하는 하이메 오르테가 추기경(73·사진)이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당국을 비판하고 나섰다고 AP통신 등이 20일 보도했다. 아바나 대주교인 오르테가 추기경은 가톨릭 신문인 팔라브라 누에바(‘새로운 언어’)와의 인터뷰에서 현 쿠바 정부를 ‘스탈린 스타일의 관료체제’라고 비판하고, “쿠바는 지금 21세기 들어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오르테가 추기경은 지난 2월 옥중 단식투쟁을 하다 숨진 반체제 인사 올란도 사파타 타마요 등을 언급하면서 정부가 “모든 정치범들을 석방하고 필요한 개혁조치들을 빨리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추기경은 “개혁을 빨리 하라는 데에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돼있는 것으로 본다”면서 “개혁을 미루면 국민들이 참을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전임자를 답습하지 말고 쿠바와 진정한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오르테가 추기경은 피델 카스트로 시절부터 공산당 정부의 억압통치에 항의해왔던 인물이지만, 쿠바의 국가체제 자체에 반기를 든 적은 없었다. 오히려 미국식 하위문화가 아바나에 범람하고 옛소련 붕괴 뒤 착취적인 자본주의가 스며드는 것을 염려하는 발언들을 많이 해왔다. 그런 그가 어느 때보다 강력한 어조로 당국을 비판하고 민주화 개혁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박해받는 정치범들을 살려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가톨릭이 해야할 일”이라고 못박았다.
두달 전 사파타가 숨진 뒤 쿠바 인권문제가 다시 국제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바 있다. 사파타 사건 이후 아바나에서는 정치범들의 단식투쟁과 사망, 수감 중인 정치범 가족들의 항의시위가 잇따랐다. 지난달엔 쿠바 보안당국이 아바나에서 정치범 석방요구 시위를 벌인 여성 30여명을 체포해 다시 비난을 샀다.

팝가수 글로리아 에스테판 등 쿠바 출신 미국인들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연일 쿠바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며 백악관에도 쿠바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쿠바 정부가 “비틀어진 주먹으로 국민들을 억누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오르테가 추기경의 지적대로, 전임행정부의 실효성 없는 제재정책을 답습하기보다는 관계를 풀어 쿠바의 개혁을 이끌어내는 편이 더 낫다는 주장도 많다.
오바마 정부는 쿠바 인권상황이 뚜렷이 개선돼야 관계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로이터통신 19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내 여론은 오랫동안 절연된 쿠바와의 외교관계를 복원하고 경제교류도 재개하길 바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바관련단체 CBB 여론조사에서 58%가 관계복구를 원하는 반면 반대한다는 응답은 33%에 그쳤다. 미국인들의 쿠바여행을 자유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61%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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