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세계사

2004년 마드리드 테러

딸기21 2009. 3. 1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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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11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통근열차에서 연쇄 폭탄테러가 일어났다. 아침 출근시간에 맞춰 마드리드의 주요 역 가운데 하나인 아토차역에서 3차례 연쇄 폭발이 일어났으며, 산타에우헤니아역 등 시내 곳곳의 기차역에서 거의 동시에 폭탄이 터졌다. 2001년 미국 뉴욕 9·11 테러에 빗대 스페인인들이 ‘스페인판 9·11’ 혹은 ‘3·11 테러’라고 부르는 이 공격으로 191명이 숨지고 1800명 이상이 다쳤다.

스페인은 2000년대 초반 우파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총리 집권 시절 미국 편에 서서 이라크에 파병했다가 마드리드 테러라는 보복을 당했다. 사건이 일어난 뒤 스페인 치안당국은 모로코, 알제리, 시리아 등지에서 온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체포했으며, ‘아부 하프스 알 마스리 여단’이라는 조직이 테러를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체포된 29명의 테러 용의자들에게는 몇년에 걸친 재판에서 총 수만년의 징역형이 구형됐다. 재판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상태다. 



마드리드 테러는 9·11
이후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이 저지른 일련의 테러 연속선상에 있었다. 이들 조직은 인도네시아 발리(2002·2005년)와 자카르타(2003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2003년), 모로코 카사블랑카(2003년), 영국 런던(2005년), 인도 뭄바이(2007년) 등지에서 동시다발 테러를 저질렀다. 특히 마드리드 테러는 북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이슬람 국가가 아닌 유럽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유럽 각국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이듬해 일어난 런던 7·7 지하철 테러는 유럽인들의 ‘외국인 혐오증’ 혹은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공포증)’를 더욱 부추겼다.


마드리드 테러범들은 휴대전화와 폭탄을 연계한 ‘첨단 원격폭탄’을 사용했다. 전 근대적 근본주의에 디지털 공격 수단을 접목시킨 테러의 위력은 지난해 뭄바이 특급호텔 총격전·인질극에서 다시 한번 드러났다.

알카에다는 독재와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좌절한 이슬람권 청년들 앞에 무차별 테러 공격이라는 ‘죽음의 탈출구’를 열어줬다. 미국은 이들이 좌절하게 된 배경에 자신들이 있다는 것을 외면한 채, 대테러전을 계속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줄까 하는 기대가 나오고 있지만, 대테러전의 수렁에서 쉽사리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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