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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모나리자에게 찻잔을

딸기21 2009. 8. 1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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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러시아 여성이 지난 2일 프랑스 국적을 못 받아 화가 났다는 이유로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Mona Lisa)>에 찻잔을 집어던졌습니다. <모나리자>는 방탄 유리 상자에 들어있어 해를 입지 않았지만 이 여성은 체포돼 정신질환이 있는지 조사를 받았다죠. 아무 이상 없는 것으로 드러났고 곧 석방되긴 했지만, 박물관은 이 여성을 상대로 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합니다.


모나리자의 수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500여년 넘게 사랑받아온 만큼 곡절도 많았지요. 대표적인 것은 1911년의 도난사건입니다. 
당시 27세였던 이탈리아 출신의 삼류화가 빈센초 페루자는 루브르의 정기 휴일인 8월 21일 <모나리자>를 떼어내 유유히 걸어 나갔습니다. 하지만 경비원들은 그날 광고용 사진을 찍기로 되어있었기 때문에 사진작가가 와서 가져가는 것인 줄 알고 다들 내버려두었다지요. 다음날 루이 베루라는 화가의 제보를 받고서야 박물관 측은 그림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고 합니다.

재미난 것은, 이 때 가장 먼저 용의선상에 올랐던 사람이 유명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였다는 겁니다. 아폴리네르는 평소 “루브르는 불태워버려야 한다”고 주장했었답니다. 아폴리네르가 체포되면서 친구인 파블로 피카소까지 조사를 받았지만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2년 넘게 그림을 감춰두고 있던 페루자는 이탈리아 우피치 미술관에 <모나리자>를 팔려고 하다가 결국 덜미가 잡혔습니다. 하지만 그는 1914년 피렌체 법정에서 “이탈리아인이 그린 <모나리자>를 조국의 품에 되돌려주고 싶었다”고 주장해 오히려 이탈리아인들의 환영을 받았답니다. 페루자는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두어 달 만에 풀려났습니다. 

2차 세계대전 기간 여러 곳으로 이사하는 소동 속에서도 건재했던 <모나리자>. 그런데 1956년에는 한 관람객이 이 작품에 산(酸)을 끼얹었고, 같은 해에는 또 다른 관람객으로부터는 돌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러니 루브르가 <모나리자>를 지키기 위해 ‘철통방어’를 할 만도 하지요.

<모나리자> 뿐 아니라 예술품에 대한 관람객의 ‘공격’은 적잖게 일어납니다. 영국 가디언은 작년에 ‘미술품 수난사례’를 정리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 중 몇 가지를 살펴볼까요.

첫손 꼽힌 것은 피카소의 1932년 작품 <꿈(Le Reve)>입니다. 2006년 미국의 카지노 재벌 스티븐 윈은 이 작품을 손님들에게 구경시키다가 팔꿈치로 찔러 구멍을 내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원래 윈은 이 그림을 회화 사상 최고가였던 1억3900만 달러에 팔기로 했었는데 이런 날벼락 같은 사고를 냈다네요. 작품 가격은 8500만 달러로 떨어졌습니다. 물론 그래도 충분히 비싸지요 ^^;;

피카소의 <꿈(Le Reve)>

피카소 작품 중에 또 수난을 당한 것은 대표작인 <게르니카(Guernica)>입니다. 74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전시된 이 작품에 토니 샤프라지라는 예술가가 붉은 스프레이로 ‘KILL LIES ALL’이라는 문구를 써넣었습니다. 

바로 이렇게...


당시 베트남전 반전운동가였던 샤프라지는 전쟁의 참상을 그린 <게르니카>를 미술사 창고에서 꺼내 대중들 앞에 다시 한번 생명력을 불어넣고자 했다고 설명했답니다. 이후 스페인에서는 <게르니카>가 전시될 때면 방탄 유리에 넣어 특별 경비원들을 양옆에 붙인다고 합니다. 
젊고 반항적인 예술가였던 샤프라지는 지금은 유명 아트딜러가 됐고, 자기 소유의 화랑에서 피카소 작품들을 전시하기도 한답니다. 지금 자신 같은 ‘미술테러범’들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네요.

바로크 작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작품 <거울을 보는 비너스(Rokerby Venus)>는 14년 런던 국립 갤러리에서 한 여성운동가에 난도질을 당했습니다. 70년 미 오하이오주의 클리블랜드 미술관에서는 야외에 전시돼 있던 오귀스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Le Penseur)>이 다이너마이트 공격을 받아 하반신이 산산조각 났습니다. 이 사건은 ‘웨더맨(Weatherman)’이라는 급진주의 단체가 실수로 저지른 공격으로 판명됐습니다. 

좀더 ‘지저분한 공격’을 받은 작품도 있습니다. MOMA에서는 한 전위예술가가 온갖 빛깔 사탕과 젤리를 입안에 넣고 씹다가 몬드리안의 <Composition With Red and Blue>에 뱉었습니다. 작품이 너무 삭막해서 생명력을 좀더 불어넣으려고 그랬다나요.

문제의 작품은 이겁니다.


렘브란트의 <야경꾼(De Nachtwacht)>은 정말이지 수난이 많았던 작품입니다. 1911년 해군 요리사 출신의 광인에게 칼에 찔리고, 75년 다시 또 미치광이 전직 교사한테 난자당하고, 90년에는 병원에서 탈출한 정신질환자에게 세 번째로 염산 공격을 받았습니다. 이 사람은 9년 뒤에 피카소의 <정원의 여인(Femme nue devant le jardin)>을 도려내 구멍을 만들어 다시 체포됐다고 합니다.

렘브란트의 <야경꾼(De Nachtwacht)>

2007년 10월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는 몇몇 난동꾼들이 들어와 클로드 모네 작품에 주먹을 날렸습니다. 그 얼마 전에는 붉은 립스틱을 바른 한 캄보디아 출신 여성이 미국의 추상주의 작가 싸이 톰블리(Cy Twombly)의 새하얀 그림에 키스를 해 립스틱 자국을 남겼지요. 이렇게 예술작품에 너무 폭 빠져서 현실을 분간 못하는 증상을 ‘스탕달 증후군’이라고 하지요.

로마 성베드로 성당에서는 72년 라즐로 토트라는 지질학자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Pieta)> 조각상을 망치로 때려 성모의 팔꿈치와 코를 부숴버리고 눈을 파냈습니다. 그날이 자기 33살 생일이었고 예수는 그 나이에 죽었기 때문에 그랬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했다고 합니다. (미켈란젤로 뿐인가요. 가디언 기사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그 유명한 밀로의 <비너스>는 몸통이 두 동강 난 적도 있답니다.)

2001년 런던 아이스톰 갤러리에서는 다소 엽기적인 작품들로 유명한 데미언 허스트의 설치작품 <Painting by Numbers>가 전시됐습니다. 그런데 청소부 아저씨는 허스트가 자기 스튜디오를 ‘재현’한 이 작품을 그냥 쓰레기로 보고 치워버렸습니다. 아저씨 왈 “그것들이 작품이라고는 1초도 생각 안 해봤다.” 

정말 그런지 어떤지, 한번 구경해 보시죠.


빈 병과 깡통 따위를 모아 만들었다고 하니, 아저씨가 오해를 할 법도 하지요 ^^;;

역시 가디언에 소개된 것은 아니지만, 제가 기억하는 또 하나의 사건은 2006년 ‘껌 사건’입니다. 미국의 한 소년이 무려 150만 달러가 넘는 그림에 껌을 붙였다가 학교에서 정학 처분을 받았습니다. 당시 12살이던 이 소년은 디트로이트예술원에 단체 견학을 갔다가 미국의 대표적인 추상화가 헬렌 프랑켄탈러의 작품에 씹고 있던 껌을 꺼내 눌러 붙였습니다.
그래서 문제의 그림이 외신에 많이 떴는데, 껌...하고 잘 어울릴 듯한;; 그림인데다 도저히 제 눈에는 150만 달러 짜리로는 안 보이는 작품이더라능...

바로 이 그림입니다.


하지만 이유가 어찌 됐든, 남의 작품을 훼손해서는 안 되는 거지요 ^^

영국 인디펜던트 웹사이트에도 수난의 작품들에 대해 소개한 페이지가 있으니 관심 있으시면 구경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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