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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작은 마을의 '코코아 혁명'

딸기21 2010. 2. 2.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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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살롱 뒤 쇼콜라’는 세계 초콜릿 생산농과 장인들이 모여 카카오 향을 뽐내는 잔치다. 지난해 10월 열린 이 행사에서 ‘최고의 향기’의 영예는 페루의 작은 마을에 돌아갔다. 


안데스 산맥 줄기가 끝나고 아마존의 열대 우림으로 이어지는 경계선에 위치한 페루 북부 산마르틴 주의 토카체라는 마을에서 나온 카카오 원두가 대상을 차지한 것이다. 아직 세계 10위 카카오 생산국에도 들지 못한 페루의 농가들에게는 기념할만한 쾌거였다.




산마르틴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카카오가 아닌 코카와 마약밀매로 유명한 곳이었다. 1990년대 이 곳에서는 무장게릴라조직 ‘센데로 루미노소(빛나는 길)’와 96년 리마 일본대사관 인질사건을 일으킨 투팍 아마루 등이 맹위를 떨쳤다. 정부의 토벌작전으로 좌파 반군들이 와해된 뒤에는 마약 밀매조직들이 기승을 부렸다. 주민들은 코카인의 원료인 코카나무를 재배해 마약조직들에 넘기며 연명했다. 인구 2만명의 토카체 마을도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미국과 유엔 등의 지원을 받아 ‘코카와의 싸움’에 들어갔다. 농민들이 먹고살 길을 열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코카를 대체할 희망의 싹으로 떠오른 것이 카카오였다. 

“코카를 포기하고 카카오로 바꾼 농가는 처음에는 단 12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수천명이 카카오를 키우고 있으며, 모두가 초콜릿 생각만 한다.” 

살롱 뒤 쇼콜라에 참석했던 농민 엘레나 리오스는 시사주간 타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리오스 역시 과거에는 코카를 키웠지만 지금은 세계 최고의 카카오를 재배하는 데에 인생을 걸고 있다.

산마르틴 주정부는 카카오를 농가수입원으로 삼는 것을 넘어, 세계적인 특산지로 만들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미국 지원으로 운영되는 카카오 생산법인 ‘대안개발프로그램’의 블랑카 파니소는 “콜롬비아 하면 커피가 떠오르는 것처럼, 페루를 세계 최고의 초콜릿 생산지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산마르틴 측은 지난달 중순 주내 최대도시인 타라포토에서 카카오 포럼을 열고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차관보 등을 초빙해 홍보했다.

물론 페루가 카카오대국으로 가려면 아직 먼 길이 남아있다. 지난해 페루 정부가 정글 지역에 산재한 1만여 헥타르의 코카 재배지를 없애긴 했으나 여전히 5만6000여 헥타르가 남아있다. 페루는 콜롬비아에 이은 세계 2위 코카 불법재배국의 오명을 안고 있다. 당국은 올해에도 1만 헥타르 이상의 코카 재배지를 카카오 밭으로 바꿀 계획이다. 유엔도 코카 농가들에 합법적인 삶의 길을 터주는 ‘산마르틴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고 타임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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