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일시 휴전' 가자의 풍경은

딸기21 2009. 1. 1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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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정치조직 하마스가 ‘일시 휴전’을 선언하자 피란길에 올랐던 가자 주민들이 마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민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폐허 뿐이다. 이스라엘의 통제가 풀리면서 가자지구로 들어간 서방 취재진과 피란민들은 잿더미로 변한 마을과 시신들을 보며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자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에서는 18일 푸른 유니폼을 입은 하마스 경찰들과 의료진이 거리에 나와 교통정리를 하고 의료활동을 벌였다. 이스라엘군의 맹폭을 받았던 이 난민촌에는 멀쩡한 시설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모스크는 부서지고 첨탑 하나만 남았다. 주민 자예드 하다르는 “내 아이들 열명이 집안에 있었는데 건물이 폭격으로 무너졌다”며 “주검이라도 거두려 집터를 뒤지고 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먼지와 피비린내 속에서 어린 아이들이 고물상에 팔기 위해 미사일 조각을 줍고 있다”고 전했다.
 
가자시티 부근 제이툰에서 수색작업을 하던 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사)는 이스라엘군에 집단학살당한 것으로 알려진 샤무니 일족의 시신들을 찾아냈다. 제이툰 주민 하디자 하케르는 “그들은 우리의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고 절규했다. 뉴욕타임스는 “곳곳에서 주민들의 비명과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집터에라도 찾아갈 수 있는 사람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번 사태로 난민이 된 주민 수만명 중 대부분은 집으로 돌아갈 생각도 못한 채 유엔 난민보호소로 모여들고 있다. 
아미라 알 기림(15)이라는 소녀는 가자시티의 알 시파병원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데려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미라는 이스라엘군 탱크에 아버지를 잃고, 공습으로 집이 무너지면서 나머지 가족들까지 모두 잃었다. 다리가 잘린 아미라는 포연 속에 500m를 기어가다 구조돼 기적처럼 살아남았지만 퇴원한다 해도 갈 곳이 없다. 눈앞에서 가족들이 숨져가던 악몽같은 기억과 불구가 된 몸만 남아있을 뿐이다.
 
잠시 폭격은 멈췄지만 가자 주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18일 “가능한 빨리 철군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아직 가자 곳곳에 이스라엘 지상군이 남아 있다. 세계식량계획(WFP)과 프랑스 등이 가자 원조를 준비중이지만 인프라가 거의 파괴돼 구호활동이 제대로 이뤄지기조차 힘들다. 특히 이집트 접경 라파는 추위 속에 난민들이 몸을 녹일 곳도 없고, 마실 물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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