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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카리스마' 메르켈의 승리

딸기21 2009. 9. 2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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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카리스마’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은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27일 총선에서 승리, 집권 2기를 맞게 됐다.

이날 총선에서 메르켈이 이끄는 기민-기사연합은 33.8%를 얻어, 23%를 얻은 사민당을 눌렀다. 기민-기사 연합의 연정파트너가 될 자민당은 14.6%를 얻으며 선전했다. 좌파당 11.9%, 녹색당 10.7 순이었다. 의석수로는 기민-기사연합과 자민당이 총 332석을 얻어 좌파계열(총 290석)을 누르고 과반을 확보했다. 
메르켈은 호르스트 쾰러 대통령으로부터 총리 지명을 받은 뒤 자민당과 보수연정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연정이 이뤄지면 1998년 헬무트 콜 전총리가 물러난 뒤 11년만에 보수연합이 집권하게 된다.



손 흔드는 메르켈... 귀엽네요 ^^ /Bloomberg


독일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통일 이후 첫 동독 출신 총리, 2차 대전 이후 최연소 총리로 2005년 취임했던 메르켈은 ‘당파를 초월한 국가지도자’로 성장해 또 한 차례 임기를 맞게 됐다. 
메르켈은 이날 저녁 출구조사 발표 1시간 만에 승리를 선언하면서 “모든 독일 국민의 총리가 될 것”이라 말했고, 지지자들은 애칭인 ‘앙기(Angie)’를 연호했다. 도이체벨레는 독일 재계가 우파연정 출범에 큰 기대를 품고 있다고 전했으며, AFP통신은 “메르켈이 경제 위기에서 독일을 구해낼 또 한차례의 임기를 얻어냈다”고 보도했다.

전후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메르켈이 승리를 거둔 데에는 위기관리능력과 뚝심이 큰 몫을 발휘했다. 슈피겔은 “4년 전 집권 때만 해도 보좌관 없이는 말을 삼가며 긴장하던 메르켈이 이제는 의자에 편히 기대어 앉아 미디어들을 다루는 노련한 정치인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의 최대 무기는 소탈함과 진지함, 성실함이다. 그는 우파이지만 ‘철의 여인’이라 불리던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와는 달리 지난 4년간 ‘대연정’을 꾸리면서 사민당의 주요 정책들을 흡수, 사회적 약자와 노동자들을 배려하는 정책을 택했다. 또 신자유주의의 맹목적인 시장 신봉을 경계하고 독일 기업 살리기에 집중했다. 우파의 거두 헬무트 콜이 “내 딸”이라 했던 측근이었지만 부패스캔들에서 당을 구하기 위해 콜을 내칠 정도로 냉정한 면모도 있다.

메르켈은 집권 2기를 맞아 대연정 기간 올렸던 세금을 내리고 핵발전소 폐쇄 계획을 일단 보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민당 식의 친기업 ‘노동시장 유연화’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며, 기후변화 대응조치들도 예정대로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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