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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에바디 노벨상 메달 압수

딸기21 2009. 11. 27.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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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정부가 여성 인권운동가로서 200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시린 에바디의 평화상 메달을 압수해갔다. 에바디는 지난 6월 대선 부정선거 파동 뒤 세계를 돌면서 이란 민주화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메달 압수는 반체제 운동을 벌여온 에바디에 대한 압력인 동시에, 인권·민주주의 탄압을 비판해온 국제사회에 대한 도발로 보인다.



FILE - In this Thursday July 9, 2009 file photo, Iranian Nobel Peace laureate Shirin Ebadi, center, gestures with youths wearing T-shirts with 'Peace' written on the front, as she visits the Scampia district, in Secondigliano on the outskirts of Naples, southern Italy. Iranian authorities have confiscated Nobel Peace laureate Shirin Ebadi's medal, the Norwegian government said Thursday, Nov. 26, 2009, accusing Iran of a shocking first in the history of the prize.(AP Photo/Salvatore Laporta, File)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26일 “이란 정부가 테헤란의 금고에 보관돼 있던 에바디의 노벨상 메달을 압수해갔으며, 독일 언론협회 등으로 받은 공로상도 빼앗아갔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이란 당국이 에바디와 남편의 금융계좌를 동결했고, 세금 41만달러를 부과하는 등 재정적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가족들에도 신변위협을 계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런던에 체류중인 에바디는 “당국이 내 집을 몰수하려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면서 “나의 귀국을 막기 위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파흘라비(팔레비) 왕조 시절 법관으로 일하다가 이슬람혁명 뒤 쫓겨나 변호사가 된 에바디는 신정통치의 억압에 항의하는 투쟁을 벌여왔다. 이 때문에 비밀경찰의 암살 대상 리스트에 오르는 등 숱한 위협을 받았지만, 법적 권리를 빼앗긴 여성들과 민주화운동가들을 위한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3년 무슬림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보수파들의 공격은 계속됐다. 특히 2005년 집권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보수파 정부는 에바디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노골적인 탄압을 가했다.

에바디는 6월 대선 뒤 이란을 떠나 세계를 돌며 대선 부정과 시위대 탄압에 항의하는 국제여론을 조직하고 있다. 당국이 메달을 몰수한 것은 에바디의 국제적 명성을 공격하고 모욕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다음달 10일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의 평화상 수상식을 앞두고 이런 일을 벌였다는 점에서, 미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의도된 도발’이라는 해석이 많다. 노벨위원회는 “108년의 평화상 역사에서 사상 처음 있는 일로서 충격을 감출 수 없다”는 성명을 냈다.




이란 정부는 최근 반대 세력 탄압을 가속화하고 있다. 전직 부통령 알리 압타히와 전직 국회 부의장 베흐자드 나바비 등 개혁파 유력 정치인들에게 잇달아 징역형을 선고했으며, 대선 항의시위 가담자들에게 줄줄이 사형·징역형을 내렸다. 개혁파 인터넷미디어 페이반드는 “다음달 7일 ‘학생의 날’ 시위를 봉쇄하기 위해 정부가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있다”면서 “테헤란 대학 주변은 살벌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 정부가 반대 세력에 대한 사형선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들 중에는 민주화 운동가들 뿐 아니라 이슬람 수니파, 쿠르드족, 옛 왕당파 등이 포함돼 있다. 시위를 빌미로 모든 반대세력과 소수민족·종파를 탄압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을 겨냥한 공격도 계속하고 있다. 보안당국은 지난달 이란계 미국인 학자 키안 타지바크시에게 징역 15년형을 선고한데 이어 지난 23일 그에게 스파이 혐의를 덧씌워 추가기소했다. 타지바크시는 컬럼비아대 출신의 도시계획 전문가로, 이란 체류 도중 ‘시위 개입’ 혐의로 체포됐다. 백악관은 26일 “근거없는 공격”이라며 타지바크시 추가기소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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