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잘한다, 브라질

딸기21 2004. 1. 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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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은 미국이 브라질 국민들에 대한 출입국 심사를 강화키로 한데 대한 보복으로 미국인들이 브라질에 입국할 때 지문채취와 사진촬영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1일 발표했다. '테러 방지'를 명분으로 한 미국의 외국인 홀대(忽待)에 공식적으로 보복을 선언한 첫 사례여서, 다른 나라들로 이같은 조치들이 확대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브라질 연방경찰은 연방법원의 요청에 따라 미국민 입국 심사 때 지문채취와 사진촬영을 실시키로 했다고 1일 밝혔다. 앞서 브라질 정부는 연방법원에 미국의 출입국심사 강화에 맞선 대응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었다. 연방경찰청은 1일 상파울루시 과룰류 국제공항에서부터 새롭게 강화된 미국민 입국심사가 이미 시작됐다고 밝혔다.
연방법원의 훌리에르 세바스티앙 다 실바 판사는 현지 언론 회견에서 "브라질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을 나치 전범처럼 취급하는 미국의 보안심사에 항의하기 위해 이같은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말했다. 브라질 정부측은 특히 미국이 '보안조치'를 강조하면서도 비(非)유럽계 입국자들에 대해서만 강도 높은 심사를 벌이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는 1일부터 입국심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주로 유럽국가들로 구성된 27개 비자면제국 국민들은 지문채취와 사진촬영을 면제받도록 했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조차 새로운 심사방안이 인종차별 요소를 갖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회주의 성향의 개혁파 루이스 이냐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 취임 뒤 브라질은 미국에 번번히 맞서왔다. 미국의 이라크전 파병 요청을 거부하면서 전쟁 반대 입장을 공식 선언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 9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는 제3세계 농업국가들의 대변자를 자임하며 협상을 결렬시키는데 앞장섰다. 미국의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구상에 찬물을 끼얹은데 이어 이번에는 '반테러조치'에 딴지를 걸고 나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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