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공은 둥글대두

그들이 왜 골을 못 넣었을까.

딸기21 2002. 11. 15.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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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단, 피구, 호나우두, 라울, R 카를로스, 모리엔테스, 구티...이들이 모두 뛰고도 한골도 못 넣었다니.

간만에 지구방위대 경기를 봤다. 현재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위를 달리고 있는 레알소시에다드와의 경기라서 몹시 기다렸었다.

이날 지구방위대 라인업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맏형인 이에로의 결장. 라울이 이에로 대신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를 이끌었다. 라인업을 보면 골키퍼는 물론 카시아스. 수비는 살가도, 파본, 엘게라, 카를로스, 마켈렐레, 캄비아소. 그리고 피구, 솔라리, 라울, 호나우두가 선발로 나왔다.


사실 호나우두 빼고는 모두 잘 했다. 호나우두는 뛸만큼 뛰어본 선수가, 왜 그렇게 옾사이드에 잘 걸리는 거야...(여기서 딸기의 이중잣대가 드러난다. 호아킨의 옾사이드는 몹시 귀여워하면서 호나우두에게는 차별적으로 엄격함을 요구하고 있다)


초장에 라울이 골포스트를 맞춘 것이 화근이었나? 다들 너무 잘 했는데. 골문앞까지 돌진해 들어갔던 캄비아소의 활약은 눈부셨고, 솔라리도 제몫 넘치게 했다. 그런데도 경기가 안 풀려서 델보스케 감독은 후반 10분 정도 된 시점에서 솔라리, 캄비아소 대신 지단과 구티를 집어넣었다. 그러고 나서도 골이 안 터지니까 후반 25분 쯤에 결국 호나우두를 빼고 불쌍한 모리를 투입했다.

후반에 들어온 지단은 예의 아름다운 플레이에 더해 평소 잘 안 하던 헤딩까지 하면서 열심히 뛰었고, 피구는 놀라운 스킬을 계속 과시했다. 보통 중앙과 옆구리에서 <관리>에 치중하던 두 사람이 골대 앞까지 와서 직접 공격에 가담하는 열성을 보였다. 라울은 물론 굿 플레이, 모리도 간만에 좋은 몸놀림을 보여줬다.


그런데도! 골이 안 나오는 것은 대체! 뭐야!

모두들 잘 했는데, 축구에서 골이 안 터지면 뭘 보라는 거냐고...어쩜 그렇게, 들어갈 듯 들어갈 듯 하면서 안 들어가는지. 골키퍼의 선방이라고 봐야 하나? 레알 소시에다드도 아주 잘 했다. 후반 말미에 소시에다드 쪽에서도 결국 골포스트 한번 맞췄으니, 오늘은 두 팀이 번갈아 <기둥맞히기>를 한 셈이 됐다.

이 시점에서 이날 경기에 대한 지구방위대 사령부의 <공식> 입장을 들어보자.

0-0: Fantastic game between two leaders
(제목: "골 못 넣고 자화자찬")

Real Madrid and Real Sociedad played a fantastic game in which the only thing we missed was the goals, partly because an excellent job of both keepers.(이런 말은 나도 한다)

간단히 옮겨보면

"레알마드리드의 초반 경기는 환상적이었다. 소시에다드측 스쿼드는 마드리드의 창조적인 선수들을 압박하는데 집중하는 쪽으로 짜여져 있었다. 캄비아소가 호나우두에게 졸라 잘 연결해줬는데 부심이 편파적으로 옾사이드 판정을 했다...(아전인수...캄비아소가 잘 하긴 잘 했지만 호나우두는 옾사이드 맞는 것 같던데)


Raúl's comeback - 마드리드 공격선에 새로운 터치가 더해졌다. 라울이 가까이 갈 때마다 소시에다드 골문은 위험했지롱. 놀라운 기술로 2골을 넣을 뻔했는데...지단은 경기에 혁명을 불러왔다(얼씨구). 구티까지 가세하면서 공은 마드리드의 수중에 들어왔다."

젠장, 저런 라인업으로 골 못 넣고 큰소리는...하지만 어쨌든 재미없는 경기는 아니었다. 챔편스리그 마드리드-AS로마전(2차전)에서 마드리드가 지고 나서 어느 스포츠신문에 실린 기사 제목. "지단-피구-라울-호나우두-카를로스 모두 나오고도 졌다"였다.
그거라면 또 얘기가 다르지. 1차전에서 지구방위대는 그야말로 판타스틱한 경기를 보여줬었다. 2차전은 보지는 못했지만 바티골(딸기의 우상인 거 알죠?)네 팀이랑 해서 진 거니까 이해할 수 있다. 그치만 참 오늘 경기에서 골 안들어가는 거 보니, 축구라는 것이 알다가도 모를, 신기하고 놀라운 경기임에는 틀림없다(하긴, 서기2002년6월 서울에는 골대만 다섯번을 맞추고 한골 못넣고 돌아간 프랑스라는 팀도 있었으니).

오늘 사실 나는 경기 2개 봤다. 바르셀로나-데포르티보 경기를 봤는데 데포르티보가 막판 스파팅(이런 말...있나?)으로 2:0으로 이겼다 우히히^^(딸기는 바르셀로나를 안 좋아함)

24일에는 드뎌 지구방위대-바르셀로나 경기가 있는데, 홍콩 스타스포츠에서는 보여주는데 울나라에 들어오는 스타스포츠에서는 안 틀어준단다. MBC ESPN에서 해주겠지? 설마...안 해주는 건 아니겠지? 이거 보러 홍콩까지 갈 수도 없고...

아무튼 오늘 본 경기는 재미있으면서도 뭔가가 결핍된 그런 느낌이었다.
그치만 나에겐 내일이 있다!

우하하하!

난 내일 울나라랑 브라질 A매치 보러 간다! 드뎌드뎌 상암동 월컵 구장에 발을 딛게 됐다는 사실! 빨간 점퍼 입고, 장갑 꼭 끼고 갈거다. 커다란 타월도 갖고 갈거다(넘 추우면 무릎에 덮기 위해서).


정말 신난다. 실은 오늘 아침 우리 부장한테서 낼 경기 티켓 얻어서,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


랄랄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축구장 갈 준비해야쥐~(회사: 축구장 가기 전 들르는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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