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여행을 떠나다

[코트디부아르]부아케에서

딸기21 2010. 4. 3. 06:50
728x90

지금은 코트디부아르 중부 부아케의 수녀원입니다. 한국인 수녀님을 만나 (이 먼 땅에 동방에서 온 귀인이 흑흑) 신세를 지게 됐습니다. 내일은 시골마을들 진료나가시는 거 졸졸 따라다니며 볼 예정이고요. 모레는 부활절미사(여기서 갑자기 가톨릭으로;;) 드리고 다시 아비장으로 갈 예정이고요.


지금껏 아프리카 돌아다닌 것 중에서, 이번 코트디부아르 여행이 가장 알차고 좋네요 저는. 자동차도 없이 그냥 현지 교통수단으로 돌아다니고 있는데 여기가 치안이 워낙 괜찮아서, 불어만 조금 했더라면 혼자서도 너끈했을 것 같아요.


그만큼 몸은 고달프지만... 이 더위에 저처럼 이렇게 열나게 돌아다니는 사람은 사실 없을테니까요. 오늘은 아침 7시에 아비장의 게스트하우스를 나와서 9시에 버스 타고 무려 7시간. 이층버스를 개조해서 1층엔 화물, 2층에 80명 타고오는데...35도 더위에 7시간 싸우나~ 


글고 부아케는 반군지역이어서 오다가 통행세도 냈어요. 200세파(500원). ..


코트디부아르 물가 엄청 비쌉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순하고... (여기 사람들은 가나 사람들을 무서워한대요. 세상에나) 공격적이지가 않고... 아프리카스러운(예를 들면 내 통역이 갑자기 헤어질 때가 되니까 몽니부리며 돈 더 내놓으라고 말 안되는 소리를 하는 것 같은- 지 남편 월급의 1.5배를 내가 닷새치 통역료로 줬는데!) 그런 면은 물론 있지만, 사람들이 그악스럽지 않고... 


뭐 그래도 역시 아프리카는 아프리카입니다... 그래도 방금 수녀님께서 끓여주신 라면 먹고(오늘 아침부터 굶었거든요;;) 샤워해서 기분이 나아진 거지, 고철깡통 안에 굴러다니며 고생할 땐 내가 미쳤지 왜 또 이러구 있나 싶어요 ㅎㅎㅎ


(저녁을 먹은 뒤)

아, 수녀원에서의 하루... 너무너무 좋습니다.


수녀회 총장(최고 대빵) 지내신 룩셈부르크 출신 老 수녀님, 막트 수녀님이 마침 콩고민주공화국(콩고 킨샤사) 가시는 길에 잠시 들르셨구요. 수녀회 아프리카지역 책임지시는 한국 수녀님(가비 수녀님)도 마침 코트디부아르 방문중이시고... 원래 여기 계신, 한국에서 오신 프란치스카 수녀님 계시고, 콩고킨샤사 출신으로 여기서 일하시는 수녀님 두 분... 이 분들과 저녁을 먹었습니다.


프란치스카 수녀님이 차려주신, 한국식과 약간 퓨전이 된 현지 음식(생선찌개와 밥과 나물)을 먹었어요. 수녀님들이 조용조용 프랑스어로 기도 성가를 부르시네요. 얼마나 분위기가 좋은지... 


그리고 나서는 망고와 파파야를 후식으로 먹고, 프란치스카 수녀님과 잠시 산책을 다녀왔습니다(굉장히 그럴듯하죠? 실제로는 동네 노는 사내애들이 살짜쿵 시비걸고 공기는 드럽고 오토바이 줄줄이 달리는 먼지 투성이 어두운 거리 ㅎㅎ)


그리고는, 프란치스카 수녀님께서 막트수녀님한테 한국에서 공수(?)해온 전기 모기채(라켓 모양으로 생긴 것)를 시연해 보여주셨습니다. 콩고에는 모기가 더 많다네요. 나중에 서울 가면, 지하철역에서 저것 좀 사서 가비수녀님께 보내드려야겠습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