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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케인 갑자기 "대선토론 늦추자"

딸기21 2008. 9. 25.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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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존 매케인 대선후보가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선거운동을 중단하겠다고 24일 전격 선언했습니다. 매케인은 방송 프로그램 출연 약속도 취소하는 한편,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이틀 뒤로 예정된 첫번째 공개토론을 연기할 것을 제의했습니다. 오바마 측은 “갑작스런 연기 제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단 거부했지만, 매케인 캠프의 의도에 모든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CNN방송 등은 매케인이 24일 오후 “지금은 상·하원 양당 지도부가 모여 초당적인 위기 해결책을 모색할 시점”이라며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경제 살리기에부터 나서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매케인은 이날 오후 뉴욕 맨해튼 힐튼호텔에서 갑자기 기자회견을 갖고 TV광고, 후원금 모금행사 등 선거캠페인을 모두 중지할 것이라면서 오바마 측에 26일 미시시피주립대학에서 열릴 예정인 토론도 연기하자고 제의했습니다. 매케인은 “지금은 민주당원, 공화당원이 아닌 미국인으로서 한 자리에 모여야 한다”며 “정치는 잠시 옆으로 제쳐둘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준비된 회견문을 급히 읽어내려간 뒤 질문도 받지 않고 긴급기자회견을 끝냈다고 합니다.

오바마 측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입니다.
플로리다주 클리어워터에서 토론준비에 한창이던 오바마는 매케인의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가 필요할 때가 있고 정치를 넘어서야 할 때가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유권자들이 경제위기에 대한 후보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하는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측은 대선 토론을 연기하자는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오바마는 이날 아침 매케인에게 금융위기 해소를 위한 초당적 협력을 다짐하는 공동성명을 제안했었습니다. 매케인이 이를 받아들여 두 사람은 성명을 발표했지요. 또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25일 백악관에 모여 위기 해법을 논의하기로 약속돼 있었습니다. 이미 초당적 협력 분위기가 만들어져 약속이 이뤄진 상태에서 매케인이 갑자기 치고나오는 까닭을 이해 못하겠다는 겁니다. 오바마는 “대통령은 한 번에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금융위기를 논의하기 위해 대선토론을 미룰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다수당 대표는 매케인에 전화해 “우리에게 필요한건 리더십”이라며 항의했습니다. 민주당 소속인 에드 렌델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금요일 밤 9시는 의회도 문 닫은 시간인데 의정활동 때문에 토론을 하기가 힘들다는 건 넌센스”라고 비꼬았습니다.
친오바마 성향인 뉴욕타임스(조중동이 뉴욕타임스를 가리켜 '언론도 아니다'라고 한 매케인의 말을 크게들 보도했더군요. 헐...)는 “매케인은 며칠 전까지도 오바마를 신랄하게 공격하더니 갑자기 초당적 협력을 강조하고 나섰다”고 지적했습니다. 신문은 “매케인은 마침 1907년 금융위기 때 은행가 JP 모건이 해법을 모색하는 회의를 열었던 모건 박물관에서 토론을 준비 중이었다”며 “1시간여 토론준비를 하다가 갑자기 뛰쳐나가 기자회견을 가진 이유를 알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선거토론을 관장하는 대통령선거토론위원회(CPD)와 미시시피주립대 측은 26일 밤 토론 준비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로이터통신은 “매케인이 선거 기간 보여준 드라마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세라 페일린 알래스라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로 전격 발탁한 것이나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크리스토퍼 콕스 위원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돌출 발언으로 미디어의 주목을 받은 것과 비슷한 깜짝쇼 전술의 일환이라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매케인이 허리케인 구스타브 때 공화당 전당대회 행사를 크게 줄였던 것 등으로 미뤄 이번 일도 매케인 특유의 ‘애국심’의 표현일 수 있다고 해석합니다.

매케인이 부시 행정부의 7000억달러 금융구제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총대를 멘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인기 없는 ‘월가 구제안’을 추진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초당적 협력’이라는 옷을 입혀 밀어붙이는 편이 낫다는 판단을 했으리라는 것이죠.

공교롭게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오바마 지지율이 올라가던 상황에서 ‘토론 연기’ 제안을 한 것에 대해 의구심을 표현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매케인 보좌관의 말을 인용, “공화당은 대선후보 토론을 한 주 미뤄 다음달 2일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릴 예정인 부통령후보 토론을 대선후보 첫 토론으로 대체하자는 입장”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준비 안 된 후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페일린의 토론을 좀더 미룰 수 있겠지요.

언론기피증을 보여온 페일린은 24일 모처럼 CBS방송과 인터뷰를 했다가 “매케인이 규제 강화에 앞장섰다는 주장의 근거를 대라”는 요청을 받고 대답을 못한채 허둥거려 또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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