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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등돌린 남아공…남아공에 등돌린 국제사회

딸기21 2009. 3. 24.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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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이 티벳 지도자 달라이 라마에게 등을 돌렸습니다. 내년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인종차별 철폐와 국제평화를 논의하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남아공을 방문하려던 달라이 라마의 비자발급을 거부한 것인데요.
백인정권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에 맞서 싸우면서 국제사회의 지지에 많은 빚을 졌던 남아공 흑인정권의 이런 행태에 비난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BBC방송 등 외신들은 24일 “남아공 정부가 달라이 라마의 입국을 불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역대 노벨평화상 수상자였던 데스먼드 투투 대주교와 데 클레르크 전대통령 등이 비판하고 나서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앞서 22일 인도 언론들은 뉴델리 주재 남아공 대사관이 달라이 라마에게 남아공 방문을 연기할 것을 요구하며 비자 발급을 거절했다고 보도했었지요.
달라이 라마는 오는 27일 요하네스버그에서 남아공 정부 주최로 열리는 국제평화회의에 참석차 남아공을 방문할 예정이었습니다. 이 회의는 내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개최국인 남아공이 월드컵 대회를 국제평화의 제전으로 만들겠다며 준비한 행사입니다. 회의의 취지는 월드컵 대회를 인종주의·제노포비아(인종혐오)와 맞서 싸우기 위한 계기로 만들자는 것이고요.
남아공 정부는 이 회의에 넬슨 만델라 전대통령과 데 클레르크 전대통령, 투투 대주교, 마르티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 등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을 초청했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이 회의에 참석하면서 만델라 전대통령을 만나 인종차별 반대 친선축구대회 개최 등을 논의할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남아공 정부는 달라이 라마 비자발급을 거부한 것에 대해 “중국의 압력은 없었다”면서 “달라이 라마는 애초 이번 회의에 초청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남아공 주재 중국대사관은 “비자를 내주지 않도록 남아공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고 말해, 중국 정부의 압력의 남아공측 조치의 직접적인 원인이었음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남아공 주재 중국대사관은 “티벳인들은 완벽한 종교적 자유를 누리고 있다”며 홍보캠페인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투투 대주교는 남아공 정부를 향해 “치욕적인 결정”이라며 “나도 평화회의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백인정권의 수장이었다가 1990년대 아파르트헤이트 철폐라는 ‘결단’을 내리고 만델라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데 클레르크 전대통령도 불참 의사를 밝혔습니다. 노르웨이의 노벨평화상위원회도 1989년 평화상 수상자인 달라이 라마를 홀대하는 것은 “실망스러운 결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1999년과 2004년 두 차례 남아공을 방문했었기 때문에 이번 비자발급 거부는 더더욱 명분이 없다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결국 남아공 정부 측은 논란으로 빛이 바래버린 평화회의 자체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습니다.



중국 눈치를 보는 나라들은 여럿 있지만 특히 남아공의 처사에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남아공이 국제사회와 인권운동에 많은 빚을 지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이끄는 현 흑인정권은 잘 알려진대로 백인정권에 맞서 수십년간 지난한 싸움을 벌였습니다. 이 투쟁에 감명받은 국제인권단체들은 ANC를 지원하며 만델라 구명운동과 인종차별 철폐 투쟁에 함께 했고, 유럽과 미국 정부도 백인정권에 경제 제재를 가해 항복선언을 이끌어냈습니다.
국제사회의 지지에 힘입어 1994년 만델라의 흑인정권이 탄생해 지금껏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남아공이 티벳 인권문제를 나몰라라 하는 것은 자신들의 과거를 잊은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겁니다.

남아공 정부가 중국 편에 선 것은 물론 경제협력 때문입니다. 중국과 남아공은 1998년 수교했으며, 이후 10여년 동안 교역규모가 매년 급증했습니다. 인민일보 지난달 보도에 따르면 남아공은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최대 교역파트너로, 지난해 양국간 무역규모가 178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중국은 독일에 이어 남아공의 2번째 수입상대국입니다. 중국은 남아공의 주요 원자재 수출국이면서, 주요 투자국이기도 하고요. 중국은 아프리카개발펀드(CADFund)를 통해 남아공에 4억달러를 투자해놓고 있는데, 지난 16일 20억 달러 추가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요하네스버그에 사무소를 열었습니다.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1월에도 남아공을 방문해 에너지 협력관계를 과시했었습니다.
<메일 앤드 가디언> 등 남아공 언론들은 “달라이 라마의 입국을 불허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얻을지는 몰라도 아프리카 중심국가로서의 국제적 위상은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1996년 케이프타운을 방문한 달라이 라마가 만델라 할아버지와 손잡고 걷고 있습니다. /AP자료사진 


저는 남아공에 이유없이 관심이 많은데(사실은 만델라 할아버지의 나라라서 ^^) ANC 정부의 결정이 참 실망스럽고 치졸하게 보이네요.
만델라 할아버지가 대통령 하실 적에, 리비아에 가서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미국은 할아버지한테 눈 부라리면서 못 가게 하려고 애를 썼었지요. 그때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우리가 어려울때 도와준 것은 카다피였지 미국이 아니었다."
(곁길로 새자면, 미국은 남아공 백인정권을 앞잡이 삼아 이웃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민족주의, 좌파 성향 지도자들 몰아내는 짓을 했었습니다. 남아공은 이스라엘과 함께 용병들을 '미국의 전선'들에 용병을 수출하는 국가였고, 이스라엘의 기술을 이전받아 핵무기 개발에 나서기도 했었습니다. 미국은 이렇게 남아공 백인정권을 편들어주다가 국제사회 분위기가 반대로 돌아간 후에야 뒤늦게 제재에 나섰던 나라입니다. 그걸 만델라 할아버지가 그대로 꼬집은 것이죠. 얼마나 당당합니까.)

그랬던 남아공인데... 중국 눈치본다고, 저게 뭔짓이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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