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미국-인도-파키스탄

딸기21 2008. 12. 3.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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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뭄바이 테러는 파키스탄에 근거지를 둔 테러조직 라슈카르 에 토이바(LeT)의 짓으로 결론이 나는 듯하다. 미국과 인도 언론들은 4일 수사당국·정보기구 관계자들을 인용해 테러범들이 LeT와 직간접으로 관련돼있음이 확인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 사건으로 인도-파키스탄 관계가 급속 악화되자 미국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보내 중재에 나서는 등 남아시아 긴장을 완화시키려 발벗고 나섰다.


유럽 순방 일정을 단축하고 3일 오후 뉴델리를 방문한 라이스 장관은 만모한 싱 인도총리와 회담하기 전 기자회견을 갖고 뭄바이 테러를 알카에다 계열 조직의 범행으로 단정지으며 파키스탄에 엄정한 대응을 촉구했다. 라이스 장관은 “알카에다가 직접 저질렀건 아니건 간에, 알카에다가 개입된 종류의 테러임에는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는 “파키스탄은 결단력 있게, 시급히 행동하길 바란다”면서 테러 수사에 전면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마이크 매코넬 미 국가정보국장은 “뭄바이에서 2006년 열차테러를 일으킨 조직이 이번 일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들은 2001년에 인도 국회의사당을 공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2006년 뭄바이 열차테러와 2001년 의사당 공격은 모두 LeT가 저지른 짓이다.

뭄바이 경찰은 테러 현장에서 사살된 9명과 생포된 1명 등 테러범 10명이 배를 타고 뭄바이항에 들어오기 이틀 전 LeT 지도부와 통화한 기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뭄바이 해상에서 적발한 테러범들의 선박에서 LeT 간부 5명과의 통화내역이 저장된 위성 휴대전화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또 유일하게 생포된 테러범 아잠 아미르 카사브(21)를 심문해, LeT 내에서 인도 공격책임을 맡고 있는 유수프 무자밀의 개입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파키스탄 측에 뭄바이 테러 관련 혐의자 20명의 명단을 통보하고 신병 인계를 요구했던 인도는 파키스탄에 대한 압력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뭄바이 테러범들이 파키스탄 군 정보국(ISI) 등 정부기구의 은밀한 지원을 받았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그러나 인도는 파키스탄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LeT는 199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설립됐으나 파키스탄에 본부를 두고 있다. 이 단체는 ‘이교도 학살’을 자행하기 위한 SF라는 게릴라조직과 통칭 피다인(민병대)로 불리는 소규모 자살테러특공대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키스탄은 2002년 LeT를 불법단체로 규정했으나, LeT의 모집단이자 재정지원을 맡고 있는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 ‘자마아트 웃 다와트’에 대해서는 금지령을 내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인도는 오래전부터 “파키스탄이 사실상 LeT를 묵인한다”며 비난해왔다. 인도는 “이번 뭄바이 테러는 자마아트 웃 다와트의 지도자인 하피즈 사이드가 최종 승인했다”며 사이드를 포함한 파키스탄 내 주요 이슬람 무장조직 지도자들의 신병 인계를 요구했다. 파키스탄은 “증거가 없다”며 거부하고 있다. 이슬람 세력의 눈치를 봐야 하는 파키스탄의 취약한 현 정부는 과격단체 지도부를 마음대로 체포할수도 없는 처지다.

인도-파키스탄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앞서 “군사행동은 생각지 않고 있다”던 프라나브 무케르지 인도 외무장관은 3일 NDTV 회견에서는 “모든 국가는 영토를 수호하기 위한 행동을 할 권리가 있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현지 일간지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도 “인도 정부는 군사적 대응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모한 싱 정권은 이번 테러에 강력 대처하는 모습을 국민들에 보여줘야만 하는 상황이다.

라이스 장관은 싱 총리, 무케르지 외무장관과 만나 파키스탄 ‘압박 수준’을 논의했다. 앞서 파키스탄은 “(인도가 계속 위협하면) 대 테러전에 동원된 병력을 (인도 접경지대로) 이동시킬 수 있다”고 경고해 미국의 약한 부분을 건드렸다. 미국은 테러에 강력 대응하는 동시에 두 나라를 달래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 중 섣불리 어느 한 쪽의 편을 들기가 어려운 입장이다. 따라서 라이스 장관은 겉으로는 파키스탄에 강경 입장을 전하면서, 물밑에서는 인도를 달래 대 테러전 차질을 피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그는 4일에는 파키스탄을 방문해 유수프 라자 길라니 총리 등과 면담할 예정이다.
또 하나 중요한 과제는 남아시아의 ‘핵 안정’이다. AP통신은 마이크 멀린 미군 합참의장도 인-파 양국을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멀린 합참의장은 핵 통제능력을 철저히 유지할 것과 카슈미르 지역으로의 병력이동 같은 군사행동을 자제할 것을 양국에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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