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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새로운 '중동 독트린'?

딸기21 2009. 6. 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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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교의 새로운 독트린이 시작됐다”

미국과 중동·이슬람 관계의 ‘새로운 시작’을 역설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지난 4일 카이로대 연설에 국제사회가 열띤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8년간 지구촌을 전쟁과 갈등으로 몰아넣었던 미국의 중동정책이 이제 제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아직 남은 과제가 쌓여 있지만, 무슬림들에게 직접 다가 미국의 이미지를 회복시킨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목표는 일단 달성한 셈이다.


오바마는 카이로 연설에서 이슬람과의 화해를 강조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국가의 공존을 역설했다. ‘테러리스트’나 ‘테러리즘’, ‘테러와의 전쟁’ 같은 말은 꺼내지도 않았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새로운 언어로 전달된 오바마의 메시지”로 평했고, 오바마에 비우호적인 우파 언론 폭스뉴스조차 “미국과 무슬림 세계 사이에 다리를 놓은 연설로 미국 외교정책의 새로운 독트린의 시작”이라고 상찬했다. 이스라엘 유력지 하레츠는 “카이로 연설은 ‘9.11 시대’가 막을 내렸음을 선언한 것”이라고 평했다.

오바마는 5일 유럽으로 옮겨가 독일 드레스덴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회담한 뒤 5일 “중동 평화정착 문제가 올해 안에 큰 진전을 볼것으로 믿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메르켈은 오바마가 “아랍 세계로 향한 문을 열었다”고 치하했다.




오바마가 지난 4일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해 늙은 독재자 무바라크와 친한 척을 하고 있다. /AP 

 


그리고 나서 오바마는 무슬림들을 향해 새로운 화해의 선언을 했다. /AP

 


팔레스타인 민중저항위원회(정체불명;;) 무장조직원들이 가자시티에서
코란을 인용하는 친절한 오바마씨의 연설 생중계를 듣고 있다. /AP 

 

오바마가 전임 행정부의 제3세계 독재국가 무력 정권교체(regime change) 전략을 폐기하고 중동 스스로의 민주적 개혁을 촉구한 것은 괄목할 변화다.
중동 최대 이슬람조직 ‘무슬림 형제단’은 “아랍 권위주의 정권들에 유화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실망스럽지만, 올바른 방향을 지향한 연설이었다”고 평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미국진보센터’의 매튜 더스는 “팔레스타인 주민들도 이스라엘과 똑같이 나라를 세울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이토록 명확히 밝힌 미국 대통령은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언론들은 이번 연설을 놓고 “오바마와 오사마(빈 라덴)의 이데올로기 싸움”으로 해석했다. 요르단 암만대학의 모하마드 아부 루만 교수는 연설 뒤 “알카에다는 ‘문명의 충돌’이라는 수사학 덕을 많이 봤는데, 오바마는 그런 수사학을 무력화시키고 중동 문제를 현실정치의 영역으로 복귀시켰다”고 평했다.
카타르 도하 소재 브루킹스연구소의 하디 아므르는 “빈 라덴은 이슬람 저항단체들이 모두 오바마의 연설에 찬사를 보내는 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슬림들은 오바마가 이슬람세계에 다가서려 노력했다는 것 자체를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중동 민주화와 평화 정착을 이뤄내고 진정 새로운 관계를 만들려면 실질적 변화가 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중동의 일부 지식인들은 코란을 4구절이나 인용하고 아랍어로 인사를 한 것은 분명 전임자들과 다른 태도이지만, 이 것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없다며 평가를 유보했다.

 


기자의 스핑크스 앞에서 폼 잡는 오바마. 암튼 후까시는 감동적이다. /로이터 
 
 
 

그러고 나서 오바마는 독일로 옮겨가, 바이마르 부근 부헨발트의
나치 유대인수용소를 찾아가 헌화했다. 유대인들에게 밉보일 수는 없으니까. /AP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든, 이스라엘의 침공으로 산산이 부서진 가자지구 사람들의 삶은
여전히 이 모양이다. 5일 베이트 라히야 난민촌의 한 가족이 폐허 속에 앉아 있다. /AP
(나름 오바마니아인 내가 오늘 까칠한 것은 이 장면 때문이다) 

 

미국이 가자지구 어린이들의 목숨을 빼앗는 무기의 이스라엘 수출을 중단하지 않는 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하는 것을 막지 않는 한 ‘새로운 시작’은 구두선에 그칠 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오바마가 정착촌 동결을 요구하자 이스라엘 매파들은 즉시 반발했다. 오바마 정부의 중동정책에 대한 이스라엘의 반발과 미국 내 유대계의 로비도 무시못할 변수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용어는 사라졌지만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라크 전후 재건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널리 퍼져있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말’은 대단히 중요하지만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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