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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경제팀 윤곽

딸기21 2008. 11. 2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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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차기 행정부의 경제팀 윤곽이 드러났다. 재무장관 내정자인 티머시 가이트너(47) 뉴욕 연방준비은행장을 비롯해, 각료진과 백악관 자문역에 30~40대의 신진들이 대거 입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의 경제팀은 침체에 빠진 경제를 임기 내 성장궤도에 올리면서, 빈부격차 해소 등 경제정의도 구현해야 하는 임무를 안게 됐다.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재무장관에는 지난해 투자은행 베어스턴스 파문을 수습해 주목받았던 가이트너 뉴욕 연방준비은행장이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상무장관에는 빌 리처드슨(61) 뉴멕시코 주지사가 내정됐다.

클린턴 정권 때 유엔 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리처드슨은 북한에도 수차례 다녀온 외교통이다. 당초 국무장관 후보로도 거론됐으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국무장관으로 내정되면서 상무장관직으로 바뀌게 됐다. 리처드슨은 니카라과계 아버지와 스페인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리처드슨은 히스패닉(라틴계)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앞서 정권인수위원회는 하얏트그룹 창업주 가문 일원으로 선거자금 모금을 맡았던 여성 기업인 페니 프리츠커를 상무장관에 내정했었으나 프리츠커가 사업 상의 이유 등을 들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인수위는 리처드슨과 함께 또다른 히스패닉 정치인인 아돌포 캐리언 주니어(47) 뉴욕 브롱크스 자치회장을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으로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이트너와 함께 재무장관 물망에 올랐던 로런스 서머스(54) 전 재무장관은 백악관 직속 경제자문그룹인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은 오바마 측이 오는 2010년 임기가 끝나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후임으로 서머스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경제팀에는 30~40대 젊은 인사들이 대거 기용될 전망이다. 재무장관 후보인 가이트너는 오바마와 동갑이다. 백악관 수석경제보좌관에 내정된 것으로 전해진 제이슨 퍼먼(38), 백악관 예산국장으로 기용될 피터 오르작(39),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이 될 시카고 사단의 중추 오스탠 굴스비(39) 등은 이제 30대 후반의 신진들이다. 

경제팀 인선을 들여다 보면, ‘변화’와 ‘세대교체’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외교안보 분야를 장악하다시피 한 ‘빌 클린턴 인맥’과도 차별성을 두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백악관 보좌진은 대부분 시카고 시절부터 오바마와 호흡을 맞춰온 측근들로서, 분배정의에 관심이 많되 시장에 대한 무리한 개입에는 반대하는 중도파들로 꾸려졌다. 재무장관은 젊고 추진력 있으면서도 동시에 시장의 우호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인물로 골랐다.

당초 로버트 루빈·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나 폴 볼커 전 FRB 의장 같은 인물들이 재무장관 물망에 올랐으나, 정권인수위원회는 이들을 모두 제치고 가이트너를 택했다. 지난 몇달 간 금융위기 수습을 주도해온 가이트너는 시장의 신뢰를 받고 있으면서도 참신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일단 오바마 경제팀에 대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들은 “실용주의적인 선택”이라며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초유의 위기를 해결할 만한 경륜이 없다는 점을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경제위기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결국 현 정부의 친시장·성장 중시 정책을 답습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오바마 경제팀 이끌 가이트너

미국 버락 오바마 차기 행정부의 금융·재정정책을 책임질 티머시 가이트너(47.사진) 재무장관 내정자는 월가 금융위기 이후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못잖게 주목을 받아온 인물이다.

가이트너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로버트 루빈, 로런스 서머스 재무장관 밑에서 국제관계담당 차관보(1997~98년)와 차관(1998~2001년)을 거치며 잔뼈가 굵은 재무관리다.
넓게 보면 클린턴 인맥이라고도 할 수 있으나, ‘정치적 색깔이 거의 없는 실용주의적인 테크노크라트(월스트리트저널)’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오바마와는 특별한 인연이 없었지만 최대현안인 금융위기를 해결할 적임자라는 판단에서 재무장관에 내정된 것으로 보인다. 버냉키 의장, 헨리 폴슨 현 재무장관과 함께 금융위기 수습을 주도해온 사람이라는 점에서, 월가에서는 그의 등용을 “정부가 바뀌어도 구제금융정책에서 일관성을 중시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가이트너는 오바마의 측근은 아니지만 다문화적인 배경에서 자라난 점은 비슷하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가이트너는 어린 시절을 짐바브웨, 인도, 중국, 태국, 일본 등에서 보냈다. 방콕의 국제학교를 나온 뒤 미국 다트머스대학에서 아시아학을 전공했고 존스홉킨스대학에서 국제경제와 동아시아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국어, 일본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밑에서 잠시 일하다가 1988년 재무부에 들어갔다. ‘일 잘하는 관료’로 유명했으며 특히 루빈 전 장관이 가이트너의 능력을 높이 샀다고 주변에서는 전한다. 90년대 멕시코 페소화 위기와 아시아 금융위기 소방수 역할을 하면서 ‘구제금융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게 됐다. 2001년 재무부를 나온 뒤 국제통화기금(IMF) 정책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장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RB의장에 이어 두번째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2003년10월 가이트너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장에 전격 발탁됐다. 지난 3월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파산하자 JP모건의 인수를 중재, 월가의 구원투수로 떠올랐고 차기 FRB 의장 물망에도 올랐다.

재무장관 내정 소식이 전해지자 21일 뉴욕 증시가 급반등, ‘가이트너 랠리’를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상황 적응력과 추진력이 뛰어나 시장이 신뢰하는 인물”이라 평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공화당이 정권을 잡았어도 가이트너를 재무장관으로 삼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사상최대 재정적자 같은 구조적인 문제들과 맞서려면 소년 같은 외모의 가이트너보다는 더 중량감 있는 인사를 골랐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시장적인 가이트너가 서민·중산층을 위한 오바마노믹스를 이끌 주역으로 적합한지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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