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잠보! 아프리카

해적 소탕작전에 나선 세계

딸기21 2008. 11. 2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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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해적 문제가 국제사회의 최대 이슈 중 하나로 부상했습니다. 가히 세계가 ‘해적과의 전쟁’에 나선 형국입니다. 미국, 유럽연합, 러시아, 인도 등이 오랜만에 의견 일치를 보고 대대적인 해적 소탕작전에 돌입했습니다.
하지만 내전과 기아로 인해 ‘해적질’로 내몰리는 소말리아인들의 삶이 안정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데에는 별로 관심들이 없어 보입니다.


#21세기의 해적들

노예, 해적 같은 것은 현대사회엔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국제 뉴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 지구상의 어두운 그늘에 속해 있는 그런 소식들입니다.

소말리아가 위치한 아프리카 동부 인도양 연안, 이른바 ‘아프리카의 뿔’에서 아라비아반도 예멘 앞바다 아덴만으로 이어지는 바다가 해적들 소굴이 된지는 오래됐지요.
우리나라 배가 몇차례 납치되어서 이제 한국 사람들도 소말리아 해적에 대해서는 많이들 듣게 됐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들끓기 시작한 이 일대 해상 무장세력들은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일대 ‘말라카 해적’들의 명성을 누르고 ‘21세기의 해적’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습니다.

20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직접 밝힌 바에 따르면 올 1~10월 소말리아 해적에 각국이 내준 몸값은 2500만~3000만 달러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 기간 상선 65척, 승무원 200여명이 납치됐습니다.
이 통계에는 현재 억류중인 우크라이나 무기 수송선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유조선 시리우스스타 등 17척 300여명의 승무원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 본부를 둔 국제해사국(IMB)의 노엘 충 사무국장은 “소말리아 해적들의 약탈·납치는 이미 국제사회의 통제를 벗어났다”고 말했습니다.

소말리아 해상이 중요한 것은, 지중해에서 수에즈 운하를 통해 인도양으로 이어지는 뱃길이기 때문이죠. 이 항로에는 연간 선박 2만척이 지나갑니다. 이 길목에 해적들이 창궐, 유럽에서 인도양으로 이어지는 물류의 대동맥이 위협을 받자 해운사들이 아예 항로를 변경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케미컬선사인 노르웨이의 오드펠은 최근 자사 선박들에게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대신 멀리 아프리카 희망봉을 에둘러 갈 것을 지시했습니다. 세계 최대 유조선 선사 프런트라인과 유로나브, TMT도 희망봉 우회 항로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하고요. 세계 최대 LNG(액화천연가스)선 운영사인 노르웨이의 BW 가스도 항로를 바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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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가, 해적들에 납치된 초대형 유조선 <시리우스 스타> 호입니다.


몇해 전만 해도 해적들의 공격 대상은 소형 화물선과 유엔 구호선박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러다 재작년부터 대형 여객선이 납치되기 시작하더니 올들어서는 유조선과 무기수송선 등으로 해적질의 ‘스케일’이 커졌습니다.

해적들은 두달 전 탱크 33대 등 러시아산 무기를 싣고 케냐로 향하던 우크라이나 선박을 나포해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간이 커질대로 커진’ 해적들의 행태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은 사우디 유조선 납치사건이었습니다. ‘슈퍼탱커(super-tanker)’로 불리는 이런 초대형 유조선들은 말 그대로 ‘움직이는 석유 창고’랍니다. 납치된 사우디 유조선 시리우스 스타(Sirius Star) 호에는 무려 1억달러 어치의 원유가 실려 있었다는군요.


#‘해적과의 전쟁’에 나선 나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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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우스 스타 피랍으로 인해 소말리아 해적 문제는 국지적인 에피소드에서 지구적인 이슈로 바뀌었습니다.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글로벌 경제의 힘줄을 건드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해적들로부터 선박을 보호한다며 군함을 파견해놨던 미 해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은 자존심을 구겼지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시리우스 스타 사건은 미국과 나토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결국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인도 해군은 18일 “아덴만에서 시리우스 스타를 납치한 해적들의 모선(母船)을 격침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인도 해군 INS타바르 프리깃함 등 군함 10여척으로 이뤄진 다국적 함대는 해적선 몇 척을 포격해 모선을 침몰시켰으며, 몇몇 해적선에서는 다국적 해군과 해적들 간 총싸움까지 벌어졌다고 합니다. 알자지라 방송은 해적들이 시리우스 스타 선원들의 몸값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오디오테이프를 입수해 공개했습니다. 

인도양의 해양 패권을 주장해온 인도는 ‘해적과의 전쟁’을 주도하면서 군사대국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인도는 소말리아 해적들로 인해 항로가 축소되고 해양 운송에 지장이 생기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나라 중의 하나이기도 하거든요.

수에즈 운하에서 이어지는 홍해~인도양 뱃길을 애용해온 유럽국가들도 해적과의 일전에 나섰습니다. 유럽연합(EU)은 12월8일부터 나토군 전함 등을 동원해 대대적인 해적 소탕작전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EUNAVOR, 이른바 ‘아탈란타 작전(Operation Atalanta)’으로 이름붙여진 이 군사작전에는 영국, 프랑스, 독일, 그리스, 네덜란드, 스페인, 포르투갈, 스웨덴이 참가한다고 합니다.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해양강국인 노르웨이도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유럽 측은 일단 프리깃함 3척을 포함해 군함 7척을 우선 파견할 계획입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러시아 해군도 유럽국들의 해적 소탕작전에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러시아는 이미 지난달말 소말리아 해상에 ‘노이스트라시미(두려움이 없다는 뜻)’라는 이름의 프리깃함을 파견했습니다.
수에즈 운하 수입이 재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이집트를 비롯한 아랍국들도 소말리아 해적 소탕에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해적 소탕작전에 가려진 소말리아의 인도적 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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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해적질이 난무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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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는 1960년 영국령 소말리란드와 이탈리아령 소말릴란드가 독립한 뒤 합쳐져 생겨난 나라입니다.
독립 이래 이 나라에서는 분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1970년대에는 기독교 국가인 에티오피아와 ‘오가덴 전쟁’을 치렀습니다. 1978년 군사정권이 붕괴된 뒤로는 군벌 통치와 내전이 반복됐고요. 1991년 이래로 지금까지 내전으로 숨진 사람이 250만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미국의 표현을 빌면 소말리아는 아프가니스탄과 함께 대표적인 ‘실패한 국가’입니다.
1993년 미군의 위신을 땅바닥에 떨어뜨린 ‘블랙호크 다운’ 사건 이래 지금까지 소말리아는 사실상 무정부상태랍니다. 미국과 유엔이 과도정부를 세웠으나 이 정부는 군벌들에 밀려 수도 모가디슈에도 못 들어가고 외곽 소읍 바이두아에 임시 거주하는 형편이죠.

중·남부를 장악한 이슬람법정연합(ICU)과 알 샤바브 등 이슬람 극단주의 집단은 소말리아 세번째 도시 키스마요를 얼마전 장악했습니다. 북쪽에선 분리주의자들이 ‘소말리란드’를 선포했습니다.

해적들이 판치는 아덴만 일대에서는 일자리를 찾아 아라비아반도로 건너가려는 소말리아인들이 수시로 ‘고기밥’이 되곤 합니다. 2003년만 해도 인구가 1070만명이었는데 내전을 피해 외국으로 도망치는 난민들이 많아지면서 850만~950만명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소말리아는 국토 대부분이 사막이어서 경작 가능한 땅은 전체 면적의 1.6% 뿐입니다. 유엔에 따르면 소말리아에서 국제기구의 구호에 생존을 맡기고 있는 사람 수는 올초 180만명에서 10월 현재 320만명으로 늘었습니다.
인프라도, 산업도 없는 이 나라에서 해적질은 사실상 유일한 ‘산업’인 셈입니다.
한국도 강감찬호를 파견해 해적 소탕작전에 한 발을 들였다지만, 국제사회가 소말리아의 인도적 재앙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원조를 해주고 평화유지군을 파병해 정치안정을 돕지 않는 한 해적들을 뿌리뽑는 것은 요원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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