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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일기/ 사생존망이 일체임을 터득한 네 벗

딸기21 2010. 4. 1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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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다녀온 것들 정리하고 낼 넘길 원고 준비하고 한동안 밀어두었던 번역도 다시 시작해야 하고.
밀린 책 리뷰도 해놔야 하고... 할 일은 많은데 머리 속이 멍~~ 하다. 그냥 놀고만 싶다.
이럴 때 좋은 게 장자를 하염없이 두드리고 있는 것.


사생존망이 일체임을 터득한 네 벗

22. 자사(제사 선생), 자여(가마 선생), 자려(쟁기 선생), 자래(오심 선생) 네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했습니다. "누가 없음으로 머리를 삼고, 삶으로 척추를 삼고, 죽음으로 꽁무니를 삼을 수 있을까? 누가 죽음과 삶, 있음과 없음이 모두 한 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까? 나는 이런 사람과 벗하고 싶네."
네 사람은 서로 쳐다보고 웃었습니다. 마음에 막히는 것이 없어 결국 모두 벗이 되었습니다.

23. 자여에게 갑자기 병이 나서 자사가 문병을 했습니다. 자여가 말했습니다. "위대하구나. 저 조물자. 나를 이처럼 오그라들게 하다니."
그의 등은 꼽추처럼 굽고, 등뼈는 불쑥 튀어나오고, 오장이 위로 올라가고, 턱은 배꼽에 묻히고, 어깨가 정수리보다 높고, 목덜미 뼈는 하늘을 향하고, 음양의 기가 어지러웠습니다. 그러나 그 마음은 아무 일 없는 듯 평온했습니다. 비틀거리며 우물에 가서 자기 모습을 비추어 보았습니다.
"아, 정말 조물자가 나를 이렇게 오그라뜨렸구나."

24. 자사가 물어 보았습니다. "자네는 그게 싫은가?"
"천만에. 싫어할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내 왼팔이 점점 변하여 닭이 된다면, 나는 그것으로 새벽을 깨우겠네. 내 오른팔이 차츰 변해 활이 되면, 나는 그것으로 새를 잡아 구워 먹겠네. 내 뒤가 점점 변하여 수레바퀴가 되고 내 정신이 변하여 말(馬)이 되면, 나는 그것을 탈 것이니 다시 무슨 탈것이 필요하겠나. 무릇 우리가 삶을 얻은 것도 때를 만났기 때문이요, 우리가 삶을 잃는 것도 순리일세. 편안한 마음으로 때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순리에 따르면 슬픔이니 기쁨이니 하는 것이 끼여들 틈이 없지. 이것이 옛날부터 말하는 '매달림에서 풀려나는 것(懸解)'라 하는 걸세. 그런데도 이렇게 스스로 놓여나지 못하는 것은 사물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지. 세상의 모든 사물은 하늘의 오램을 이기지 못하는 법. 내 어찌 이를 싫어하겠는가?"

25. 갑자기 자래에게 병이 났습니다. 숨이 차서 곧 죽을 것 같아 부인과 아이들이 둘러앉아 울었습니다. 그 때 문병 간 자려가 "자, 저리들 비키세요. 돌아가는 분을 놀라게 하지 마세요." 하더니 문에 기대어 자래에게 말했습니다. "위대하구나. 저 조화. 자네를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자네를 어디로 데리고 가려는 것일까? 자네를 쥐의 간으로 만들려나? 벌레의 팔뚝으로 만들려나?"

26. 자래가 말했습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동서남북 어디를 가라 해도 자식은 그 명을 따르는 것. 음양과 사람의 관계는 부모자식간의 관계 정도가 아닐세. 음양이 나를 죽음에 가까이 가게 하는데 듣지 않는다면, 나는 고집스런 자식. 음양에 무슨 죄가 있나. 대저 대지는 내게 몸을 주어 싣게 하고, 삶을 주어 힘쓰게 하고, 늙음을 주어 편안하게 하고, 죽음을 주어 쉬게 하지. 그러니 삶이 좋으면 죽음도 좋다고 여길 수밖에.

27. 이제 큰 대장장이가 쇠를 녹여 주물을 만드는데, 쇠가 튀어나와 '저는 반드시 막야(鏌鎁)가 되겠습니다' 한다면 그 대장장이는 필시 그 쇠를 상서롭지 못한 쇠라 할 것일세. 이제 내가 사람으로 나왔다고 해서 '사람의 모양만, 사람의 모양만' 하고 외친다면, 조화자는 필시 나를 상서롭지 못한 인간이라고 할 것일세. 이제 하늘과 땅이 큰 용광로이고 조화가 큰 대장장이라면, 무엇이 되든 좋은 것 아니겠는가? 조용히 잠들었다가 홀연히 깨어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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