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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이스라엘편? No! 미국 내 유대계의 '다른 목소리'

딸기21 2009. 11. 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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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 당시 전쟁범죄에 대한 보고서로 미국 내에서 거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로비에 쉽게 흔들리는 정치권은 전범행위를 조사한 유엔 조사보고서를 공개비난하며 이스라엘 편에 섰지만, 무조건 이스라엘 편을 들어오던 미국내 유대인 사회 안에서조차 변화의 움직임이 엿보인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자국의 행위를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미 하원은 3일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을 조사, 전범 행위를 지적한 유엔 보고서는 “편견에 사로잡힌 내용”이라면서 이를 부정하고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일부 의원들은 “유엔의 보고서를 공개비난할 경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의 중재자로서 미국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반대했지만 비난 결의안은 344대 36표의 압도적인 표차로 채택됐다. AP통신은 하원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향해 유엔 보고서를 거부하고 비판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결의안을 주도한 민주당의 스테니 호이어 의원은 “미-이스라엘 관계에 금이 가지 않게 하려면 백악관이 공개적으로 유엔 보고서를 비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소년들이 3일 마차를 타고 이스라엘을 향한 로켓이 그려진 벽화 곁을 지나고 있다. /AP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법관 리처드 골드스톤을 위원장으로 하는 유엔 조사위원회는 앞서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계속된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 전모를 조사, 팔레스타인인 1387명과 이스라엘인 13명이 숨졌으며 양측 모두 전범 행위를 저질렀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달 16일 이 보고서를 승인했다.
미국은 이 ‘골드스톤 보고서’가 반이스라엘적이라면서 비판하고 있지만, 미국 내 유대인들에게서도 다른 목소리들이 나온다. 미국 내 랍비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유대인학교 학생들은 얼마전 골드스톤을 직접 초청해서 보고서의 배경과 실제 가자지구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골드스톤은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 범죄행위와 옛 유고슬라비아, 르완다 내전 전범행위 등을 조사한 바 있는 반인도범죄 조사의 권위자다. 그는 “이스라엘군은 제분공장과 달걀농장, 주택 5000여채와 학교와 모스크들을 파괴했는데 이를 실수라고 볼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 간담회에 참석했던 유대인 학생 레이첼 바렌블라트는 3일 알자지라방송 인터넷판 기고에서 “이스라엘의 도덕성을 중시해온 우리들은 충격에 빠졌다”고 전했다.

세계 유대계 언론에 뉴스를 공급하는 유대통신(JTA)은 지난 1일 골드스톤 보고서에 대해 유대계 사회 모두가 ‘매도’하는 것은 아니라는 기사를 실었다. JTA에 따르면 미-아랍, 이스라엘-아랍 관계개선을 위한 비정부기구 ‘J스트리트’와 유대계 평화운동단체 ‘피스나우’는 골드스톤 보고서에 반대하는 하원 결의안을 찬성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J스트리트는 “일방적이거나 편견을 드러낸 조사에는 우리도 반대하지만 골드스톤 보고서를 비난하기보다는 이-팔 양측의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 최대 유대인단체인 미국유대인협의회(AIPAC)와 미국유대의회(AJC) 등 친이스라엘 압력단체들과는 사뭇 다른 입장이다.
이스라엘과 미국 내 유대계, 친이스라엘파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행위에 대한 비판이 있을 때마다 ‘반유대주의의 음모’라며 일종의 색깔론을 덧씌워왔다. 하지만 JTA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반유대주의 정서는 1964년 이래로 가장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유대주의 '색깔론' 뒤에 담긴 정치적 의도를 파헤친 영화 <명예훼손>의 한 장면

반유대주의 논란에 대해서는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반론이 제기된다. 지난달 말 열린 영국 런던 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부문상을 수상한 이스라엘 감독 요아브 샤미르의 <명예훼손(Defamation)>는 미국의 ‘유대계 지도자’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세계적인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라는 과거사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를 담고 있다. 샤미르는 “이스라엘과 미국 유대계 단체들이 애용하는 반유대주의라는 구호 뒤에 숨겨진 정치게임을 파헤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알자지라방송은 샤미르의 영화를 놓고 각국 유대인사회와 이스라엘 안에서 찬반 양론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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