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끝나지 않는 '테러범 석방' 논란

딸기21 2009. 9. 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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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커비 테러범 석방 논란의 끝은 어디인가. 영국 정부가 리비아와의 ‘거래설’을 일부 인정했으나, 석방 근거가 된 의료진단이 ‘리비아 돈’에서 나왔다는 주장이 새로 제기되는 등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영국 정부는 전임 행정부와 스코틀랜드로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하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5일자 데일리 텔레그라프와의 인터뷰에서 스코틀랜드 법원의 로커비 테러범 석방과 영국 정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바꿔, “리비아와의 무역 협상이 큰 요인이 됐다”고 인정했다. 그는 “리비아와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면서 로커비 테러범도 포함시키기로 한 데에는 무역과 원유가 큰 역할을 했다”고 실토했다.
앞서 스코틀랜드 법원은 1988년 로커비 테러로 유일하게 기소된 리비아인 압둘 바셋 알 메그라히를 석방, 논란을 빚었다. 스코틀랜드 측은 메그라히가 전립선암으로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기 때문에 인도적 차원에서 풀어준다고 했지만 영국이 리비아 석유를 노리고 뒷거래를 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스트로는 이를 일부 인정하면서 “리비아와의 석방 협상에는 무역 문제도 포함됐고 BP의 계약도 그 일환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2007년 5월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는 리비아를 방문해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와 회담하면서 영국 석유회사 BP의 유전개발권을 따냈다. 이듬해인 2008년 1월 BP는 리비아 측과 9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스트로는 “정부가 잘못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며 “우리는 ‘불량국가’였던 리비아를 국제사회에 복귀시키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가 석방을 원치 않을 경우 거부할 권한은 얼마든지 있었다”면서 영국과 리비아 간 협상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변했다.

영국 정부는 “스코틀랜드 자치정부가 결정한 것일 뿐”이라 했다가 논란이 일자 지난주 영국과 리비아 간에 오간 메그라히 관련 문서들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 중에서 ‘거래’와 관련된 내용들이 나오면서 오히려 곤혹스런 처지가 됐다. 

영국 언론들은 “고든 브라운 총리는 리비아의 심기를 거스를까 두려워 응당 받아내야 할 로커비 피해자 보상금 지불도 독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브라운 총리는 지난해 10월 로커비 피해자 유족들이 법률 대리인인 제이슨 매큐 변호사에게 서한을 보내 “리비아 정부와 유족들 간 협상에 영국 정부가 끼어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영국 정부가 리비아 눈치를 보느라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코틀랜드 법원과 정부가 메그라히 석방의 근거로 삼은 의료 진단을 놓고도 의혹이 제기됐다. 선데이 텔레그라프는 5일 “메그라히를 최종 진찰한 의사 3명의 진료비를 리비아 정부가 부담했다”고 보도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케니 매카스킬 스코틀랜드 법무장관은 “여러 의료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석방 결정을 한 것”이라며 “리비아 정부가 진료비를 낸 의사들의 진단서는 이미 결정을 내린 다음에 제출됐기 때문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리비아 트리폴리의 메디컬 센터의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메그라히는 병세가 나아져 지난 4일 일반 병실로 옮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메그라히는 스코틀랜드에서 석방되자 리비아로 돌아가 영웅 대접을 받고 치료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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