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아담과 이브의 이동경로

딸기21 2005. 5. 1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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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 인류는 동아프리카에서 기원했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분자생물학자들이 유전자 분석을 통해 초기 인류를 추적한 결과, 약 20만년 전 출현한 ‘아담과 이브’들은 배를 타고 인도와 동남아시아로 이동한 뒤 이란을 거쳐 유라시아 전역에 퍼져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2일 영국 글래스고대학 빈센트 매컬리 교수가 이끄는 분자생물학 연구팀이 말레이시아 오랑 아슬리족의 유전자를 분석, 초기 인류의 이동경로를 새롭게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오랑 아슬리는 6만3000년~4만2000년 전 동아프리카에서 말레이로 넘어온 첫 이주민의 후예들. 이들은 거친 환경에 적응, 첫 이주지에 정착해 수만년 간 살아왔기 때문에 초기인류의 ‘이주 샘플’로 여겨져 왔다.

학자들이 ‘아프리카 엑소더스’라 이름붙인 초기 인류의 대이동은 약 6만5000년 전에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5만년 전에는 인도와 동남아를 거쳐 오스트랄라시아(오스트레일리아 대륙 일대)에 진출했고, 5000년 뒤에는 이란을 지나 레반트(중·근동)에 이르렀다. 



유럽 등지에 인류가 정착한 것은 4만년 전 이후. 지금까지는 인류가 아프리카를 거슬러 올라 이집트와 시나이반도를 거쳐 흩어진 걸로 추정됐지만 이번 연구결과는 훨씬 남쪽에서 바다를 통해 이주가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인류의 이주는 빙하기 끝물에 이뤄졌기 때문에 북쪽으로의 확산이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초기 인류 연구는 주로 고고학 유적지들을 통해 이뤄졌었지만 지금은 현재의 인간분포에서 시간을 거슬러 역추적하는 유전자분석 방식이 더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 출발이 된 것은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 20억년 전 생물 발생 초기 박테리아가 세포에 들어와 정착하면서 만들어진 미토콘드리아는 부모의 것이 섞이지 않고 모계로만 유전된다. 80년대 중후반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한 학자들은 인류가 동아프리카에서 태어난 ‘7명의 이브’의 후손들이라는 추측을 내놨었다. 최근에는 Y염색체를 추적해 ‘아담’을 찾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번 연구 결과 20만년 전 동아프리카에는 약 550명의 ‘이브 후보들’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실제로 이주 행렬에 끼었던 유전자의 소유주는 그보다 적었으며, ‘유전자 표류(genetic drift)’라 불리는 과정을 통해 단 하나의 DNA 계열만이 살아남은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이는 전 세계 인류가 하나의 가계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계와 유럽계의 유전적 분화가 이뤄진 시기와 이주 시기에 대해서는 학자들 간 이견이 남아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사이언스’ 13일자에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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