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잠보!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두달째 사우디에

딸기21 2010. 2. 10.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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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8위 석유수출국인 나이지리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대통령은 지병으로 오랫동안 유고 상태고, 의회는 결국 부통령에게 권한 대행을 요청했다. 한쪽에선 아예 대통령더러 물러나라 한다. 군사독재를 청산하고 비교적 평화롭게 민주화과정을 걸어온 서아프리카의 대국 나이지리아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


라고스 일간지 ‘디스데이’에 따르면 9일 나이지리아 의회는 우마루 무사 야라두아 대통령(59·사진 오른쪽)을 대신해 굿럭 에벨레 조나단 부통령(53·왼쪽)이 권한을 위임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심장질환의 일종인 심막염에 걸린 야라두아는 지난해 11월 24일 사우디아라비아로 간 뒤 제다의 킹파이잘 특별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헌법상 정해진 의회 통보 절차도 지키지 않은 채 국외에 나가 2달이 넘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연방 상·하원은 이에 따라 조나단 부통령에게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의회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상징적인 조치일 뿐이지만 야라두아 측에는 강력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라두아는 북부 캇시나주 지배가문 출신으로, 카시나주지사를 지냈다. 중앙정계에선 무명에 가까웠지만 2007년 대선에서 올루세군 오바산조 당시 대통령의 지지를 얻어 집권 인민민주당(PDP)의 대통령 후보가 됐다. 그 해 4월 대선에서 70% 득표율로 압승하고 다음달 취임했다. 하지만 야당들은 부정·금권선거를 주장하며 반발했다.

야라두아가 모습을 감추자 지난달 22일 대법원은 “연방 내각은 14일 이내에 대통령의 직무수행 능력을 판단, 면직 여부를 발표하라”고 명령했다. 연방내각의 3분의2 이상이 찬성하면 대통령을 면직할 수 있다.
야라두아의 후원자 격인 오바산조도 “명예로운 퇴직’을 촉구했다. 1960년 독립 이래 군부 독재와 군사쿠데타가 반복돼온 나이지리아는 99년 오바산조가 의회의 지지 속에 집권하면서 어느정도 정치적 안정을 되찾았다. 군 장성출신이면서도 평화적 정권이양을 이뤄낸 오바산조는 정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직 연방 내각 결정이 남아있지만 조나단 부통령은 9일 의회 표결 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지난달말부터 라고스에서는 야라두아 퇴진 촉구 시위까지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간단치 않다.

나이지리아는 북부 이슬람 지역과 남부 기독교 지역으로 나뉘어 있다. 지역·종족·종교가 겹친 남북간 갈등으로 2000년대 들어 계속 유혈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북부 출신 야라두아가 쫓겨나고 조나단이 권력을 승계하면 북측 반발이 예상된다. 조나단은 니제르 델타 유전지대의 핵심인 남부 바옐사주 주지사 출신이다. 야라두아는 북부 거대부족인 하우사-풀라니 부족 엘리트들의 지지 덕에 집권한 사람이어서 남부 출신 부통령에게 권력을 물려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입장이다.
강력한 퍼스트레이디로 알려진 투라이 야라두아가 남편의 권력을 결코 내주지 않을 것이란 얘기도 있다. 야라두아가 뽑은 각료들이 야라두아 퇴진결의를 하기도 쉽지 않다. 어느 한쪽이라도 무리수를 뒀다간 북부 부족 엘리트 진영과 남부 유전지대 지배층 간 권력싸움이 벌어져 남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BBC방송은 “그렇게 되면 나이지리아가 하나의 나라로 존속할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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