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카라지치 재판 시작

딸기21 2009. 10. 22. 19:54
728x90

이제는 ‘스레브레니차’의 한이 풀릴까.

옛유고연방 세르비아계 지도자로 지난해 체포된 라도반 카라지치(아래 사진)에 대한 전범재판이 26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서 시작된다. 기소된지 14년3개월, 오랜 도피 끝에 검거된지 1년3개월만이다. 보스니아 내전 전쟁범죄에 대한 단죄가 마침내 이뤄질지에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세르게 브라메르츠 ICTY 수석검사는 카라지치에 대한 기소장을 최종적으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21일 보도했다. 재판장은 2001년부터 ICTY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 출신의 권오곤 부소장이 맡게 됐다. 카라지치는 현재 기소된 옛유고연방 전범들 중 최대 ‘거물’이다. 1992~95년 옛유고연방 내 세르비아공화국 지도자로서, 민병대를 시켜 보스니아계 무슬림 주민들을 대량학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내전 기간 세르비아에서는 무슬림 등 10만명 이상이 민병대와 세르비아 군에 학살당했다. 기소장에 적힌 카라지치의 혐의는 인종말살(제노사이드) 지시, 집단성폭행 교사·방조 등 11가지다.
무슬림 남성 수천명을 살해한 ‘스레브레니차 학살’을 지시한 혐의도 포함됐다. 당시 스레브레니차는 유엔이 지정한 ‘안전구역’이었으나 세르비아계 민병대가 들이닥쳐 민간인들을 학살하고 여성들을 집단성폭행했다. 스레브레니차에서는 지금도 당시 희생된 이들의 유골이 발굴되고 있으나, 진상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카라지치는 1995년 전범으로 기소됐으나 13년간이나 도피생활을 하다 지난해 7월 붙잡혔다. 옛유고연방 대통령으로서 카라지치를 지원, 세르비아계의 만행을 부추겼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는 2006년 처벌받지 않은 채 재판 도중 교도소에서 숨졌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카라지치에 대한 단죄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ICTY 재판은 보스니아 내전의 진상을 밝힐 최대의 기회이긴 하지만 카라지치 측과 세르비아계의 반발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르비아계는 카라지치 재판에 대해 ‘정치적 쇼’라며 비판하고 있다. 세르비아인들은 지난해 카라지치 체포 때에도 베오그라드에서 반대 시위를 벌였다.
카라지치는 22일 재판부에 서한을 보내 “기소·조사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면서 “법정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라지치는 이미 미국과의 밀약설을 주장하며 1년여 동안 재판을 지연시켰다. 앞으로도 기나긴 공방이 예상된다. ICTY는 카라지치의 범죄를 증언할 증인 409명의 목록을 만들고 재판 기간을 줄이기 위해 그 중 230명의 증언을 서면으로 제출받았다. 하지만 카라지치의 범죄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세르비아 장군 라트코 믈라디치와 고란 하지치 등 등 핵심 ‘공범’들은 여전히 체포되지 않은 상태다. 권 재판장은 “앞으로 3년은 있어야 판결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