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기후변화 주범 선진국들, 빈국 지원은 '공수표'

딸기21 2009. 11. 25. 19:16
728x90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의 타지피프라 지역 주민들은 이모작을 하면서 6월에 한차례 곡물을 거둔다. ‘카리프’라 불리는 이 여름농사가 잘돼야 가을까지 먹을 식량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최근 몇년 새 홍수와 가뭄이 반복되면서 카리프를 망치는 일이 다반사다. 지난해에는 8개 마을에 가뭄이 들어 200만㎡(약 60만평)의 땅이 황무지가 됐다.
아프리카 최빈국 말라위 정부는 기후변화로 경작량이 줄자 선진국의 원조를 받아 기아 위기의 국민들을 돕기로 했다. 하지만 말라위 정부에 돈을 내주기로 했던 유엔 ‘최저개발국기금’은 말라위가 필요로 하는 2243만달러의 원조금을 내주지 않았다. 외교력이 약한 말라위 정부는 유럽만 쳐다보고 있다.


다음달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를 앞두고, 선진국과 개도국·저개발국 간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이번 회의는 2012년 기한이 끝나는 교토 의정서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체제, 이른바 ‘포스트 교토 체제’의 틀을 잡는 자리다.
선진국들은 중국·인도 등 거대 신흥개발국을 포함한 개도국도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개도국·빈국들은 “기후변화의 주범인 선진국들이 더 많은 기술과 자금을 내놔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개도국·빈국들은 다같이 온실가스를 줄이자며 선진국이 내놓는 당근책들에 불신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선진국들이 내놓은 약속을 점검해봤더니, 여기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기후변화 적응을 돕겠다며 주기로 한 원조는 대부분 ‘빈말’에 그쳤던 것으로 조사됐다.




25일 영국 BBC방송은 지난 2000년 20개 선진국이 빈국의 기후변화 적응을 돕기 위해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던 독일 본(Bonn) 선언의 성과를 점검, 결과를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당시 유럽연합(EU) 15개국과 캐나다·아이슬란드·뉴질랜드·노르웨이·스위스 등 20개국은 2005~08년 해마다 4억1000만달러의 돈을 내놓을 것이라 발표했다. 유엔은 이 원조금으로 운용될 최저개발국기금과 기후변화특별기금을 만들었다.
예정대로라면 지금까지 16억달러 이상이 들어왔어야 하지만, 모인 돈은 2억6000만달러에 불과하다. 유럽국 관리들은 “다른 경로를 통해 빈국을 돕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관련 근거는 공개하지 않았다고 BBC는 전했다.

국제구호기구 옥스팜은 최근 선진국들의 기후변화 관련 지원 실태를 분석한 ‘원조를 넘어서’라는 보고서를 냈다. 결과는 비슷했다. 유엔과 세계은행이 운용하고 있는 최저개발국기금과 기후변화특별기금, 기후유연성프로그램(PPCR) 교토의정서적응기금(KPAF), 전략적우선트러스트펀드(TFSPA) 등 여러 기금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 역시 선진국이 약속된 원조액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말 선진국들이 원조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한 바 있다.
아르투르 룽게-메츠게 EU 기후변화 담당국장은 BBC 인터뷰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기한을 늘려 이행하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저개발국그룹의 기후변화 협상관 리처드 미융기는 “배신감과 좌절감을 느낀다”면서 다가올 코펜하겐 회의 결과에도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