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일단은 성공, 그 다음은 지켜봐야' G20 성과와 한계

딸기21 2009. 4. 3.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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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에 참석한 각국 정상은 3일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를 통해 새로운 국제금융질서를 만들고 경제회복을 위해 총 5조 달러의 자금을 집행하기로 했다. 

정상들은 이날 폐막 공동성명에서 “내년 말까지 경기 부양을 위해 참가국들이 총 5조 달러를 투입, 세계경제 4% 성장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상들은 세계경제의 신뢰를 재건하고 경제성장을 촉진하는데 힘을 기울이기로 했으며, 정책 공조를 통해 총 19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했다.

금융위기를 통해 한계가 드러난 국제금융시스템을 재구축하고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국제 금융기구들의 재원을 늘리기로 했다. 또 보호주의를 배격하고 세계 무역을 촉진하며, ‘지속가능한 녹색 경제회복(green recovery)’을 추구하기로 했다. 정상들은 이 같은 내용의 6개항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정상들은 투기자본 규제와 조세피난처·은행비밀주의 철폐,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개혁, 금융기관 도덕적 해이 규제 등에 한 목소리를 냈다. 각국은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라운드(DDA)를 마무리하기 위해 긴급 행동에 나서기로 했으며, 앞으로의 세계 경제 논의에서 신흥경제국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받아들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금융안정화포럼(FSF)을 확대·강화, 글로벌 금융규제를 총괄할 ‘금융안정화이사회(FSB)’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주최국인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는 “우리는 이제 과거와 다른 국제협력의 새 시대에 들어섰다”며 “새로운 세계질서가 떠오르고 있다”고 선언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왔다”고 말했으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역사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영국 BBC방송은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과 규제완화로 대표되던 ‘워싱턴 컨센서스(합의)’ 시대의 종말을 알린 회의”라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방임주의의 시대가 끝났다는 걸 인식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김 빠진 회의가 될 것이라던 비관적 전망과 달리,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은 3일 예상 밖 합의들을 내놓으며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번 회담에 참가한 정상들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부분에서 합의가 이뤄졌다”고 자평했고, 각국 언론들도 “새로운 경제질서의 단초를 마련한 회의였다”며 높이 평가했다.

국제무대에 공식데뷔한 오바마 대통령은 ‘몸을 낮춘 리더십’을 보여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 덕분에 정상회담은 ‘5조 달러 재정확대, 내년까지 4% 성장’이라는 목표를 명시한 공동선언 발표로 이어졌다. 선언에 담긴 6개항의 합의사항은 규제강화에서 녹색성장까지를 망라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한다는 공감대 덕에 합의가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갈길이 더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앵글로색슨 자본주의의 종말”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규제강화, 도덕성 제고”에 한 목소리를 냈다. 금융안정화포럼(FSF)을 금융안정화이사회(FSB)로 확대개편하는 등 국제 금융규제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FSB는 IMF와 함께 거시경제 리스크에 대한 보고서를 내며, 금융시스템에 대한 감시·감독을 총괄하게 된다. 특히 대형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를 체계화한 것은 성과로 꼽힌다. BBC방송은 “규제강화의 천적이던 미국이 고집을 꺾음으로써 합의가 가능했다”면서 미국 오바마 정부의 유연한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요구했던 규제강화 방안이 거의 모두 받아들여졌다며 만족해하는 분위기다. 앞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 문제에 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회의를 거부하겠다”며 배수진을 쳤었다. G20은 금융시장 ‘부도덕성’의 근원으로 지목돼온 은행 비밀주의와 조세피난처들에 강력 대처하기로 했으며, 국제신용평가기관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금융회사 급여를 제한하는 데에도 의견을 모았다.

정상들은 IMF의 재원을 5000억달러 늘리고 특별인출권(SDR)과 무역금융을 각각 2500억달러 증액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지역별 국제개발은행들이 총 1000억달러를 개도국들에 대출해주기로 함으로써 금융시장을 회복시키기 위한 재원은 1조1000억달러가 늘어나게 됐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번 회담 최대 수혜자는 IMF”라고 보도했다. IMF와 세계은행 의사결정에 개도국 참여를 늘리는 등 국제금융기구의 임무와 체제를 개혁하는 방안에도 뜻을 같이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회담이 끝난 뒤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왔다”고 말했으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역사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빈국 지원방안을 환영했다. 

이번 회담은 또 세계 경제질서가 다극 체제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줬다. AP통신은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발언권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영·미식 ‘앵글로색슨’ 자본주의 모델의 종언을 고한 회의였다”고 평했다. 공동선언 발표 뒤 세계 증시는 폭등했으며 국제유가도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치솟았다.

총론에는 합의, ‘각론’은 불확실

이번 회담이 일단은 성공적이었다는 평이지만 문제점도 많이 지적되고 있다. 먼저, ‘5조 달러’라는 경기부양 예산을 누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투입할 것인지는 얘기가 없었다. 독일과 프랑스가 미국식 경기부양에 대한 반대를 굽히지 않은 탓에, 공동 경기부양 목표를 세우는데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5조 달러’는 각국의 부양책을 종합해 액수를 합산한 것일 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BBC는 “이번 회담이 세계 경제에 미칠 효과는 제한적”이라면서 “IMF 재원을 늘린다 해도 실제 대출규모는 증액분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도 “IMF 재원의 절반 가량은 출자 비율이 높은 선진국들에 돌아가게 된다”며 자금난에 허덕이는 개도국에 돌아갈 몫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발등의 불인 금융산업 부실자산을 어떻게 평가하고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자세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보호주의를 배격하고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으나 역시 구체적인 일정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DDA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는 인도는 이번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기축통화 논쟁에서도 이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러시아가 주장한 새로운 국제 기축통화 도입방안은 공식 의제로 채택되지 않아 물밑으로 가라앉았지만, 언제라도 다시 부상할 수 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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