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EU 정치통합 최대 장애물 넘었다

딸기21 2009. 10. 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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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정치통합의 바탕이 될 리스본조약, 이른바 유럽 ‘미니헌법’이 아일랜드 국민투표에서 통과됐다.  이로써 유럽은 정치적 통합으로 가는 큰 고비를 넘었으며 내년초 리스본 조약이 발효될 전망이 커졌다.

지난 2일 아일랜드 국민투표 결과 리스본 조약은 찬성 67.1%대 반대 32.9%로 통과됐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브라이언 코웬 총리는 “유럽 통합 찬성파의 압도적인 승리”라며 “아일랜드 국민은 물론 유럽 전체에 좋은 날”이라고 말했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도 “아일랜드인들에게 감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아일랜드는 지난해 6월 한 차례 국민투표를 실시했으나 찬성 46.6%, 반대 53.4%로 부결됐었다. 16개월만에 찬성여론으로 바뀐 것은 지난해말 금융위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외신들은 한때 ‘켈트의 호랑이’라 불렸던 아일랜드가 경제위기라는 큰 파도를 겪은 뒤 ‘보호막’을 원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Supporters of the Fianna Fail party celebrate the outcome of Ireland's referendum 

on the EU's Lisbon Treaty in Dublin.

 (AFP/Ben Stansall)


지지부진했던 EU 정치통합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리스본 조약이 발효되려면 회원국 모두의 비준이 필요하다. EU헌법이 2005년 각국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것을 감안, 리스본조약은 의회 비준만으로 통과되도록 했으나 아일랜드는 유독 국민투표를 고집, 지난해 한차례 부결시켜 EU 통합의 ‘공공의 적’이 됐다. 이번에 아일랜드에서 통과됨으로써 25개국이 비준 절차를 마쳤고 체코와 폴란드는 대통령 서명만 남겨두고 있다. 
폴란드는 조만간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이 서명할 예정이지만 체코에서는 유럽통합 회의론자인 바츨라프 클라우스 대통령이 서명을 늦추고 있다. 상원의원 17명이 위헌심판을 두 차례나 제기하는 등 체코에서는 내부 반발이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EU 각국의 압박이 거셀 것이기 때문에 결국엔 체코도 연내 비준을 끝낼 것으로 예상된다. 조약은 마지막 회원국의 비준절차가 끝난 다음달 첫날부터 발효되기 때문에, 올 연말까지 체코가 비준을 마치면 내년 1월1일 발효된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주도로 2007년 탄생한 리스본조약은 과거 부결된 유럽헌법을 축소, ‘현실적으로 가능한’ 정치적 통합만을 목표로 만들어진 조약이다. 통합국가를 연상케하는 ‘헌법’이란 용어에 대한 유럽인들의 거부감을 감안, ‘리스본 조약’이라는 명칭을 붙였지만 사실상의 헌법이다.

한계는 많지만 일단 리스본 조약이 발효되면 유럽의 정치통합은 한단계 업그레이드된다. 

회원국들이 6개월마다 번갈아 맡던 순회의장국 제도가 없어지고 ‘EU 대통령’이라 불리는 상임 의장직이 신설된다. 기존 순회의장국 제도는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는 데에 장애가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2004년 이른바 ‘EU 빅뱅’으로 가입한 동유럽 약소국들이 의장국을 맡을 경우 지도력이 발휘되지 못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 EU 의장으로서 국제무대에서 재미를 톡톡히 본 사르코지는 동유럽으로 의장국이 넘어가는 데에 노골적으로 불만과 아쉬움을 드러냈을 정도였다.


▶또 보게 될까, 토니 블레어?

신설될 EU 대통령의 임기는 2년 6개월이고 1회 연임이 가능하므로 5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EU 대통령은 매년 4회 이상 회원국 정상회의를 주재하고 대외적으로 EU를 대표하게 된다. 미국, 러시아, 중국 정상들과 머리를 맞댈 명실상부한 ‘유럽대표’가 탄생하는 것이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EU 대통령 자리를 노리고 벌써 치열한 물밑 선거전을 하고 있다. 15년째 집권중인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 등도 후보로 오르내린다.

5년 임기의 외교정책 고위대표직도 만들어진다. 현재 EU의 외교는 외교담당 고위대표가 맡고 있으나, 각국이 따로 외교를 하고 있어 실권이 없었다. 리스본 조약에 따라 신설될 외교 대표는 사실상의 ‘EU 외무장관’으로서 회원국들의 외교정책을 조율하고 대외적으로 대표하게 된다.

현재 회원국별로 목소리를 내게 되어있는 집행위원회도 개편된다. 
국가별로 1명씩 27명인 집행위원 수는 2014년 18명으로 줄어든다. 의사결정 방식에서도 만장일치제를 없애고 ‘이중다수결 제도’를 2014~17년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현행 만장일치제는 약소국 회원들의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해 도입됐으나 이 때문에 EU의 통합력과 집행능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중다수결 제도는 ‘EU 인구의 65% 이상이 찬성하고(인구 기준), 전체 27개국 중 15개국 이상 찬성하면(국가 기준)’ 가결되도록 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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