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공은 둥글대두

16강전 + 피구 사건.

딸기21 2002. 11. 23.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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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챔편스리그 16강 C조 AC밀란-지구방위대 경기가 있었다. 경기가 열린 곳은 밀란 홈. 16강부터는 말 그대로 <모든 조가 죽음의 조>라고 하지만, C조의 경우는 지구방위대-밀란-도르트문트-로코모티브로 구성돼 있으니까 그래도 낫다. 언뜻 보기에 지구방위대와 밀란이 우세해보인다.

지구방위대의 어제 라인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잘 생긴 얼굴 덕분에 딸기마을에서 다소 인기를 얻고 있는 모리엔테스가 선발로 나왔다는 것. 모리가 전방 원톱이고 뒤에서 라울이 받쳐주고, 오른쪽 미드필드는 당근 피구. 평소와 조금 달랐다면 지단이 중앙이 아닌 왼쪽(후반에는 중앙으로 갔음)을 받쳤다는 것. 수비선에서는 이에로가 계속 결장.


밀란에서는 인차기 대신에 셰브첸코가 나왔다는 게 특징인데, 그동안 밀란 경기를 3번인가 밖에 안 봐서...--;;

마드리드 (4-2-3-1) : 카시야스(GK), 살가도, 엘게라, 파본, R 카를로스, 캄비아소(후반 솔라리), 칼라데스, 피구, 지단, 라울, 모리

밀란 (4-3-2-1) : 디다, 시미치(막판 차모트), 코스타쿠르타, 말디니, 칼라체, 가투소, 시도르프, 암브로시니, 루이코스타, 히바우두, 셰브첸코(후반 욘달 토마손)

결과는 밀란 1:0 승리. 어제의 수훈갑은 멋지게 공을 넣은 셰브첸코 못잖게, 그 골의 멋진 어시스트를 비롯해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빈 루이코스타였다고 생각한다. 월컵 전에 루이코스타에 대한 글을 보고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어제의 플레이는 정말 멋졌다.

루이 코스타: 혹자는 바티스투타가 피오렌티나에서 그렇게 펄펄 날 수 있었던 것도, 그 많은 골 뒤에 루이코스타라는 플레이메이커가 있었던 덕분이었다고 하는데 어제의 코스타는 진짜 훌륭한 플레이메이커였다. 월컵 때 죽쒔던 것(그래도 폴란드전에서 한골 넣긴 했지만)은 그의 진짜 모습이 아니었다...다만 기복이 심한 것이 치명적인 흠이라고 하는데, 난 크레스포나 비에리(물론 둘 다 좋아하지만)처럼 찬스 잡는 플레이어들보다는 코스타처럼 길길이 날뛰는(^^) 선수가 더 좋다.

피구와 지단: 피구는 정말 열심히 했다. 고군분투. 칼라체와 말디니의 철갑방어에 번번이 막히기는 했지만 오른쪽 왼쪽 가운데를 오가며 정말로 <몸을 던져> 싸웠다. 지단의 두 차례 슛도, 비록 골인이 되지는 않았지만 모두 멋졌고.

모리: 으으으...간만에 선발출장했으면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스스로를 위해서도 좋았을텐데...환상적인 패스웍으로 문전의 모리에게까지 공이 갔지만, 얼빵하기 그지없는 행동으로 <다 잡은 골>을 놓쳐버렸다.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그런 식으로 플레이하면 보는 사람 열받지...최용수보다 더한 짓이었다.

카시아스와 디다: 둘 다 선방, 또 선방.

히바우두: 호나우두가 부상이 아니었다면, (히↔호)+(피구↔코스타) 이중 맞대결을 볼 수 있었을텐데 어제 호나우두는 빠졌다. 그치만 히바우두도 예의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지는 못했으니 아쉬울 것도 없지. 다음번 지구방위대 홈경기에서는 환상 라이벌전을 볼 수 있으려나?

그나저나 <클래식 더비> 얘기인데.


마드리드-바르셀로나 지역감정은 스페인 자기네들끼리 해결할 일이지, 외국인 선수, 우리식으로 말하면 <용병>인 피구한테 그걸 다 쏟아부으려고 하면 말이 되나? 아무리 이성에 앞선 감정이라고는 하지만 위스키병 집어던지는 행태는 정말이지 최악이다. 그래도 피구가 의연하게 코너킥(거의 골문으로 들어갈 뻔했던) 차는 모습은 멋있었다. 해설자 말마따나 대단한 선수임을 스스로 보여준 플레이. 선수를 위협하는 모든 만행에 분노한다!


<문제의 사건에 대한 피구 본인의 입장>(레알마드리드 홈에서 퍼옴)


"이런 상황은 끝나야 한다"

-피구 당신이 누캄프(바르셀로나 홈구장) 관중의 감정을 유발하는 행동을 했다는 가스파르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가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바르셀로나구단 같은 조직에 속해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면, 생각하는 것은 자유겠지만 그것을 모두 말로 표현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날 일어난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축구팬들은 TV를 통해 그날 일어난 일을 모두 봤다. 가스파르의 말은 바르셀로나 입장에서 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두렵지 않았나.
-나는 내 일, 즉 코너킥을 차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두렵지는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는 머리 위에 뭐가 떨어지고 있는지 잘 알 수가 없다. 나중에 팀 동료들로부터 듣고서 알았다. 내가 할 일은 심판의 지시를 따르는 것 뿐이었다.

-그런 일이 이번에도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었나
-축구경기 이외의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경기장에 있는 누군가에게 만일 무슨 일이 정말로 일어났다면 아마 우리가 지금 나누는 대화의 방향도 달라졌겠지만. 이런 일들은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 축구 자체, 그리고 스페인 축구를 위해서도 그 경기에서와 같은 일은 사라져야 한다.
나는 라이벌팀으로 갔다는 이유로 (바르셀로나로부터) 좋지않은 반응을 받을 것으로는 예상했었다. 축구는 그런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스포츠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감정 표현도 페어플레이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 테두리를 넘어서는 사람은 어떤 스포츠에서건 퇴출돼야 한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에도 좋은 팬들이 많이 있다.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경기가 끝난뒤 사비(바르셀로나 선수)는 당신이 팬들의 병 투척 따위를 막을 수도 있었다고 얘기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내 일은 코너킥을 차는 것이었다. 사비와 가스파르가 말린다고 해서 내 일을 중단할 수는 없었다. 나는 두 사람, 즉 심판과 감독의 지시에 따를 뿐이다.

-반 할(바르셀로나 감독)이 당신을 비난하는 것을 듣고 놀라지 않았나.
-내가 놀란 것은, 반 할이 과거 2년반동안 자신을 몇차례나 위기에서 구해주었던 나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다가, 지금에 와서 내 이름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팬들을 자기 곁에 두고 싶다면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내 이름을 들먹이지 말고, 팀을 승리로 이끌어야지.

-리켈메(바르셀로나 선수)는 경기를 중단시킬 정도의 상황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누구 하나가 경기장에서 죽어야 중단시킬 수 있다는 얘기인가.

-앞으로도 누캄프 경기에 참가할 생각인가.
-물론이다. 그곳은 환상적인 경기장이다.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이런 상황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누군가가 물리적인 위해를 입을 것이다.

-축구위원회에서 누캄프 구장을 일시 폐쇄할 것으로 생각하나
-그것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축구위원회에서) 결정할 문제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축구는 물론 어떤 스포츠에서도 이번과 같은 일이 더이상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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